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웅동체인 Flatworm은, 상대방의 성기에 찔린 녀석이 암컷이 되어 임신을 한다. 서로 상대를 찌르려고 하기 때문에, 고추 싸움과 다를 바 없다.
조금 피곤한 글이 될 수 있기에 먼저 설명을 하고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암캐'와 '수비'는 같은 표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르게 사용한 의미다.
이 글에서 암캐는 수비를 즐기는 유저를 말하는 거고, 수비는 단순히 역할 구도에서 받아들이는 역할을 말한다.
내 가치관에서는 암캐나 수비는 다른 의미고 음지 용어로 암캐는 조금 더 깊은 의미라고 생각하긴 하는데(다른 글이나 친구끼리의 대화에서는 내가 같은 표현을 사용했어도 이 글에서의 의미와 전혀 다르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수비 성향 유저를 말한다.
조금 더 나은 표현이 있었을 수 있지만, 이 글에서 다른 말로 표현하기 애매하여 암캐라고 표현했다.
VRC 내 어떤 문화가 어떻게 평가받든 간에, 남남 간 이루어지는 행위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VRC엔 공격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보다 수비 역할을 자처하는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다. 쓰레기 한남 같은 행동을 하는 공격 유저는 인기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인기가 많아지는 이상한 게임.
그런데 그러한 사실을 아는 유저는 어떠한 불문율(?)을 가끔씩 궁금해한다.
자기들끼리도 매력을 느낄 거 아냐? 근데 암캐랑 암캐는 절대 서로 이어질 수가 없다던데. 수캐랑 수캐는 어떻게든 이어지긴 한다던데, 암캐끼린 서로 친구로서 성격이 아무리 잘 맞았어도 성향 둘 다 수비면 절대 안 된다던데. 거기다 공격 유저가 수비 성향으로 바뀌면 과몰입 무조건 깨진다던데.
현실의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공간과 똑같은 문제가 존재하는 공간. 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면 모두가 불편해한다. 불편하지 않게 표현하자면, 남녀 사이에서 SM 플레이를 하는 분들도 M끼리 만나지는 않으니까 어쩔 수 없지.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는 그들이 궁금해하는 건 "걔네끼리 좋아하게 됐을 땐 어떻게 해? 못 해?"
수캐끼리 눈 맞았을 땐 어떻게든 해결되지만, 암캐끼린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알면 간단한 이야기다.
둘 다 공격을 자처한다면, 어차피 조금 더 약한 사람이 수비가 되기 마련이다. 서열이 잡히면 알아서 해결된다. 다만 그런 행위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수캐끼리도 쫑나는 건 똑같다. 성향이 안 맞는 행위를, 좋아하지도 않는 행위를 꾸준히 지속하긴 어려우니까 상대를 아무리 좋아해도. 서열이 잡힌다고 해서 지속되는 게 아니다.
둘 다 수비를 자처한다면, 누군가가 조금 더 약한 사람이 된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가 공격이 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가 조금 더 암캐 같다고 해도, 공격해 줄 사람이 없다. 공격 안 하면 아무 행위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걔네는 시도도 못 하고 쫑날 수밖에 없다.
딱 이 정도의 차이다.
수캐끼리도 성향이 맞지 않으면 암캐들처럼 똑같이 이어지지 않는다. SM 플레이에서 S 둘이 있다고 한 명이 M이 되는 게 아니니까. 다만 수캐끼린 한 명이 양보하면(혹은 한 명이 압도하면) 어떻게든 한 번은 해결이 되는 반면, 암캐끼린 심적으로 양보를 해도 공격 행위를 할 마음이 없으면 행위조차 일어날 수 없을 뿐이다.
그래서 암캐끼리는 할 수 없냐?
못 하진 않는다.
하고자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수캐끼리나 암캐끼리나 실제 동성애든 SM 플레이든 같은 성향끼리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면, 어느 공간에서나 똑같다. 상대방을 조금 더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마치 연인 사이에 더 좋아하는 사람이 을의 입장을 자처하게 되듯이, 상대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양보를 해서라도 마음을 얻고 싶어 한다.
만약 자기가 암캔데 암캐와 논다, 수캔데 수캐랑 논다 싶으면 더 좋아하는 누군가가 양보했다고 생각하면 대부분 맞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성향을 포기하고 상대방에게 맞춰준다. 공격을 좋아하지 않아도 공격을 하면 되는 일이다. 수캐가 수비를 좋아하지 않아도 수비를 했듯이.
내가 상대방을 더 좋아하고 상대방이 날 덜 좋아한다는 생각이 누군가는 우울할 수 있겠지만, 생각을 한 번만 바꾸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만약 SM 성향인 누군가가 같은 성향인 누군가가 너무 좋다면 정말 안타까울 테니까. 만약 현실에서 동성애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진짜 안타까울 테니까. 때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맞는 성향이 전혀 없는데 맞아주기엔 너무나 힘들고, 실제 남남 커플이라면 물리적으로 수비하는 일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양보할 수가 없을 테니까.
그래도 가상 공간이니까 내가 양보해서 좋아하는 사람과 더 깊은 관계로 지낼 수 있는 거잖아.
둘 다 양보하기 싫으면 아쉬운 거지.
같이 못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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