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으로 보았을 때, 남자는 여자처럼 시시덕거리며 시간 낭비하듯 통화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디스코드 서버 통화방에서 게임하는 행위들이야 다들 하지만, 일대일로 통화하며 시답잖은 얘기로 시간을 버리듯 통화하는 걸 선호하는 남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일대일로 통화를 하더라도 개인 통화가 아니라 단체 공간에서의 둘만 있을 뿐인 상황이 대부분이다.
남자에게 있어, 둘만 진득하게 통화하는 행위는 연인이 아니면 딱히.
연인이랑 통화를 할 때에도 연인과 통화를 하고 싶다기보다, 연인이 하고 싶어 하니까 받아주는 느낌이 훨씬 크다. 자기 일기장 상대방 뇌에다 써재끼는 거도 한두 번이지, 매일 하면 지긋지긋할 수밖에 없다. 남자끼리 있으면 같이 게임하고 뻘소리하면서 더 재밌게 놀 수 있는데, 둘이서 자기 오늘 있었던 일 일기장 쓰듯 말하는 거 들어주는 거 재미없지.
남자인 친구가 그런 걸 싫어해도 상심할 필요가 없다.
여자끼리 하면 되니까.
하지만, 모두가 모두와 잘 지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사회성이 부족해 친구 관계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인간관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듯이, 어떤 여자도 인간관계가 그리 좋지 않을 수 있다. 여자인데도 여자인 친구가 없을 수 있다.
현생의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 인터넷에서 친구를 찾아 해결할 수 있다.
현생에서는 서로의 속을 알 수 없어 다가가기 어렵지만, 사이버 세계에선 현생과 달리 속을 까놓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게임 좋아하는 커뮤니티에서 만난 친구나 게임 좋아하는 친구의 친구면 걔도 게임을 좋아하겠지. 거기다 그런 성향의 애들끼리 모여있으면 웬만해서는 성격의 결이 그렇게까지 다르지는 않으니까.
온라인에서 놀면 성별이 뭐가 됐든 간에 어느 정도 욕구가 해결이 된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은 존재한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내 예전의 어떤 친구가 그랬다.
그 친구는 온라인에서조차 낯을 너무 많이 가려 친구가 없었다. 새 친구를 사귀는 일도 부담스러워하고, 게임에서도 다른 유저가 부담스럽다며 4인 던전을 둘이서 돌자고 징징거렸다. 게임을 좋아하는데 같이 할 친구는 없어 주변 친구에게 게임 선물을 해주며 같이 하자고 하는 녀석이었다.
그 친구는 나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에게 매달리는 일이 많았다.
자기 답답한 감정을 해소할 사람이 없으면 나를 자꾸 일기장으로 사용하고, 게임하자고 매달리고, 무언가 연인에게도 하지 않을 행동을 내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발 나한테 일기 쓰지 말라고 하면 사람 말을 듣지 않고 맨날 똑같은 반복.
너무 짜증 났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걔가 남자라서 안타깝다.
여자였으면 그렇게까지 안타깝지는 않았을 텐데.
남자가 기본적으로 여자를 대하는 행동은 '친구'가 아니라 '잠재적 연애 대상자'다.
헤어진 전 여친과 친구 관계가 된다든가, 게이 친구와 친구 관계가 된다든가, 정말로 서로 아무 감정이 안 생길 정도로 취향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보편적인 기준과 상황에서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잠재적 연애 대상자다. 연애가 아니라 섹스일 수도 있고, 어찌 됐든 '성애'를 기반으로 한다.
연애 또는 섹스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확률 가지고 대한다.
과거의 롤에서 치명타 룬 하나 정도 박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 가끔 운빨 터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의 운을 위해 치명타룬을 하나 박듯이. 남자가 여자를 대할 때도 '가능성'의 여지를 0이라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남자를 대할 때보다 많은 친절이 나온다.
남자랑은 연애도 섹스도 하고 싶은 맘 없으니 내려놓은 듯 대할 수 있지만, 여자랑은 연애는 아니어도 섹스 한 번 즈음은 하고 싶으니 내려놓지 못 한다.
디스코드 서버 등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물소 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가 그 '작디작은 가능성' 때문이다.
매주 로또 5장을 사는 건 바보 같다고 믿지만, 로또 1장은 0%에 근접해도 0은 아니니까 로또 1장은 사도 된다 믿는 나처럼. 아주 작은 확률이라 1000년을 로또 사도 당첨되지 않을 확률이지만, 그래도 0은 아니니까 인생 끌어다 모은 운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로또 딱 1장만 사는 나처럼.
이 여자랑 나의 가능성도 혹시나 어쩌면 0은 아닐 수 있으니 남자에게 대하듯 하지 못 한다.
그래서, 여자인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여자도 남자인 친구는 쉽게 사귈 수 있다.
숏으로 큰 돈을 버는 게 저주이듯이, 남자인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다는 것도 저주다.
여자는 남자인 친구에게 남자에게 친구 같은 감정을 원하지만, 남자인 친구는 여자에게 친구 같은 감정을 원하지 않는다. 성적 욕구에 기반해서 여자인 친구에게 잘 해주고, 성적 욕구에 기반할 필요가 없으면 여자인 친구에게 잘 해주지 않는다. 애초에 남자가 원하는 건 성적인 가능성이니까.
여친이 생겼으면 섹스할 일이 없는데 왜 잘 지내야 해?
하지만, 여친도 없고 뭔가 할 수 있을 거 같단 기분이 들 때는 잘 지내야지.
남자인 친구는 여자의 무리한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준다.
무언가 사달라면 사주는 친구조차 있으며, 친구랑 게임하는 거 내팽개치고 통화도 해주고, 심심한 시간에 전화하면 잘 받아주고, 정말 어린 아이를 대해주어도 이거보다는 덜 잘해줄 거 같은데 정말 하나하나 다 받아주는 친구가 생각보다 많다.
나처럼 연애나 섹스를 그리 많이 못 한, 베타남인 사람일수록 그러한 경향성이 크다.
언제든 여자가 꼬이는 사람이 여자에게 왜 맞춰주겠어.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라는 건, 못돼쳐먹은 남자가 좋다는 게 아니라 언제든 여자가 꼬이기 때문에 자기보다 떨어지는 여자에게 잘 해줄 필요가 없어 마음대로 하는 남자를 말한다. 여친을 자기 집에 데려와서 여친 옆에 세워두고 자긴 게임이나 하며 신경도 안 쓰다 여자가 삐진 척하면 어쩌라고 이 씨발련아 그렇게 찡찡댈 거면 집에 쳐 가라고 하는 그런 남자, 그러니까 여자한테 아쉬울 게 전혀 없어 막 대하는 남자를 나쁜 남자라 말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건 그 남자의 입지, 영향력, 외모 등 여러 요인에 기반하고.
나처럼 특별하지 않은 소시민은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나는 한 명 한 명이 아쉽거든.
소시민 같은 남자와 놀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여자도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그게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라는 표현이 생물학적 여성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생물학적 성별과 상관없이, 남자로 태어났지만 종족 성향이 여자에 가까운 사람도 존재한다.
실제 성별이 남자라 여자인 친구 사귀기는 더 어려운데, 실제 성별이 남자라 소시민 남자들과 어울려도 자길 여자만큼 떠받들어주진 않는 문제를 지닌 사람도 존재한다. 실제 성별이 여자인 성골(?) 여자는 실제로 정말 남자가 많이 들러붙는 반면, 실제 성별이 남자인 '거의 여자'는 아무리 여자 같아도 결국에는 남자기 때문에 육두품(?)의 한계를 지닌다.
그래도 VRC에서만큼은 거의 여자도 여자로 취급받을 수 있어 생각만큼 기구하진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여자인 친구지만, 그들이 사귈 수 있는 건 자기에게 맞춰주는 소시민 남자.
그리고 나는, 나를 자기에게 맞춰줄 남자이길 바라며 내게 자기 욕구를 드러내는 친구가 힘들다.
여자든 거의 여자든, 결국에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귀엽고 재밌으니까 가까이 뒀다가도, 여자인 친구가 없어 나를 여자인 친구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친구가 되기 어렵다 느낀다. 힘들다. 친구로 지내고 싶을 뿐인데도 자기를 성적인 호감에 기반해 대하는 남자의 모습 때문에 여자들이 힘들듯이, 나도 똑같이 반대의 이유로 힘들다.
나는 종족 성향이 남자다 보니 그들의 행동을 받아주는 데엔 한계가 있다.
내가 친구로 재밌게 편하게 놀 수 있는 건 종족 성향이 같은 남자인 친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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