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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누구나 겪을 법한 흔한 정치질 이야기 [VRChat 보고서 79편]

by 심해잠수부 2024. 9. 24.

VRC는 인간관계가 중심이 되는 장소인 만큼,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나 회사에서 일어날 법한 일 등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 당연히 일어난다. 미소녀 아바타를 쓰고 서로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쉽게 느끼는 공간에서조차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자기 마음대로 장소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하는 유저도 존재한다.

이 글을 쓴다고 내가 그러지 않은 적 없다는 말이 아니며, 이 글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읽는 사람들조차 누군가에겐 그런 행동을 했으리라. 다만 불쾌할 정도로 노골적이고 의도적으로 진행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일 뿐이다. 가벼운 입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저지른 게 아니라, 악한 의도로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기를.

 

불화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불화를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존재하며, 서로 기싸움을 하며 피곤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리고, 불화가 있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사람을 그룹 내에서 묻어버리려는 사람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은 착각한다.

내 친구가 나와 친하니까 나를 지켜줄 거라고 착각한다.

 

정치질을 의도적으로 하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정치질을 시작하기 전에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 친해지려는 작업을 먼저 시도하고, 나와 친한 사람들과 친해진 후 나의 문제를 주변 사람들에게 수집하고, 그들이 먼저 말한 정보를 바탕으로 나의 문제를 꺼내어 자신의 필터를 거쳐 정제한 뒤 다시금 그들에게 꺼낸다.

없는 문제를 만들어 까는 게 아니라, 기존의 문제를 더 날카롭게 다듬어 다시 드러낼 뿐이다.

나의 문제를 그들 앞에 다시 내어놓았을 때 그들은 나를 지켜줄까?

지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질을 하는 걔와 친밀도가 최고조로 달한 시점에 정치질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들은 오히려 정치질을 하는 걔의 말을 더 많이 믿어준다. 그리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주식에 공매도를 치지 않듯이, 약간의 문제가 있고 공격에 취약한 사람에게 정치질을 더 많이 치기도 하고.

6개월 넘게 봐왔고 많이 친하다고 생각한 주변 친구들은, 누군가가 자기 친구 뒷담을 까도 그러려니 한다.

2년 넘게 봐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걔(자기 친구)가 문제 있다'는 듯 공감하며 동조하거나, 친구에게 문제가 없다 생각해도 '왜 그런 말을 하냐'는 면박조차 주지 않는다. 미국에서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 하지만, 워싱턴으로 핵이 조준되어 있을 때에도 그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핵을 기꺼이 쏘아줄까? 내 친구도 나를 위해 위험을 부담하며 나서 막아주진 않는다.

 

친구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며 가만히 있으면 그들이 알아서 문제를 발견하고 정치질한 이를 처단해 줄까?

자기가 쌓아온 덕에 따라 결과는 다르겠지만, 게임 속 관계에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친구는 그렇게 많지 않다.

 

정치질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친구들을 더 잘 대해주는 방법 말곤 없다.

정치질은 카드 게임에서의 블러핑과 같다.

카드 게임에서 확률을 모른 채, 상대방의 성격을 모른 채 블러핑을 자주 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상대가 약한 패를 들고 있다면 블러핑은 대부분 성공하지만, 상대가 혹여나 진짜 강한 패를 들고 있다면 블러핑을 한 사람이 무덤으로 가니까. 때문에, 블러핑을 하려면 확률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상대가 상황에 따라 내 핸드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만 한다.

대부분의 정치질도 블러핑처럼 들어온다.

내가 주변 친구에게 오히려 더 잘해주고, 같이 어울리며 최대한 좋은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들은 오히려 정치질을 의심한다. 친한 녀석이 하는 말이니 정치질을 해도 의심 없이 믿고 있었는데, 오히려 걔보다 내가 더 친하게 잘 지내며 잘 해주고 있다면 누구나 정치질이 이상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내 손패에 근거가 있을 수만 있다면 블러핑은 전혀 무섭지 않다.

내 행동이 상대의 정치공작을 블러핑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전혀 무서울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들과 다시 친하게 지내며 걔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너희가 정말로 나를 위한다면 걔가 그런 말을 할 때 오히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면 그들은 내 편이 그 때는 되어줄지도 모른다. 블러핑을 한 사람이 폴드를 할 수밖에 없듯이 정치질을 한 유저가 폴드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치질이 들어오는 시점이 이미 취약한 시기인 만큼 그렇게 대응하는 건 쉽지 않다.

친구들을 더 잘 대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정치질의 먹잇감이 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룹에서 떨어져나와 새로운 공간에서 친구를 사귀는 유저, 그룹 내에서 알게 모르게 여러 사람과 자그마한 트러블을 쌓아온 유저, 너무 어린 행동만 골라서 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많은 유저, VRC 외의 게임할 때 말을 띠껍게 하며 비호감 축적을 쌓아온 유저 등 그러한 유저가 정치질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지, 모두와 잘 지내는 사람에게 거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우량주에 공매도를 걸지 않듯이.

그래서 혼자 끙끙대다 우울 싸다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정치질한 놈은 여전히 멀쩡한 듯 잘 지내며, 당한 놈만 혼자 계속 신경 쓰일 뿐이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친구들과 다시 잘 지내게 된다고 해도, 오래된 친구들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오래됐고 친했으니까 잘 지내려고 하지만 마음 한 켠에 항상 그들에게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을 다시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들이 친했던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섭섭할 테니까.

그래서 그 때 나에게 왜 그랬냐 물어도 그들은 기억조차 못 한다.

나를 싫어해서 정치질에 넘어간 게 아니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정치질에 넘어간 게 아니어도, 그저 정치질한 사람이 노련해서 당했을 뿐이어도, 믿었던 사람들이 나를 외면했던 때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그럴 수도 있지' 넘길 수가 없다.

딥플로우가 자꾸만 세탁질을 하고 저스디스가 겁나 추해져서 딥플로우가 괜찮은 사람인 양 자꾸 비추어지지만, 릴보이에게 디스질을 하며 그와 작업한 주변 사람까지 뮤비에 출연시켜 그에게 충격을 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진짜 어울려 매드클라운 산이 배치기
진짜 어울려 팻두 아웃사이더 긱스

나는 지금도 나에게 정치질을 걸었던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불편하다. 언제든 그의 정치질에 또 포섭이 되어 다시 나를 외면하는 모습으로 공격할지 모르니까. 다른 사람 뒷담도 하지 않고 누군가가 나를 공격해도 자기 일이 아닌 양 지낼 수 있는 친구라면 그렇게까지 나쁘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다른 사람의 뒷담을 내 앞에서 했던 나의 친구가 그런 사람과 다시 지낸다면 나를 지켜주지 않겠지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미 걔랑 내 뒷담을 했겠지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

얘랑 친하면 걔랑은 절대 친할 수 없다고 난.

이 자식들 전부 매장시키고 싶어 브이알챗 안에 내 이름을 빼버리고 싶어 여전히 겜을 하는 나를 죽여버리고 싶어 열심히 게임 하는 너희 다 불행하길 빌어 적은 멀리 있지 않아 절대 나의 적은 내가 조인하던 친구 아니 같은 서버 있던 친구 놈이었네 너도 너의 주변 사람들을 경계.

난 모두가 잘 되길 빌어 이 말이 거짓말 같다 해도 확실한 건 더 이상 상처를 주기 싫다고 난 말 못 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아.

 

정치질을 당하는 경험은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다. 서로 싸웠기 때문에 정치질을 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넘길 수나 있지, 2주 동안 자기를 찾아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기를 무시한다는 피해망상으로 술 먹자고 친구들 불러놓고 거기서 의도적으로 나쁜 사실을 풀며 정치질을 거는 새끼도 있다.

이 게임은 하렘 미소녀 동물원 애니 속 세계 같은 아름다운 게임이 아니다.

자길 지킬 힘이 있어야만 한다.
자주국방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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