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황불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친구 네토라레(?)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아니다. 음지에 속한 친구는 수치심이 없고 내 친구들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고, 그 다음의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친구 네토라레' 때문이다.
자신의 매력으로 여러 사람을 홀리는 여우 같은 삶을 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
나는 정말로 매력이 없고, 현실이든 온라인이든 VRC든, 항상 나는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매력 정도를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자주 놀려고 하는 친구들은 죄다 제육, 떡볶이, 순대, 김밥인데 나는 정작 군대 똥국이다.
자기비하가 아니다.
면전에서 님은 호감고닉이 아니다는 말을 대놓고 듣기도 하고, (겉의 이미지가) 브세계 소시민이란 표현을 듣기도 하고, 내가 자기비하식으로 콘돔 인간(인간 자체가 임신시킬 일 없는 콘돔이라는 뜻)이라며 노꼴인간이라고 말하면 오히려 너가 정확하게 보고 있다며 공감을 해주기도 하는 등 정말로 매력이 없다.
물론, 내 업보다.
목소리도 평범하고, 성격도 엄청나게 상냥하지도 않고, 맨날 뻘소리 개소리 섹드립만 하고, 유니티도 뉴비 때나 열심히 했지, 이제 잘 건들지도 않고 맨날 똑같은 의상 똑같은 아바타 옛날 소체 가지고, 게임도 안 해 술도 안 마셔 노가리도 안 까 누워만 있으니 당연히 매력이 없지.
근데 내 주변인은 다들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순대 김밥 떡볶이 국밥 치킨.
친구를 뺏는다는 표현을 선호하진 않는다.
친구를 빼앗긴 건 의도했을 때 빼앗긴 거라고 할 수 있으니까.
의도해서 내 친구를 뺏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를 통해 서로 친해진 뒤 내가 선택받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저 더 나은 사람이 있을 때 내가 친구에게 선택되지 못 하게 될 뿐이다. 빼앗겼다고 할 수 없다.
물론, 나에게 관심은 없지만 내가 픽한 아주 매력적인 친구들을 골라 먹으려고 알짱대는 그러한 친구도 있긴 하지만, 그런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나를 큐레이터로 바라보고 내 주변에서 알짱대며 내 친구를 골라 먹는 친구는 내가 브붕이로 살아가며 2년 넘는 시간 동안 얼마 보지 못 했다.
그저 지들끼리 눈 맞아 친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얘길 하면, 매력이 어느 정도 있는 친구들은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하지 못 한다.
"같이 서로 알게 되어서 다 같이 잘 놀면 좋은 거 아냐?"
그렇지 않다.
내 친구보다 나의 우선순위가 높을 때 그렇게 될 수 있는 거고, 내 친구보다 나의 우선순위가 현저히 아래에 있으면 자연스레 나에게서 멀어진다. 이전엔 그가 퇴근하고 나와 하루에 1시간씩 보내주었는데, 그 친구를 만난 뒤 그의 소중한 1시간을 가장 매력적인 사람에게 써야 하니까 나는 자연스레 탈락한다. 그는 내 친구에게 가야 하니까.
같이 놀고 싶어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의 눈길은 항상 그에게 더 많이 향한다.
현실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얘기다.
꼬추 새끼들끼리 노는데 누가 그런 걸 생각해.
근데 VRC는 현실이 아니다.
모든 관계를 잠정적 연애 상대 대하듯, 친구 관계여야 할 관계를 이성 친구 관계처럼 대한다.
NTR은 아닐 수 있다. 근데 BSS는? 보쿠가 사키니 스키닷따노니!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나는 NTR 혐오하는 사람도 BSS 혐오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없다. 양보 조금 해서 NTR은 실제 관계를 빼앗긴 거라 쳐도, 양보를 100번 넘게 해도 BSS 타령하며 NTR이라고 혐오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한라감귤이 그린 만화가 BSS 논란으로 파묻혔을 때도 나는 한라감귤 편이었다. (저게 왜 문제가 돼? 라는 생각 때문에 한라감귤이 불쌍해보였다)
하지만 어쨌든, 한라감귤이 파묻힌 이유는 BSS가 그들에겐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를 빼앗겻다 라는 표현은 BSS의 감성과 유사하다.
친구라는 건 빼앗기는 게 아니다. 친구는 그저 더 나은 누군가를 선택했을 뿐이다. 내가 먼저 좋아했지만, 나보다 더 매력적인 누군가를 선택했을 뿐이고, 더 나은 친구에게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친구를 빼앗겼다 생각하고 BSS 혐오하듯이 친구를 빼앗는 친구를 원망한다.
한라감귤이 오따쿠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듯이, BSS를 싫어하는 사람은 꽤나 많다.
당연히 친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유저도 많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현실에선 친구와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만난다.
모텔 등의 프라이빗한 공간이 아니라, 다른 친구가 개입할 수 없는 공간. 술 마시다가 만나지 않는 이상 만날 일 없다. 술 마시다가 만나도 서로 인사나 하지 서로 존중하며 합석은 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와 친구가 어울리는 일 그렇게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다른 친구와 무얼 하든 다른 친구들은 개입하지 못 하고 친구 각자의 관계로 존재한다. 내가 따로 소개시켜주지 않는 이상, 그들은 절대 만나지 못 한다. 다른 공간에서 그들이 만났다 쳐도 내 친구를 빼앗은 게 아니라 그저 내 친구끼리 어쩌다 서로 알게 될 루트를 통해 만났을 뿐이다.
내가 개입한 공간도 아니며, 내 친구가 의도하고 접근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니다.
하지만 VRC에선 주황불을 하지 않으면 그들은 자꾸만 내 인간관계에 개입한다. 현실에선 서로 술자리에서 만난 듯 인사만 하고 가는데, VRC에선 옆에서 죽치고 있다 대화를 하다 서로 친해지고 친추하는 순간이 온다.
그게 잘못됐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다.
원래 그런 게임이라는 얘기일 뿐이다.
트위터처럼 서로 개소리하고 친구의 친구 건너 건너 트윗 보다가 계속 친해지며 인간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힌다. 그 과정에서 내 친구는 내 인간관계를 무한히 침범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내가 친구에게 선택받지 못 하는 일은 언제든 발생한다.
그리고, 반대로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도 똑같다는 걸.
나도 친해지는 친구들 대부분이 내 친구의 친구들이었다.
나도 누군가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친구를 선택하지 않고 더 매력적인 새 친구를 선택하는 일이 수없이 있어왔다. 지금도 그렇다. 친구를 만나러 가서 놀다가 친해지는 친구가 어제도 있었고 그제도 있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게임의 생태다.
원래 그런 게임이다.
내가 빼앗기기 이전에 내가 빼앗은 게 훨씬 많을 거다.
내 친구들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친구 목록을 한 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퍼블릭에서 무턱대고 만난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은 친구의 친구들을 통해서 시작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친구를 빼앗겼다며 억울해할 필요 없다.
그저 생태계의 순환구조에 놓여있었을 뿐이었으니까.
다만, 내가 매력이 없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 하는 일이 너무나 많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매력적인 누군가들이 자기를 포함해 여러 사람을 이끌며 잘 노는 모습과 달리, 매력 없는 내가 항상 경쟁에서 뒤처지듯 밀려나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멘탈에 상처를 입는 유저도 존재한다.
빛나지 못 하는 이는 멘탈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멘탈을 지키고자 친구를 소개시켜 주는 일을 꺼리고, 친구와 친구가 만나는 공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한다. 맨날 주황불이냐 욕해도 초록불 속에서 모든 관계의 징검다리가 되어주다 멘탈 터지느니 주황불이라 욕 처먹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1년 넘게 주황불 속에서 살고 있다.
이기적인 모습이어도
초라하고 찌질한 모습이어도
다른 사람이 이해하지 못 하는 모습이어도
매력 없는 사람은 매력 없는 삶에서 자길 지킬 방법이 필요하다.
내가 같이 있고 싶은 친구가 날아가지 못 하게 조금이라도 더 1분이라도 1초라도 조금 더 오래 놀 수 있게 현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걸, 남들이 들어봐야 진지하게 들어줄 리는 없겠지만. 왜 저런 생각이나 하냐며 꼽이나 주겠지만, 매력적인 너가 뭘 알아! 선택받지 못 하는 사람의 슬픔을! 게임 속 관계를 현친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여기는 녀석들이 뭘 알아!
친구에게 왜 내 친구를 뺏냐고 묻고 따지는 건 NG다. 왜 뺏냐고 생각이야 얼마든 할 수 있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면 안 된다 그건 피해망상에 남탓이니까. 내가 못 나서 내 친구가 나를 선택하지 않을 뿐이니까.
내가 매력이 부족하다면 알아서 잘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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