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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친구 요청에 관해서

by 심해잠수부 2024. 5. 5.

가끔 친구 요청이 오곤 한다. 지금은 아이디를 바꿔서 찾기 어렵지만, 이전엔 내 아이디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었어서 친구 요청이 종종 오곤 했다.

나란 사람이 왜 궁금한진 모르겠지만, 왜 친구 추가까지 해서 옆에서 보고 싶어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모른다는 건 사실 구라지만. 나도 승철이 만화 그린 사람 친구로 옆에서 관찰하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글을 읽는 사람도 그런 유사한 감정을 느꼈을 수 있겠지.

단지 나는 내 글이 그 정도 가치가 있는진 모르겠어서 잘 모르겠다는 거지. 내 마음을 울린 만화랑 내가 쓴 정돈 되지 않은 가벼운 글을 비교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아무리 내 친구가 내 취향으로 생겼다고 해도 아이돌 외모로 올려치기 해서 비교하는 건 좀 아니잖아? 내 글이 누군가의 취향에 아주 마음에 들었더라도 내 글이 그 정도는 아니니까.

어쨌든, 의도는 알겠지만 나는 친구 요청을 받지 않는다.

내가 잘났다 생각해 다른 사람을 무시해서 '나와 친구할 급은 아니다' 생각해 요청을 받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잘나지 않았다. 내 글을 먼저 보고 내 이미지를 만든 뒤 나중에 나와 대화하게 된 이가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글은 이런 이미지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많이 다른 거 같다' 정말 하나같이 이 이야기를 한다.

최근엔 실망했다는 말도 들었다. 글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만나고 보니 그렇게 생각해서 내린 결론으로 오히려 구린 가치관만 형성하고 구린 행동만 골라서 할 뿐인 사람이라 별로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리된 말로 듣는 건 처음이었지만, 다른 친구들도 자주 했던 생각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들도 말만 내게 전하지 않았을 뿐, 행동으로는 어느 정도 드러내니까.

 

그래서 '글' 하나만을 연결고리로 갖는 관계는 원하지 않는다.

글을 읽은 사람은 내게 원하는 상상의 모습이 있을 테니까.

 

나는 온라인 친구를 오프라인으로 만나지 않는다. 자주 해왔던 말이다.

온라인 친구를 오프라인으로 만나면 상대가 내게 가진 환상은 박살난다. 하지만 환상이 박살난 자리를 오프라인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매력이 채운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온라인 관계는 기존의 온라인 관계에서 오프라인의 모습이 믹스되어 새로운 관계로 재탄생한다. 온라인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나도 나쁘지 않다고 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만나지 않는다.

상대가 내게 가진 환상이 박살났을 때, 내 현실의 모습이 환상이 머물던 빈 공간을 채워주지 못 하는 거 같아서. 빈 공간을 채워줄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이 없는 거 같아서. 기분 나쁘기만 한 모습만 전해줄 뿐인 거 같아서 2017년 이후로 온라인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않았다. 그 전엔 정말 많이 봤었는데.

나는 온라인 친구가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실망하는 표정을 보는 일을 싫어한다. 애매하게 썩은 표정. 같이 앉은 자리에서 불편해하기만 하다, 다음 날부터 실망해 연락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일. 몇 번 당해보면 기분이 그리 좋진 않거든. 나도 똑같이 한 적이 많이 있겠지.

글 때문에 환상을 가지고 만난 관계라고 다를 게 있을까.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이면 더욱 거리를 둬야하지 않을까?

나는 그들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나는 내어줄 수 없다. 이러한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라는 단순한 호기심조차 나는 실망을 던져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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