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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이쁜이는 이쁜이끼리만 놀아 [VRChat 보고서 58편]

by 심해잠수부 2024. 4. 7.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 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 거릴 일이 전혀 없죠

[M/V] 혁오 - 위잉위잉

 

트위터에서 유명한 친구는 유명한 친구끼리 놀고,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친구는 유명한 친구끼리 놀고, 예쁜 아바타는 예쁜 아바타끼리 놀고, 귀여운 목소리인 애들은 귀여운 목소리인 애들끼리 논다. 내가 좋아하는 이쁜이들은 다른 이쁜이들과만 재밌게 논다.

내가 낄 자린 없고 나는 너무나 힘들고 치열하게 그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만 주인공을 마주할 수 있다.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셀루는 셀루끼리 눈이 맞고, 카린은 카린끼리 눈이 맞고, 마야는 마야끼리 눈이 맞는다.

내 아바타는 내 취향대로 꾸미고, 상대도 자기 아바타를 자기 취향대로 꾸민다. 같은 아바타 바디를 쓰거나 아바타 분위기가 유사한 유저끼리 잘 통할 수밖에 없다. 취향이 유사한 사람이니까.

그 이야기의 연장선이다.

 

의사는 의사끼리 연애하고 결혼하는 일이 많다. 연예인도 연예인끼리 결혼하는 일이 많다.

걔네가 사람의 급을 따지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인 친구가 연예인이 되면 생활 사이클이 자연스레 연예인 사이클로 바뀐다. 일반인 친구와의 접점은 점점 줄어들고, 자연스레 자기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연예인 동료와 그리고 주변에 접점이 많은 연예인과 친하게 지내는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스트리밍 방송하는 친구도 그렇고, 트위터 팔로워가 많은 친구도 그렇다. 커뮤니티에 댓글 많이 달리는 인기인도, 아바타를 정말 예쁘게 꾸민 유저도, 귀여운 목소리나 꿀 떨어지는 목소리인 유저도 그렇다. 셀루 유저가 셀루를 쓰는 이유가 있듯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유저도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다. 그리고 같은 이유와 목적을 가진 사람끼리는 쉽게 통한다.

귀여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그게 귀엽다 생각해서 내는 걸 테고, 귀엽다고 생각하는 요소도 그런 요소일 확률이 높다. 트위터를 하는 유저도 트위터를 하는 이유가 있을 거고, 트위터에서 팔로워를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 컨텐츠를 열심히 제작해서 올리는 유저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다. 같은 이유와 목적을 가진 사람과 더 쉽게 더 빨리 친해진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유명한 친구들도 (유명해지기 위해 노력한) 유명한 친구끼리 놀게 될 수밖에 없고, 이쁜 친구도 (이뻐지기 위해 노력한) 이쁜 친구끼리 놀 수밖에 없다. 내가 관심 가지는 인기짱 그녀가 나를 바라봐주지 않는 건 그녀가 고고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녀의 기준에서 내가 부족한 요소가 너무 많은 유저일 뿐이라 그렇다.

문화적인 차이를 초월해 나누는 진정한 사랑 따위는 없다.

가난한 집안에서 학교에서 삥이나 뜯으며 대충 다니다 배달 뛰는 친구가, 부자 집안에서 나름대로 대학 잘 간 어떤 자식과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만나 지낸다? 그런 일은 없다.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과 만나 끼리끼리 연애하고 결혼하지, 서로 배경도 환경도 다른 사람이 만나봐야 문화적 차이로 턱턱 걸린다.

허름한 고깃집에서 '따듯한 대화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된장찌개 리필해가며 영업 종료 시간까지 뻐기다 가게 문 닫아도 대화 공간이 필요해 가게 앞에서 30분씩이나 떠들고 나서야 집에 가는 배달원 삶을 사는 이랑, 짱짱한 대학교 나와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다 때려치우고 스타트업 도전하는 삶을 사는 이랑 서로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진다니 웃기지도 않지.

구씨 같은 소리 하네.

 

 

이런 뮤비는 그 시절에나 나올 수 있는 바보 같은 감성인 거지.

잘 배우고 차분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이가 초롱이 같은 사람이랑 연애를 하겠니. 초롱이 옆엔 초롱이 같은 여자만 있는 거고. 기생충 영화가 괜히 나온 게 아닌데. 서로 계급에 따라 끼리끼리 모여 살고 있는 세상인데.


내 친구들이 너무 잘나가지는 않았으면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네 주변에 친구가 가득할 때 다가가지 못 할 테니까. 걔네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네 앞에 당당히 서서 잘 지낼 자신이 없으니까. 너무 높은 곳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상에 붙어 사는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를 보러 가도 너무나 많은 대기 줄을 기다리는 일에 힘이 빠져 나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고, 나중엔 가게가 텅텅 비어 대기 줄이 없을 때조차 이젠 그 가게가 너무 어색해 이모가 갑자기 뭐 하다 왔냐고 물어볼 거 같아 무서워 네게 가지 않을 테니까. 혹시라도 가게 앞을 지나다 마주쳐 요샌 왜 안 오냐는 말을 들을까 무서워 가게 앞을 피해 돌아서 지나갈 테니까.

그렇게 자연스레 잊힐 테니까.

이쁜이인 너는 이쁜이랑만 놀게 될 테니까....

유니티도 열심히 안 했으면 좋겠고, 트위터 사진 올리는 일도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VRC도 열심히 안 했으면 좋겠고, 너무 매력적인 냄새 풍기며 주변 사람 홀리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너무 주변 친구에게 상냥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목소리도 자꾸만 단련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미 다들 가버렸네.

 

라고 할 뻔. (쓸데없이 진지하게 끝내면 너무 무거워질까 봐 끝에 추가한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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