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차갑다 [VRChat 보고서 95편]

필요할 때만 찾는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친구를 발견할 수 있다. 유니티 등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만 찾고, 용건 없이는 찾지 않는다는 불평을 늘어놓는 친구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걔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 모든 이가 친구를 필요할 때만 찾으니까.

모두들 자기에게 필요한 사람만 만난다.

실질적인 도움은 아니어도, 감정적이든 물질적이든 뭐가 됐든 간에 필요가 있기 때문에 만난다.

유니티 따위의 도움 줄 수 있는 일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그 외의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만난다.

내가 저 친구를 좋아하니까 만나길 원하고, 저 친구가 나를 원하는 모습에 마음이 충족되어 만난다. 같이 있으면 재밌어서 만나고, 내가 외로워서 같이 있길 원해서 만난다. 내가 쓰이고 싶어서 만나고, 쟤를 괴롭히듯 장난치고 싶어 만난다.

어떤 이유가 됐든, 내 삶에 필요하기 때문에 만난다.

의리라 생각해 상대를 챙기는 친구는 자기가 의리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상대를 신경 쓰는 거고, 누군가를 좋아해서 만나길 원하는 친구도 친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신경 쓸 뿐이다. 다들 누군가를 '필요할 때'만 찾는다. 내게 감정적이든 물질적이든 뭐가 됐든 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누구도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친구를 만나길 원치 않는다.

아무리 열 받는 성격이어도 나를 필요로 해줘서 내 어깨를 올라가게 해주거나, 고래가 보이는 정신병자여도 나 좋다고 졸졸 따라다녀 준다거나, 자꾸 자기 우울한 감정을 늘어놓지만 자꾸만 뭔가 내게 물질적으로 베푼다거나, 하다 못 해 이 새끼가 존나 싫지만 얘 과몰입은 내 마음에 쏙 든다거나 하는 이유가 있어야 만난다.

내 인생에 조금이라도 필요가 있어야 만난다.

원하는 건 모두 다르겠지만, 지금 날 만나는 사람은 나에게서 자기에게 필요한 뭔가를 얻어가고 있기 때문에 만난다.

 

VRC에서 친구가 너무 자주 찾아와 걱정인가?

친구가 나를 찾아오지 않게 만드는 방법은 너무나 쉽다.

VRC에 들어올 때마다 브수면을 하고, VRC에서 매일 유튜브를 보고, 항상 잠결에 리퀘를 받고, 항상 우울한 텐션으로 리퀘를 받고, 가슴을 만져도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야한 도킹도 전부 거절하고, 과몰입 도킹도 전부 거절하면 자연스레 친구는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누군가를 찾아가는 일은 행동력을 소모한다.

내 행동력을 소모해서 찾아갔는데, 유튜브만 보고 있거나, 과몰입과 꽁냥대기 바쁘거나, 찾아갈 때마다 자고 있고, 찾아갔더니 잠에 취해 나를 받아주는 듯 마는 듯 행동한다면, 기껏 찾아와서 말 걸어주는데 묵언으로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있다면, 관계적으로 전혀 도움 안 되는 행동만 하고 있다면, 그는 몇 번 더 시도하다 나를 찾아오지 않게 된다.

쟤한테 가면 재미도 없고, 나랑 대화도 없고, 그렇다고 야한 걸 해주는 거도 아니고, 그렇다고 팔로워 잔뜩 거느린 아이돌도 아니고, 아바타 조금 예쁘고 목소리 계집애 같은 게 전부네. 난 딱히 계집애 같은 애 관심 없는데, 저렇게 내게 어떤 무언가도 내어줄 수 없다고 광고를 하니 나도 쟤 찾아가지 말아야겠네. (예쁘고 계집 같은 모습에 재미를 느끼면 날 자꾸 외면해도 찾아온다)

우리는, '나'가 재밌으려고 VRC를 한다.

때문에, 내가 재밌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지 않는 친구는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재미의 개념이 사람마다 달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할 뿐, 대부분은 자기가 생각하는 '재미'에 도움을 전혀 주지 않는 상대를 기피한다.

누군가를 자주 찾아가는 일은 친구가 나에게 찾아오는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많이 갔는데 너는 안 와준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친구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가겠어. 재밌자고 게임하는 건데, 너랑 있으면 재미가 없잖아. 너도 내가 너를 찾아와주니 날 신경 쓰는 거잖아.

재미라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 귀엽고 예쁜 친구에게 재미를 느끼는 친구도 있고, 성적인 행위에 재미를 느끼는 친구도 있다. 재미라는 개념은 다양하다. 많고 많은 재미 중, 상대가 원하는 재미를 채워주지 못 한다면 친구는 더 이상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