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울 싸는 브붕이는 있다. 그건 나일 수도 있고, 내 친구일 수도 있고, 너일 수도 있고, 네 친구일 수도 있다. '너, 나, 우리'로 불릴 많은 유저들 중 누군가는 오늘도 게임 속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 새벽에도 나는 누군가가 SNS에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았으며, 어제도 봤던 거 같고 그제도 봤던 거 같고, 디코 보이스 하는데 마음 상해서 투덜대는 사람도 본 거 같고 나도 몇 주 전에 쌌던 거 같기도 하고. 미친 게임.
모든 고민은 아니지만, 꽤 많은 고민이 어느 한 지점으로 모인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다"
내 호감고닉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다.
내 친구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나랑 안 놀아주니까.
맨날 리퀘 거절하고! 맨날 주황불 하고! 내가 찾아가도 나랑 안 놀아주고 다른 애랑 대화하기 바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저런 행동을 할 리가 없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다! 내 친구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호감고닉은 날 싫어한다!
과연 그럴까?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나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맞는 말일 수 있지만,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틀린 말일 가능성이 꽤 높다.
'너를 좋아한다'와 '너에게 시간을 쓰고 싶다'의 의미는 같지 않다.
많은 이가 방금 두 문장을 같은 의미라 착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꽤 많다.
하지만 주황불 안에서 한 명씩 만나는 일이 많은 나는, 그리고 한 번 결정하면 30분 이상 투자하는 나는 그 친구를 만나는 동안 다른 친구를 만나지 못 한다. 좋아하는 친구를 한 공간에서 다 만나지 않는 이상 다 만날 수 없으며, 만난다고 해도 하던 대화를 마음대로 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찾아온 친구에게 대화 시간을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얘랑 대화하겠다 마음을 먹었으면 다른 (좋아하는) 친구를 포기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많은 친구 중 나는 누구랑 대화를 할까?
우리는 과연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최우선 순위로 찾아가서 대화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좋아하는 음식을 매일 먹을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어도 매일 먹으면 물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보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먼저 먹는 일도 많다. 고기를 생각보다 많이 사서 억지로 고기로 꾸리는 경우도 있고, 좋아하는 음식보다 간편한 음식을 먼저 먹는 일도 많다.
우리가 음식을 대할 때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에 손이 먼저 가긴 하나, 항상 좋아하는 음식부터 손이 가는 건 아니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타인과 같이 먹을 때 짜장면을 먼저 먹어야 함에도 탕수육이 공용이니까 하나라도 더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탕수육부터 먼저 먹는 사람도 있듯이, 세상엔 다양한 방식과 이유가 존재한다.
당연히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우선적으로 만난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엄청 많다.
대화할 만큼 한 친한 친구보다는, 최근에 친해진 친구에게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우울할 땐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 마려울 땐 다 해주는 친구 등 다양한 선택과 이유가 존재한다.
그가 나 대신 누군가를 선택했을 때, 나는 그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선택받지 못 한 걸까?
단순히 [더 좋아하는 친구에게 밀려] 선택받지 못 하는 경우도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보다 더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친구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친구들이 자길 좋아하지 않거나 심하게는 싫어한다고까지 믿곤 한다.
그렇게 믿고, 친구가 자길 좋아하지 않는다며 친구에게 예민하게 굴고 기분 나쁜 티 내듯 행동해서 진짜로 친구가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된다. 결론적으로는 맞는 말이 되긴 했으나 자기실현적 예언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쉽게 선택받고 싶다면 주기적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된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었고, 서로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큰 상태라면 웬만하면 리퀘를 거절받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과 있다가도 나를 만나러 와준다. 나도 친추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리퀘나 인바 보내면 무조건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친구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거절하는 건 조금 그렇잖아?
내가 새 친구를 특별히 좋아하니까 만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그저 오늘 산 삼각김밥처럼 당장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 뿐이고, 유통기한 얼마 남지 않은 우유처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제육을 좋아하던 친구가 갑자기 떡볶이를 좋아하게 되어 제육을 먹지 않게 되었다고 해도, 그 친구가 제육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떡볶이를 더 좋아하게 된 사람일 뿐이고 그는 여전히 제육을 좋아한다.
제육은 섭섭해하지 않는다. 왜 나를 좋아해지 않냐며 우울해하지 않는다. 때문에, 떡볶이가 질리거나 건강에 너무 나쁜 음식이라 생각해 멀리하게 되었을 때 그는 다시 제육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친구가 나를 찾지 않는 동안 마음을 정리한다.
그 친구가 여전히 날 좋아해서 다시 돌아오고 싶어도 예전과 달라진 내 모습을 보여주며 접근을 막는다. 네 자리는 없어. 네가 날 그렇게 대했잖아. 그들을 이상하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나조차도 그럴 때가 있다. 나도 내게 먹이를 주지 않는 친구에게 내적 손절을 결심할 때가 있으니까.
먹이를 주지 않은 동안 호감이 폐사해 버려서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 한다.
꽤나 보편적인 패턴이다.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정말로 그는 날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선택하지 않는 걸까?
나는 나를 좋아한다고 어필하는 친구의 마음을 신경 써주고 싶어서 내가 꽤 아끼던 친구가 내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할 때 거절한 적이 있다. 그런 일처럼, 우리의 친구는 어떤 이유로 거절하고 있는 걸까?
내가 피곤한 사람이라 거절하고 있는 걸까 정말로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거절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최우선 순위인 누군가와 꽁냥대느라 거절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무언의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정말로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VRChat > VRC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나 겪을 법한 흔한 정치질 이야기 [VRChat 보고서 79편] (0) | 2024.09.24 |
---|---|
만나지 않으면 관계는 사라진다 [VRChat 보고서 78편] (0) | 2024.09.23 |
누군가가 디스코드를 싫어하는 이유 [VRChat 보고서 76편] (0) | 2024.09.10 |
친구 브붕이가 맨날 우울한 이유 [VRChat 보고서 75편] (1) | 2024.08.18 |
군대와 VRC [VRChat 보고서 74편] (0) | 2024.08.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