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감각은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착각해 발생하는 '가상'의 감각, 그러니까 허구의 감각이다.
관찰자가 아무리 진짜처럼 생각한다고 해도, 느끼는 이가 아무리 진짜처럼 느낀다 해도 가짜 감각일 뿐이다. 느끼는 유저야 느껴지니까 그렇다 쳐도, 관찰자 입장에선 자긴 느끼지도 못 하는 감각인데 연기든 연기가 아니든 그렇게까지 중요할 이유가 없다, 고 나는 생각한다.
상대만 귀엽고, 반응만 재미있으면 되지 않을까?
사람이 진짜 같으면 가짜를 입어도 명품 같은 느낌이 난다. 사람이 귀여우면 가짜 연기도 진짜 같은 느낌이 난다. 진짜와 가짜를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고, 아무리 진짜여도 가짜 같은 유저는 가짜라고 취급받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진짜에 목숨을 건다.
그 놈의 진짜 브감각이 뭐라고.
뉴비 때 JHP를 간 적이 있다.
야하게 입은 주황색 머리 애쉬가 로비에 앉아 있었는데, 옆에 있던 누군가가 자꾸만 만져보라는 듯 제스쳐를 취하길래 건드려보았다. 그는 내가 건드릴 때마다 부르르 떨듯이, 쯔끄루 게임이나 히토미에서나 볼 법한 반응을 하곤 했다. 나는 그 때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 오늘 촉각 슈트 입은 유저 봤다고. 내가 만든 월드에도 그 애쉬의 사진이 걸려있다.
하지만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난 지금은, 그 애쉬가 촉각슈트를 입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관찰자에게 브감각이란 딱 그 정도의 요소일 뿐이라 생각한다.
진짜와 가짜조차 제대로 구별할 수 없는 무언가.
브감각의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는, 브감각을 느낀다 해서 현실에서 똑같이 느끼진 않는다는 점이다.
VRC에선 허벅지에 손만 닿아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브감각의 소유자지만, 현실에선 냉동 참치 같을 수도 있다. 브감각은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허구의 감각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VRC에서 거울이 중요하게 작용하듯, 현실에선 촉각이 존재하기에 시각적 정보를 통한 촉각이 중요하지 않으니까.
내 아바타에 과몰입한 채 거울을 보고 있지 않다면 브감각도 없을 수 있다.
현실의 감각과 브감각이 동일하지 않다고 지금 말한 이유는, 브감각이 허구의 감각이라는 걸 다시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브감각은 '애초부터' 허구의 감각인데, '연기하는 브감각'을 '좋지도 않았으면서 느끼는 척하는 모습'처럼 여기고 불쾌히 여긴다. 브감각은 진짜 브감각이든 연기 브감각이든, 어차피 허구의 가짜 감각인데도 가짜를 다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한다.
그들의 이유는 알고 있다.
한 발 빼면 그만인 한남 녀석이 여자가 진짜로 느꼈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내가 그녀에게 영향을 줬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갔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게 정복 욕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그녀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브감각이라고 다르지 않다.
다른 유저를 성희롱하듯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유저일수록 브감각을 중요시 여긴다. 다른 유저에게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유저는 브감각 반응이 좋은 유저에게 사족을 못 쓴다. 냉동 참치와 다를 바 없는 친구의 친추는 거들떠보지도 않다 브감각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바로 친추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 브감각이란 상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상대방의 감각이 연기여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괴롭혔을 때 만족하려면 그가 정말 나 때문에 암캐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연기 따위의 모습일 뿐이라면 그가 나를 아무리 괴롭혀도 WWE일 뿐이다. 그는 UFC를 원하는데 서로 WWE를 하고 있으니 좋아할 리가 없다. 오히려 상대가 나를 상대로 장난치고 있다 생각할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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