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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같이 잤다고 같이 브수면 한 건 아니다 [VRChat 보고서 91편]

by 심해잠수부 2025. 1. 24.

"자고 있을 때 같이 자면 그게 브수면이잖아요. (내가) 잘 때 옆에 와서 ㄱㄱ"

친구의 발언에 공감할 수 없었다.

주먹을 쥔다고 다 깡패는 아냐. 악수를 한다고 다 짝패는 아냐. 신문을 본다고 다 똥 싸진 않아. MIC를 잡는다고 다 MC는 아냐. 소문이 돈다고 다 진실은 아니고, 술을 먹는다고 꼭 솔직하진 않지. 라임을 짠다고? 랩이 아닐 수도 있어.

같이 잤다고 같이 브수면한 게 아닐 수도 있어.

 

친구들과 농담삼아 '나쁜 브수면'과 '착한 브수면'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친구가 가진 브수면의 정의가 착한 브수면 계열밖에 없을 때, 나쁜 브수면의 존재를 알려주면 동심(?)이 파괴된 듯 친구가 충격을 받곤 한다. 성적인 분위기로 넘어가는 과정을 지닌 브수면도 있단 얘기니까.

갑자기 왜 너무 자극적이고 이상한(?) 얘길 하냐면, 같은 브수면이어도 전혀 다른 영역이 존재한단 얘길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브수면이란 개념을 유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길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브수면을 할 때엔, 브이알을 끼고 같이 잠드는 행위가 전부가 아니다

 

타인과의 브수면에서 원하는 바는 유저마다 다르다.

잠들기 전 대화하며 떠드는 일을 중요시 여기는 유저가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 차분하게 대화하다 잠드는 일. 혼자 자기 외로워서 누군가와 같이 있다 잠들고 싶은 유저에게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대화를 하지 않고 정말로 같이 잔다는 개념에만 충실한 유저도 있다. 대화까진 필요 없고, 같이 누워있다는 감각만 충족되면 되는 유저. 그러다 중간중간 깼을 때 옆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만 있으면 충분한 수준.

반대로 일어났을 때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 주길 바라는 유저도 있다. 일어났을 때 비몽사몽인 연인 얼굴 보고 깨어나듯이 누군가와 같이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 유저.

아니면 아까 말했다시피 나쁜 브수면으로, 누군가와 행위를 한 뒤에야 잠드는 유저도 있다.

 

유저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듯이 허용되는 영역도 모두 다르다.

같이 대화하는 시간이 중요한 유저는 자기가 잠들었을 때 곧장 떠나도 아무렇지 않다 여긴다. 반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계속 잔다는 느낌을 원하는 유저는 친구가 잠들자마자 떠나면 매우 섭섭해한다.

누군가 있기만 하면 충분해서 퍼블릭 월드에서 잠드는 걸 좋아하는 유저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와의 교감이 중요해 조용한 방에서 둘만 자는 걸 좋아하는 유저도 있다. 어떤 유저는 같이 있다는 의미만 충족하면 되어서 브이알이 아니라 디스코드로 수면을 해도 괜찮은 유저도 있고, 외로워 누군가가 필요하지만 브이알 쓰고 자기 힘들어 디스코드로 수면을 하는 유저도 있다.

호감 가는 유저 옆에서 얼굴 보며 잠들기만 해도 충분한 유저도 분명 있겠지만, 내 경험적 통계상 같이 브수면하는 걸 원하는 유저는 대화가 오가는 그 분위기나 대화는 하지 않더라도 잠들기 전 서로 편안하게 누워 쉬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때문에, 이미 잠든 유저 옆에서 같이 누워 자는 걸론 만족할 수 없는 유저도 분명 존재한다.

나 잘 때 옆에서 자란 말은, 전혀 다른 브수면을 원하는 이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

 

사전적 정의로는 브이알을 끼고 잠드는 행위가 맞지만, 브이알을 끼고 잠드는 이유는 모두 다르다. 혼자서 브수면하는 일이 많지 않은 만큼, 브수면은 잠을 자는 행위보다 타인과의 작용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브이알을 끼고 자는 행위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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