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유명해질 때가 있다. 아니, 친구가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옆에서 체감하는 순간이 있다. 항상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거나, 트위터에서 팔로워가 많을 뿐만 아니라 멘션도 잔뜩 달리는 친구거나, 커뮤니티에서 댓글이 잔뜩 달리는 친구거나.
친구의 위치를 모를 땐 별 생각 없이 잘 지내다가도, 친구의 위치를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주눅이 들곤 한다.
나는 친구를 급 따져가며 사귀는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 한다.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지고 접근을 하는 사람이나, 반대로 자기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뭐 없는 친구를 잘 받아주지 않는 친구들. 이름있는 친구에게 관심이 가는 거까진 그래도 유명하면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이해할 수 있는데, 자기가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사람을 가려가며 사귀는 친구들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가 연예인이라고 해서 굳이 평범한 자리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나? 연예인이라 좋다는 거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만난 사람일 뿐인데. 좋은 사람 좋은 거고 아닌 사람 아닌 거지, 내가 상대적으로 뭐 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좀 치는 사람 같으면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건 진짜 베베 꼬인 사람 아닌가?
그래서 급 따져가며 사귀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 한다.
급 따지는 행위도 이해할 수 없고.
네가 다 낡아빠진 마티즈를 끌고 나와도 난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런데 급 안 따진다면서, 정작 나는 친구의 인기를 실감하면 주눅이 들고 만다.
네가 다 낡아빠진 마티즈를 끌고 나와도 난 이해할 수 있지만, 네가 페라리 끌고 오니까 주눅이 드네?
정말로 급을 안 따지면 상대방이 높아 보일 때도 내가 당당해야 하는데, 마치 게임에서 상대방 티어 보고 나면 플레이 소심하게 하는 사람마냥 주눅이 들고 만다. 그래서 앞으로 무빙해야 할 때도 뒤로 무빙하다가 처맞는 게이머처럼, 평범한 친구였으면 먼저 접근했을 상황에 괜히 "쟤는 딱히 날 필요로 하지 않을 테니까" 싶어서 말을 걸고 싶을 때도 굳이 말을 걸지 못 한다.
그들은 내가 다가가지 못 하는 모습에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지만
나도 급 따지는 사람과 다르지 않은, 사고는 똑같고 선택의 방향성만 다른 사람일 뿐.
관심을 더 많이 받고 싶다는 이유로 더욱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유저들이 있다.
아이돌 같은 취급을 받고 싶어 하고, 많은 친구에게 치야호야 받으며 지내고 싶어 하고, 유명한 사람과 같은 급이 되어 그들과 친구가 되길 원하고, 팬박스로 수금까지 달달하게 하면서 지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그저 트위터에서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좋아요를 받고 싶어 하는 단 하나의 이유로 더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관심을 더 받는 일이 마냥 장점만 있는 일인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더 높은 곳을 지향하는 동안, 내 주변의 누군가는 따라오지 못 하고 거기에 머물러있다.
새로운 풍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지내는 일에 만족한다면 괜찮겠지만, 아니 대부분은 그 상황이 즐거워 이전의 기억조차 떠올리지 않겠지만, 그 때 그 친구들이 생각날 때가 분명 있다. 나 혼자 아무리 그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 하더라도, 그들에겐 범접할 수 없는 인기인처럼 보일 수 있다. 내게 앉을 자리를 내어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유명세 때문에 친해지고자 하는 지긋지긋한 사람이 환멸이 날 때 즈음에 그들이 생각날 수도 있겠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그래서 유명해지면 안 된다는 거냐고?
그런 말을 하고픈 건 아니다.
다만, 나란 존재가 인기가 많은 사람처럼 보이는 게 손해가 되는 일이 분명 있다.
나는 여전히 외로운데도, 친구는 나를 인기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점점 찾아오지 않고 거리를 두다 멀어지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내가 그저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신경 써주느라 호감작을 잔뜩 해놔서 주변 사람이 나를 많이 찾을 뿐이었어도, 항상 인스턴스에 사람이 가득하고 트위터나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달라붙는 모습은 어떤 친구의 눈엔 너무나 나와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접근하기 어렵게 바뀔 수도 있다.
용기를 내어 꾸준하게 친구에게 말을 걸고 여전히 같은 친구라는 걸 느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많은 친구를 받아주느라 어울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신경을 써주지 못 하는 모습은 친구의 용기조차 점점 갉아 먹는다. 이렇게 인기 많은 친구가 내게 신경을 써줄 리가 없어. 내 자리가 있을 리가 없어.
지금의 친구를 소중히 여긴다면, 인기에 매몰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소중한 건 가까이 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별을 안고 싶다면, 소중한 걸 놓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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