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호감고닉이야 누구든지 될 수 있지만, 다수의 호감고닉이 되는 건 쉽지 않다.
장점만 가진 좋은 유저면 호감고닉이 될 수 있는 걸까?
미슐랭 쓰리스타 파인다이닝의 음식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걸까?
제육도 맛있으면 별처럼 빛나고, 파인다이닝의 어떤 메뉴도 맛있으면 별처럼 빛난다.
포르쉐 타고도 국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다. 돈이 많아서 매일 고기에 금가루 뿌려 먹을 수 있는 사람조차 제육 국밥 백반 떡볶이 김밥을 찾고, 부의 임계점을 넘은 사람도 깜빵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 치킨을 시켜 먹는다.
마냥 상냥하고 아름다운 사람만을 원하는 세상이 아니다.
장점만 가진 사람이라면 많은 이의 호감을 살 확률이 높겠지만, 그런 사람 모두가 항상 호감을 받으며 사는 건 아니다. 똑같이 상냥하고 예쁘고 아름다운데도 누구는 인기가 많고 누구는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유명세도 똑같다.
유명하다고 다 호감고닉일 거 같지만, 유명한데도 과몰입 도킹조차 들어오지 않아 자존감을 위협받는 유저도 있다.
팔로워가 많고, 리퀘를 많이 받고, SNS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고, 커뮤니티에서 댓글을 많이 받는 거랑은 상관없다. 그들이 다수의 호감고닉일 확률은 높겠지만, 같은 유형의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다.
아바타가 예쁘다, 성격이 좋다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흑백요리사에서 '에드워드 리'가 엄청 주목을 받았다. 결과가 더 좋았던 분보다 이 분이 받은 주목도가 훨씬 더 뛰어나다. 그런데 에드워드 리가 요리를 잘 하기도 하지만, 처음 주목받은 건 요리와 상관이 없는 요소였다.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건, '물코기'였다.
그 때부터 주목을 받았고, 과정을 거치며 많은 사람의 감성을 씨게 건드렸다.
에드워드 리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요리하는 돌아이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방송하면서 야발을 갈기고 정서불안 같은 모습도 보였지만, 많은 사람의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방송에서 야발거린다느니 자꾸만 나댄다느니 누군가가 싫어할 요소를 분명 가지고 있는 그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요소가 다른 사람에겐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똑같이 주목을 받아도 주목받는 이유가 전부 다르다.
다수의 사람이 어떤 이유로 나를 좋아할지, 어떤 이유가 나의 좋아하는 모습일지는 알기 어렵다.
같은 요소여도, 그 요소가 누구에게 들려있냐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부터 자주 하던 말이 있다.
개씹오타쿠찐따처럼 생겼다면, 차라리 목소리나 말투 성격도 개씹오타쿠찐따 같은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조폭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 계집애 같은 말투와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조화롭지 않다. 차라리 진짜 대화하기 피곤한 그 양아치 특유의 톤과 외모,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여자도 있을 테니까.
실제로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성욕 불끈불끈에 나올 거 같은 오타쿠 같은 친구가 있었는데, 온라인에서 자기를 마음에 들어 한다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아니 찐따인 날 왜 마음에 들어 하느냐" 걱정하며, 자기 사진까지 다 보내주며 "나 이렇게 생겼다 너가 좋아할 외모 아니다 살도 많이 쪘다 너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어필을 했지만, 상대는 오히려 좋다 그랬다.
왜?
왜냐면, 자기를 마음에 들어 한다던 걔는, 개찐따같은 친구가 야한 거에 눈 돌아가서 자기에게 개찐따처럼 존나 앵기면서 배려없이 야스하는 걸 보고 싶어 했거든. 누군가가 자기를 그렇게 사용하고 소비하면서 약간 떠받들어지는 듯한 그 기분을 느낄 상상을 하고 있었거든. 그래서인지 애매하게 정상인 척하는 친구들에겐 관심이 없었고, 진짜 개찐따 같은 친구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정상인 척하는 애들은 배려한답시고 자기한테 하나하나 다 물어볼 게 뻔하니까.
내가 가진 요소가 내가 들고 있을 때 얼마나 조화롭냐.
백종원이 말한 적 있듯, 할머니가 운영하는 허름한 백반집 천장에 거미줄 쳐져 있으면 그거도 인테리어고 감성이고 맛이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전혀 생성해 낼 수 없는, 거미줄과 조화를 가질 수 없는 공간에서는 하나의 단점일 뿐이다.
다수의 호감고닉이 되는 유저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가진 모든 요소가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하게 자연스럽다.
어느 하나 불필요한 요소가 없다.
마치 안성재가 '꽃을 왜 올렸는지 모르겠다 굳이 필요 없는 걸 올릴 필요가 있었냐'며 박하게 평가를 주었듯이, 호감고닉이 갖춘 요소엔 불필요한 요소가 없다.
이런저런 요소가 귀여움을 가리키고 있는데 아가리에서 섹드립이 주기적으로 나온다거나, 이런저런 요소가 아이돌스러움을 가리키고 있는데 똥 마렵다는 얘길 자꾸 한다거나, 존나 섹시한 줄 알았는데 술만 처먹으면 입으로 개소리만 짖는다거나 따위의.
호감고닉이 될 수 없는 자들은, 자신의 어떠한 요소가 하나로 조화를 이루지 못 하기 때문이다.
하나로 잘 섞여서 비빔이 되어야 하는데.
비빔 인간이 음악에 녹아들지 못 하고 깨달음을 얻어 비빔의 사상을 가지게 되었듯이, 호감고닉이 되려면 자신의 다채로운 요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비빔 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진짜 귀엽게 농빵으로 꾸민 아바타가, 적당히 차분한 톤과 성격과 어울려서, 애매하게 귀여운 척하며 V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많은 사람과 어울리진 않지만 적당히 두루두루 잘 지내며 잘 녹아드는 모습이, 그러한 모습이 자연스레 조화가 되어 호감고닉의 페로몬을 풍긴다.
유명하다고 호감고닉이 되는 게 아니다.
아이돌 같다고 호감고닉이 되는 게 아니다.
장점만 잔뜩 가진다고 호감고닉이 되는 게 아니다.
나이라는 단점도 자신의 요소와 잘 섞여 편안한 분위기가 되면 브부이 30대 와인론이고, 나이라는 단점을 극복해 내지 못 하면 꼰대틀딱 아저씨다. 가끔 누군가는 30대라고 다 좋아해 주는 줄 알지만, 30대도 그 요소가 잘 버무려졌을 때 30대인 거지 나이만 처먹었다고 좋아해 주는 게 아니다.
자신의 요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백반집에선 천장의 거미줄조차 인테리어가 되듯이, 요리하는 돌아이의 단점처럼 보였던 요소가 요리에 진심인 순진한 듯한 모습과 어우러져 단점조차 긍정적인 매력을 갖게 해주는 장점으로 변했듯이.
다만 안타까운 건.
이를 알고 있다 해도, 자신의 장단점조차 제대로 나열할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장단점을 정리하고 고민하여 어떠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만 호감고닉이 될 수 있는데, 정작 우리는 자신의 장점 10개만 써보라고 해도 쓰질 못 한다. 단점 수백 개씩도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단점조차 제대로 쓰지 못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어떤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데 어떻게 다수의 호감고닉이 될 수 있을까.
그걸 모르니 맨날 천날만날 아바타나 깎으며 아바타 탓을 한다. 아바타가 예뻐지면 좋아해 주지 않을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아바타를 깎았지만, 아바타가 문제가 아니라는 건 내게 솔직해지면 금방 알 수 있다.
호감고닉이 되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우리 주변의 호감고닉들조차 자기가 노려서 호감고닉이 된 게 아니다.
우리 주변 호감고닉은,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다 보니 운 좋게 잘 비벼져 좋은 분위기를 가지게 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노력하다 보니 하나가 운 좋게 얻어걸려서.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 보니 성공의 방법을 몰라도 성공한 사람들처럼.
스타는 시대가 원해야 나오는 거고, 스타성이 있는 플레이어는 시작할 때부터 정해진 경우가 많다.
대개 스타성이 있는 선수들은 신인 때부터 주목받았던 경우가 많다.
아무리 야구를 잘 하고 노력해도 스타성이 없는 선수에게 스타성이 생기진 않는다. 외모가 잘 생겼다고 스타성이 생기는 거도 아니고, 외모 잘 생기고 야구 잘 한다고 스타성이 생기는 거도 아니다. 잘 하는데도 애매한 선수도 많고, 아무리 잘 해도 주목받지 못 하는 선수도 많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수의 호감고닉이 되는 일이라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스타성이 없다고 인생을 잘못 산 건 아니다.
내가 다수의 호감고닉이 못 되었다고 해서 브부이 우우래 할 일은 아니다.
애초에 다수의 호감고닉이 되고 싶다는 유저들조차 정작 자기가 원한 건 그게 아닐 확률이 높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자기를 좋아해 줄, 자기를 치야호야 해주고 아껴줄 '내가 좋아하는' 친구일 테니까. 그저 치야호야 받고 싶을 뿐일 테니까.
호감고닉이 되고자 괜한 곳에 힘 빼지 말고 알아서 잘 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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