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금까지의 글 중 가장 불편한 글일 수 있습니다.
브붕이 게이 아니냐는 말이 불편하면 뒤로가기를 누르는 걸 추천합니다.
나는 8년 전 즈음에 범성애란 단어를 처음 들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범성애란 표현을 싫어하고 있다.
양성애자란 단어가 있는데 범성애자를 왜 써야 하느냐 남자 여자 어차피 둘 중에서 좋아하는 건데 왜 범성애자란 표현을 써야 하느냐 내가 입 삐죽 내밀며 말하면, 공부 많이 하신 어떠한 분들은 너가 너무 무식하다며 성별에 따른 이유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아니라 성별을 신경 쓰지 않는다느니 그런 말을 하기도 한다.
근데 나는 그런 거 잘 모르겠고, 그런 표현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친구는 항상 모순덩어리 같은 모습을 많이 드러내 싫었다.
하는 행동만 보면 게이가 맞는데 자꾸 자긴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범성애가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최근에 친구랑 대화하다 보니 친구가 재밌는 말을 하더라.
범성애라고 포장해야 게이가 아니라고 피하기 쉽다고, 그래서 걔네가 그런 말 하는 거라고.
너무 비겁한데?
VRC 유저도 똑같은 모습을 많이 드러낸다.
남자끼리 어울려 노는 VRC 남성 유저는 다 게이다 같은 얘길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VRC를 하는 만큼, 그들의 모습과 생각과 가치관을 무시한 채 게이라고 싸잡아 표현하고 싶진 않다. 그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도 그들의 게임 속 모습만 보고 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소녀 아바타를 보면 남자 목소리가 아무렇지도 않아 지는, 그저 상상력이 풍부해서 게임에 과몰입을 잘 하는, 현실에서 여자만 좋아하는 평범한 이성애자 유저라고 나는 그들을 감싸주고 싶다.
실제로 그들은 여자를 정말 좋아한다.
진짜 여성 유저가 나타나면 남남 과몰입 하는 애들도 자꾸만 여자 주변에 들러붙거든! 이 녀석들 같은 남자여도 계집애처럼 행동하고 중성에 가까운 목소리 또는 여목에 가까운 애들 훨씬 더 선호하거든!
그들의 진심과 행동을 보고 나면 게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가 남자여도 미소녀 아바타 보며 여자를 상상하며 대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와 만족할 정도의 교류가 없어 남자를 대체품으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뿐이지 않을까.
VRC 안 하는 사람에겐 게이로밖에 안 보이겠지만, 난 VRC 하는 일반 유저니까 걔네 마음 생각 알 만큼은 알잖아.
그리고 그런 얘기들을 나도 이 블로그에서 몇 번 했었고.
나는 평범한(?) 그들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알 수 없는 어떠한 선을 넘고 있는 유저들.
VRC에서 과몰입을 하면 현실 연애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는 존재한다. 나는 그들의 가치관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들의 가치관도 나름 일리가 있다 생각한다. 그 사람의 마음이고 그 사람의 가치관인데 그걸 뭐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게 뭐 어때서.
근데, 남자도 좋아한다 하면 되지 왜 아니라고 그러지 자꾸?
그런 행동을 하는 유저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맞다.
남자 목소리를 좋아하거나, 게임 속에서 미소녀 아바타 쓰고 연기하는 이가 아닌 실제의 그를 좋아하거나, 남자인 걔랑 하고 싶어 한다면 남자를 좋아하는 게 맞다.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저 변태일 수도 있고, 여자도 좋아하는 양성애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양성애자라고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며, 변태라고 해서 남자랑 할 수 없는 남자가 아니게 되는 거도 아니다. 뭐가 됐든 간에 남자인 걔를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게 맞다.
그런 행동을 원하고 행하는 유저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맞다.
근데 걔네는 이상한 말을 끌어와서 어떻게든 자기가 게이가 아니라는 듯 말한다.
엄청 예전에 친구 하나가 있었다.
걔는 남자인 친구 누구가 빨아도 되냐고 할 때 허락도 해주고, 자기한테 잘 해주는 남자인 그 친구한테 엄청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걔는 친구로서 호감이라고 자꾸만 부정했지만, 옆에서 보기엔 아무리 봐도 남자인 걔를 좋아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걔는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떼길래 너무 어이없고 괘씸해서, 여러 질문을 통해 걔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맞다고 인지를 시켜준 적이 있었다. 자기도 결국엔 반박을 할 수가 없으니 인정했다.
인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자긴 그런 게 아니라며 부정했다.
그저 잘 해줘서 조금 좋아하는 것 뿐이라고.
부정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은 어떠한 요소를 부정한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애를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었던 적이 있다. 걔는 날 안 좋아했고, 날 안 좋아하는 걔를 내가 좋아하면 너무 짜치는 거 같아서 내 마음이 자꾸만 내게 구라를 쳤던 적이 있다. 나는 걔를 안 좋아한다고 자기 세뇌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런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리고 VRC에서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봐도 얜 남자인 걔를 좋아하는 건데 어떻게든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리화하는 친구를 우린 자주 볼 수 있다.
자기 마음에 손을 얹고 다 내려놓고 솔직하게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암캐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성적으로 휘둘리고 싶어 남성 유저를 좋아한다 해도 그건 남자 좋아하는 거니까, 여자가 되고 싶어 남자를 원한다고 해도 그건 남자 좋아하는 거니까, 여성스러운 남자애를 좋아해서 여자를 좋아한다고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범성애 운운하며 게이 아니라는 듯 말하는 변명 집어치고 솔직하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진짜 게이 아닌 건지.
아니면 게이가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건지.
게이가 아니어야만 하는 건지.
남자도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시원하게 말하면 될 텐데, 뭐 그리 짜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부정하는 걸까.
엄청 양보해서, 범성애가 맞다 치고 범성애인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게이일 뿐이다.
그렇게 범성애라 걔 좋아하는 게 당연하면 남자인 걔를 좋아하는 게 남자라서 좋아하는 게 아닐 테니 당당하게 행동하면 될 텐데, 굳이 어떻게든 남자인 걔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람인 걔를 좋아한다며 아무 쓰잘데기 없는 아무도 관심 없어 하는 자기의 변명을 자꾸만 염불 외듯이 말한다.
자기가 남자 좋아하는 걸 인정하면 어떠한 이유로(여자를 만나지 못 해 남자를 받아들이게 됐다는 이유 따위의 무언가로) 부끄러울 거 같아서 남자 좋아하는 게 아니라며 부정하고 합리화하는 걸까. 마치 내가 짜치는 직장에서 일하던 시기에, 내가 생각해도 나란 존재가 너무 짜치는 사람 같아서 주변 사람 깎아내리며 '내가 구린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자꾸 어필했듯이.
아니면 친구들이 자긴 게이 아니라며 게이 무브 치는 유저들 혐오스럽고 싫어한다고 자꾸 어필하니까 정작 남자랑 어울리면서도 그런 소리 들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습관적으로 부정하고 합리화하는 걸까. 남자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그저 게임 속에서 과몰입만 하는(실제 남자는 불편한) 유저가 보기엔 기분 나쁠 때가 많으니까.
어떤 이유가 됐든 간에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자신이란 걸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게 건강한 삶일 테니.
'VRChat > VRC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감고닉과 안호감고닉의 차이 [VRChat 보고서 83편] (2) | 2024.10.12 |
---|---|
친구 네토라레 [VRChat 보고서 82편] (2) | 2024.10.10 |
퀘스트 목록과 과몰입을 향한 신뢰 [VRChat 보고서 80편] (0) | 2024.09.28 |
누구나 겪을 법한 흔한 정치질 이야기 [VRChat 보고서 79편] (0) | 2024.09.24 |
만나지 않으면 관계는 사라진다 [VRChat 보고서 78편] (0) | 2024.09.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