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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진짜 과몰입 보다 더 재밌는 가짜 과몰입 [VRChat 보고서 56편]

by 심해잠수부 2024. 3. 27.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과몰입보다 '과몰입을 하지 않고 과몰입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뽑아먹는 행태'가 훨씬 재밌다고 생각한다. 과몰입 선언을 하고 과몰입이 되는 일보다, 과몰입이라고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서 과몰입처럼 서로 얽혀있는 관계가 훨씬 더 재밌다고 천 배, 아니 만 배는 더 재밌다고 생각한다.

재밌을 수밖에 없다.

과몰입이라고 선언하지 않으니 불필요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질 일도 없고, 과몰입이라고 선언하지 않으니 두근두근한 상황도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매력적인 만큼 좋은 감정도 오래 간다. 과몰입이 아니니 주변 사람의 접근을 막으려고 애쓰고 고민하고 피곤해하는 과정조차 피곤은 하지만 재밌는 '과정'이다.

과몰입이 되어 질투하면 피곤한 일이지만, 과몰입처럼 지내면서 질투하면 재밌는 일이 된다.

과몰입이었으면

"걔랑 왜 그렇게 지내는 건데?"
"엥? 그런 거 아닌데 그렇게 보였나 미안해."
(안 그러는 게 당연한 거니 싸우거나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렇게 됐을 상황이

그, 걔랑 그렇게까지 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아?
왜? 내가 안 그랬으면 좋겠어? 혹시 너 나 좋아해? ㅋㅋ

왜 그렇게 해대고 다니는 거야?
안 했으면 좋겠어?
아니 네 맘이긴 한데, 조금 신경 쓰여서..
그럼 계속 할게? ㅋㅋㅋ
하지 말라구 제발 계속 그러면 나 죽어 ㅠㅠ

이렇게 바뀔 수 있으니까 확실히 더 낫다.

 

현실 연애는 애인이 된 후 해금되는 컨텐츠가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게임일 뿐인, 랜선 연애일 뿐인 과몰입은 애인이 되기 전에 느끼는 관계나 애인이 된 후에 느끼는 관계나 컨텐츠의 차이가 거의 없다. 굳이 연애를 공식적으로 드러낼 이유가 없다. 어차피 드러내지 않고도 감정적으로 뽑아먹을 수 있는데 뭐.

근데, 그래서 과몰입을 안 하고 과몰입처럼 지내는 일이 훨씬 좋을까?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조금 더 재밌는 상황을 즐길 수 있는 대신, 어떠한 구속력도 없으니까.

 

현실이든 게임이든, 연인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과몰입 선언)하는 건 상대방을 붙잡아두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그러한 목적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드러내는 순간 사회적인 기준에서 구속력이 발생한다.

과몰입이 있는 사람이 "과몰입의 동의"를 받고 많은 사람과 하룻밤의 관계를 계속 하고 다녔는데도, 많은 사람은 그를 안 좋게 바라본다. 과몰입에게 동의를 받았어도 말이다. 과몰입 있는데 왜 그러고 다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동의받았고 그렇게 지내는 관계니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나 싶은데도.

구속하는 관계를 인정하면 내가 싫든 좋든 내 주위 사람은 우리 관계를 서로 구속하는 관계로 바라본다.

그건 단점일 수도 있고 장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보험'으로 작용하는 일이 많다. 국민연금 싫다 싫다 폰지 게임이다 사기다 말해도 자기가 돈 받을 때 되면 국민연금이라도 있어서 생계는 유지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구속하는 관계 싫다 싫다 해도 내게 불리한 상황에 도움 되는 일도 분명 있다.

우리 과몰입 아니었잖아? 왜 혼자 애인이었다 착각하지? 너랑 나랑 '친한 친구'였지, 과몰입은 아니지. 우리 그런 '플레이'한 거지 과몰입은 아니었잖아? 그런데 왜 자꾸 애인이었던 듯 얘기해? 내 주변 사람에게 자꾸만 우리가 과몰입이었다는 듯 뒤에서 정치공작 하지 말아줄래? 기분 나쁘니까.

그런 말을 들을 일 없으니까.

그래서 확실히 하는 걸 추천한다.

 

서로 가진 감정의 차이가 너무 크게 드러나는 경우도 너무 많기도 하고.

'서로' 좋아하는 듯한 감정인 줄 알았는데 자기만의 착각인 일이 정말 많다.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혼자 망상하고 혼자 감정적으로 즐기는 일. 이러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이게 가장 문제가 크다. 걔는 얘를 생각하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데, 얘 혼자 자꾸만 망상하고 좋아하고 그랬다 착각하고 옆에서 보면 이게 뭐지 싶을 때가 있다.

선배때문에 다 망했어요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과몰입 선언을 하지 않고 연인인 듯 행동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과몰입 선언을 하지 않아 자기 불리할 때 과몰입 아니었다고 변명하는 건지, 진짜로 나만의 착각이었는지는 상대방밖에 모른다. 그러니 나중에 되어서 혼자 과몰입이었다 질질 짜는 스토리, 혼자 "전과몰입 호소인" 되는 일 저지르지 말고 제대로 고백하고 정식 관계를 맺는 걸 추천한다.

 

그렇지만 말을 듣지 않겠지.

고백하기엔 까이는 게 무섭고, 고백해서 과몰입 하는 거보다 지금 이 상태로 노는 게 훨씬 재밌으니까. 나중에 그래서 '전과몰입'이 아니라 '전과몰입 호소인'이 되는 불쌍한 미래가 기다린다고 해도,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며 애매한 관계로 호감만 빨아먹는 관계로 지내는 게 훨씬 더 재밌으니까.

 

이 글 써놓고 너무 억지 같아서, 공감 못 하는 사람 많을 거 같아서 안 올리고 있었는데

[♿] 섹스해 주는 0티어 친구가 있으면 좋은이유.txt

이 글 친구가 링크해 줬는데 이 글 보고 괜찮겠다 싶어 용기 얻어 올림.

 

과몰입보다 0티어 친구가 더 맛있을 수 있다.
근데 그 0티어 친구가 다른 친구랑 과몰입 하는 순간 브생 망한 거야.

우리 절대 서로 다른 사람과 과몰입 하지 않는 우정 친구 서약 맺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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