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C에서의 연애와 현실 연애는 같은 듯 하면서도 완벽하게 다르다. VRC 연애와 현실 연애의 차이가, 현실에서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이가 VRC에서 연애를 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당연히 현실의 내가 연애를 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지만, 여러분들 중에는 모르는 분도 있을 테니까.
현실에서 연애를 못 해본 '남자'에겐 어떤 문제가 있을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못 생겨서? 청결하지 않아서? 주변에 여자가 없어서?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는가? 여러분들 중 고민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은 내가 못 생겼기 때문에, 내가 눈이 높기 때문에, 내가 여자랑 엮일 일이 없어서 따위의 '틀린' 이유를 생각한다.
연애를 못 하는 남자는 대부분 수동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눈이 높지 않다면 대부분의 남자는 연애를 할 수 있다.
눈만 높지 않다면 길거리 노숙자처럼 생긴 남자도 연애를 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못 생긴 남자여도, 똑같이 못 생긴 여자는 존재한다. 내가 아무리 인간 이하의 수준이라도 인간 이하의 여자는 존재한다. 내 수준과 동등한 사람과 연애를 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은 조금만 타협하면 연애를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요즈음엔 조금 다른 듯 행동하는 사람도 가끔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아직도 남자가 데이트 코스를 짠다. 걸크러쉬니 뭐니 난리를 쳐도, 아직도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남자는 능동적인 포지션을, 여자는 수동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남자가 구애하고, 여자는 구애받기 위해 (외모든 성격이든) 치장한다.
내가 페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걸크러쉬니 하는 새로운 장르(?)를 반기지 않는 이유도 그렇다. 다들 불평등하다며 호소하지만, 여전히 구애는 남자가 한다. 10년 전, 15년 전에 배드 걸 굿 걸 여자 대통령 등의 노래가 유행하고 지금에 와서야 걸크러쉬니 뭐니 떠들어도 2025년 지금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한다.
여전히 남자가 어깨 으쓱하며 밥값을 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며, 여전히 데이트 요청을 남자가 한다는 이유로 데이트 코스를 남자가 짜야 하는 경향을 보인다. 구시대적인 가부장제의 흐름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 했다. 조금씩 바뀌고는 있다고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여자가 문제라는 말은 아니다. 온갖 불만은 다 가진 주제에 여자가 내 위에 있으면 쪽팔리니까 이득 하나 못 챙기는 남자의 행태가, 자기 권리 내놓으라면서 정작 눈 앞에 있는 그 권리를 손해라며 탈취 안 하는 여자의 행태가 마음에 안 든단 얘기다. 그 권리만 버리고 주웠어도 20년 전에 서로를 이해했겠네.
어쨌든, 시대는 바뀌지 않았다.
바뀔 예정도 없어 보인다.
연애를 하고 싶다면,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해야만 한다.
때문에, 수동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남자'는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와 이어질 수 없다. 여자는 남자에게 구애를 하지 않으니까. 아무리 여자 앞에서 치장한 모습으로 꼬리를 흔들어도, 여자는 남자에게 구애하지 않는다. 정말 잘 생겼다면 여자가 구애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특별한 경우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 이하의 기준으론 여자에게 구애를 받기 확실히 어렵다.
그럼 남자에게 구애를 받으면 어떨까? 아니, 게이에게 구애를 받으면 어떨까?
그들이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게이에겐 외모가 중요하다. 동성애자에 관한 색안경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다 믿고 있다. '식' 같은 표현이 괜히 존재하는 건 아니라 믿는다. 강동원처럼 잘 생긴 사람만 팔린다는 얘기가 아니라, 몸매부터 특정 단어로 분류해 자기를 소개하는 그들에게 외모가 안 중요할 수가 있을까?
평범 이하의 남자라면 게이에게 구애받기도 쉽지 않다.
여자는 능동적인 포지션을 취하지 않으니 내게 구애를 하지 않고, 게이는 외모 때문에 내게 구애를 하지 않는다. 애매한 남자가 연애를 하려면, 내가 상대를 찾고 상대에게 애정을 어필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달라붙는 능동적인 포지션을 취해야만 한다.
눈만 높지 않다면, 내 수준의 여자에게 접근하고 잘 해주고 챙겨주다 보면 연애할 수 있다. 내 주변의 개씹돼지였던, 누가 봐도 못 생긴 녀석들도 연애할 놈은 잘만 했다. 청결감도 떨어지고 찐따처럼 입고 다니고 발음도 뭉개지고 멍청하기까지 한 녀석도 연애를 여러 번 했다.
구애를 받는 여성도 자기 주제를 안다.
우리가 커뮤니티에 절여져 있어서 그렇지, 많은 여자가 그렇게까지 이기적으로 행동하진 않는다. 자기 외모가 잘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남자 외모를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하는 여자도 많다. 우리가 브붕이랑 단체로 모임을 가질 때도, '나도 못 생겼는데 내가 왜 남을 평가하겠어' 타인의 외모를 신경 쓰지 않으려는 유저가 존재하듯이.
하자 많은 남자도 능동적인 포지션만 취한다면 잘만 한다.
나만 안 되는 이유는 수동적인 포지션을 취하기 때문밖에 없다.
수동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싶었다면 여자로 태어났어야지. 잘 생기게 태어나거나. 내가 아는 동생 중 진짜 귀엽게 생긴(진짜 ㅈㄴ 귀여운데) 녀석이 있는데, 얘는 리듬 게임하고 VRC 하고 존나 수동적인 남자앤데도 여자에게 고백받아 연애도 하고 야스도 잘 하고 다니더라. 세상 준내 불공평하죠?
하지만 VRC에선 현실 연애의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된다.
VRC 유저는 예쁜 아바타를 사용하기만 해도 주변에서 나를 '여자'로 봐준다.
내가 현실에서 수동적인 포지션의 안 팔리는 남자지만, 게임에선 미소녀 아바타를 쓰고 있기 때문에 수동적인 여자가 될 수 있다. 즉, VRC에서는 능동적인 남성 유저에게 구애받을 수 있게 된다. 현실에서 수동적인 포지션이라 연애 못 하던 남자도 게임에선 과몰입 도킹을 받고 유사 연애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조금만 노력하면 자기 취향의 유저와 과몰입할 수 있다. 수동적인 포지션이어도 충분히 많은 상대가 구애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을 조금만 치장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유저를 만날 수 있으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아도 애매한 유저의 도킹 정도는 받을 수 있다.
특히 현실의 I가 E로 둔갑하는 게임 속이니까 더욱 더.
현실에선 여자를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어도 고백하지 않는 이가 많다.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이가 많다. 이유야 많다. 나도 게임에선 외향적이지만 현실에선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이다. 게임에선 인사성도 밝고 상냥하게 대해주려 하지만 현실에선 공간이 편해지지 않으면 인사도 잘 하지 않고 무뚝뚝하다.
내 외모에 대한 자신감 결여,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 결여, 성격에 대한 자신감 결여, 타인에 대한 성격 호불호, 타인에 대한 외모 호불호, 타인의 겉모습에서 가지는 나의 편견 등 여러 요인 때문에 VRC처럼 긍정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못 한다. 항상 방어적인 포지션으로 타인을 대한다.
당연히 여자를 좋아할 때도 나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VRC는 긍정적인 성격을 드러내기 편한 공간이다.
내 아바타는 예쁘고, 내 목소리 좋다고 해주는 녀석도 있고, 어차피 쟤네도 다 찐따고, 여기 인방 보는 사람도 게임 하는 사람도 오타쿠인 사람도 많고, 어차피 내 못난 결점 게임에서 드러나지도 않고 딱히 내가 방어적인 자세로 친구를 대할 이유가 없는데?
뿐만 아니라, 여러 유저와 접점도 많이 생긴다.
현실에서 여자 인맥이 없는 사람은 평생 여자 인맥이 없지만, 친구 없는 사람은 평생 친구가 없지만, VRC에선 서로 섞여 노는 게임이다 보니 친구 없는 사람도 혈 하나만 뚫리면 친구가 금방 생긴다. 내가 수동적인 포지션으로 타인을 대해도 능동적인 유저를 만날 기회가 너무 많다.
그리고 유저들은 다들 친구가 필요해서 접속하고 있다.
모두가 타인을 갈구하고 있다.
많은 유저가 과몰입을 인스턴트 식품 먹듯이 쉽게 쉽게 하는 이유가 다 있다.
때문에, VRC에서 과몰입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험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내 성격은 충분히 매력이 있는데 왜 현실에서는 안 생길까?
그거야, 애매한 남자가 (여자가 아닌데) 수동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으니까.
살다 보면, SNS/게임에서 친해진 여자와 자기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애가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친구를 보곤 한다. SNS에서 친해지는 일은 현실에서 친해지는 일에 비하면 정말 쉬운 공간이다. 취미를 매개로 만나 속마음을 먼저 까고 시작하는 관계가 많기 때문에 오프라인 관계에 비하면 쉬울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에서는 서로 만나고 서로의 내면을 드러내는 과정부터 삐걱거린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말을 걸 줄 알아야 하고, 시간을 투자해서 서로를 알아가며 게임 장비 해금하듯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다, 충분히 감정이 무르익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뒤에야 연애를 시작하니까 존나 어렵다.
온라인에서 시작하는 연애와 오프라인에서 시작하는 연애가 전혀 다르듯이, 그래서 절대 동일시 취급할 수 없듯이, VRC의 과몰입과 현실 연애의 사이에도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벽이 존재한다. VRC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요소를 현실에서 동일시하듯 생각하면 안 된다.
다만 현실에서의 과정을 감당할 수 없는 이가 SNS나 게임을 현실 연애의 발판으로 삼는 경우가 있듯이, VRC의 과몰입도 현실 연애로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 게이가 되는 길이라 내가 말리지 않아도 '으윽 그건 조옴' 하면서 뒷걸음질 치겠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남자 가능'의 수동적 포지션의 남자도 충분히 있을 테니까.
VRC에서 구애를 받는 건 어렵지 않다.
감정적인 빌드업을 쌓다 현실에서 만나 연애를 하는 일, 나는 분명히 많이 보았다. 빨간약 먹고 깨지는 커플도 봤고, 빨간약 먹고도 굳건히 살아남은 커플도 봤고, 빨간약 먹고도 잘 살다 다른 브붕이랑 바람피워서 헤어지는 커플도 봤고, 혼란하다 혼란해. 하고 싶다면 언제든 할 수 있다.
다만, 나는 추천하지 않는다.
지뢰가 너무 많다.
VRC 유저는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말 많은 유저가, 내가 봐왔던 정말 많은 유저가 자기가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 자기 마음을 자기가 모르고 있다.
'거의 여자'는 여자기 때문에 자기가 게이는 아니라는 둥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을 수야 있지만, '거의 여자'를 여자라 믿는 자기 사고관을 드러내는 거야 자기 마음이지만, 자기가 남자를 좋아하고 있으면서도 동성애자(또는 양성애자)가 아니라 부정하는 모습은 솔직히 바보 같다. 바보 수준이 아니다. 똥멍청이 같다 진짜로.
그런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얘는 남자도 괜찮나?' 관심을 가지며 주위에서 맴도는 순간, 언제든 상처받을 수 있다.
걔는 네가 귀여운 아바타를 끼고 있기 때문에 관심 가진 거야.
걔 애매한 남자 안 좋아해.
VRC에선 게이인데 현실에선 게이가 아닌 유저도 많고, 현실에서도 게이지만 외모가 정말 중요해 빨간약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친구가 빨간약 때문에 과몰입에게 식어서 고민이라는 말이나, 예전에 빨간약 때문에 상대를 깐 경험이 있다는 말을 내가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웬만하면 굳이 끄집어내지 않는 걸 추천한다.
거기 두어라.
근데 내 VRC 안 하는 친구의 VRC 하는 친구는 나도 (VRC 안 하던 시절에) 현실에서 친구 통해 한 번 본 적 있는데, 오나홀도 열심히 쓰고 군필인 사람 같았는데, VRC 시작하더니 어떻게 남자 잘 만났는지 호르몬 맞고 있는 거 같더라. 허 참.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건지, VRC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건지.
'VRChat > VRC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감으면 프플방인 여기서 우간다를 낀 너와 [VRChat 보고서 98편] (0) | 2025.02.06 |
---|---|
인간 가면 플레이팅 [VRChat 보고서 97편] (0) | 2025.02.06 |
친구는 차갑다 [VRChat 보고서 95편] (0) | 2025.02.05 |
여자 좋아하는 게이 [VRChat 보고서 94편] (0) | 2025.02.04 |
가짜 브감각이 아니길 바라는 이유 [VRChat 보고서 93편] (0) | 2025.0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