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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여자 좋아하는 게이 [VRChat 보고서 94편]

by 심해잠수부 2025. 2. 4.

커뮤니티에서 가끔씩 그런 글을 발견할 수 있다.

  1. 묵언이면 (여자일 수 있으니) 복권이라 생각하고 친하게 지낸다는 글.
  2. 남잔 줄 알고 묵언한테 성희롱하고 재밌게 놀았는데 목소리 여자라 손이 벌벌 떨리고 죽고 싶다는 글.

남성 유저가 여성 유저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위처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적극적으로 여자와 이어지고 싶어 하는 부류와 적극적으로 여자를 피하고 싶어 하는 부류.

 

나는 후자에 가깝다.

나는 분명 여자를 좋아하는데, 내가 (남자만 좋아하는) 게이가 아닐까 의심하곤 한다.

VRC의 성비는 남자가 압도적이다. 내 주변엔 여성 유저가 거의 없다. 하지만 VRC에 여성 유저가 없지는 않다. 돌아다니다 보면 여성 유저를 은근히 자주 만날 수 있다. 나도 여성 유저가 내 생각보다는 많이 존재하고 있다고 인지는 하고 있다.

여성 유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날이 VRC를 하다 보면 가끔 있기도 하다.

그 때마다 내 반응은 항상 떨떠름하다.

평범한(?) 브붕이는 친구 누구가 코코이하다 컨트롤러에 정액 묻은 이야기 따위를 해도 깔깔깔깔 하고 넘어간다. 얘기가 더럽다 생각했어도 그런갑다 넘어간다 대부분. 기분 상하는 내용만 아니면 웃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노골적인 플러팅을 해도 다들 좋게 좋게 넘어간다. 알탕의 고추끼리는 가치관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반면, 여성 유저는 위와 똑같은 얘길 했을 때 부정적인 티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색까진 아니어도, 비난 아닌 비난을 하곤 한다. 도킹하는 듯한 느낌의 플러팅 멘트라도 누가 치면 정색하는 일도 많고. 여자라는 이유로 과하게 들러붙으며 질척대는 브붕이가 많으니 그런 거겠지만.

그래서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남자 브붕이에겐 모르는 사이여도 인스턴스에서 만나면 인사도 잘 해주고, 말을 걸거나 뜬금없는 도킹을 해도 웬만하면 좋게 받아주고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여자 브붕이에겐 (아는 사이 아니면) 인스턴스에서 마주쳤다는 이유로 인사해 주는 일도 거의 없고, 말을 걸어도 한 귀로 흘리는 듯 넘어가고, 친추도 절대 먼저 걸지 않고, 다음에 안 만날 사이처럼 최대한 건조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피곤한 일에 엮이고 싶지 않다.

대화하다가 더러운 얘길 한다는 듯한 비난을 듣고 싶지도 않고, 내가 리퀘나 인바를 보냈을 때 자기한테 집적댄다고 오해받고 싶지도 않고, 괜히 말 한 번 실수했다가 성희롱이니 성추행이니 문제 삼는 일도 싫고, 친한 척했다가 주변의 기사단(?)에 여미새라며 오해받고 싶지도 않다.

남자를 대할 땐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굳이 조심하며 관계를 구축하고 싶지 않다.

혹여나 브붕식 토크라도 하다 실수해서 통매음으로 고소한다느니 그러면 어떡하나.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데도, 여자 목소리를 들으면 조심할 생각부터 하게 된다. 평범하게 대해주면 괜찮을 텐데도, 성별이 주는 특수성 때문에 문제가 생길까 봐 피할 생각부터 하게 된다. 상대가 불쾌해하지 않는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면 평범하게 대해줄 수도 있을 텐데, 여자들이 그리 싫어하는 블랙넛의 모습이나 내 모습이나 큰 차이가 없는 거 같아 알아서 피하게 된다.

남자 같다는(마인드가 브평이라는) 느낌이 들어야만 경계를 해제한다.

 

웬만하면 다들 여성 유저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을 드러내는 남성 유저가 그리 많지는 않다.

나도 여자를 좋아하고, 대부분의 남성은 생물학적 여성을 좋아한다. 자기와 섹스할 사이도 아니고 연애할 사이도 아닌데 과할 정도로 좋아한다. 호감고닉에게조차 디코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이가, 여성 유저에겐 리퀘도 자꾸 넣고 디코 메시지도 보내는 일 이상하지 않다. 나도 경계를 풀고 친해지면 (남자와 달리) 특별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경계가 풀리기 전까지는 앞서 설명한 듯 기피하는 유저도 꽤나 있다.

그런 모습이 혐오로 드러나는 경우도 꽤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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