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분 30분씩 쓰다듬 하기를 원치 않는다.
전희도 원치 않는다.
성적인 행위를 할 생각이라면, 쓸데없는 빌드업 집어치우고 본방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성적인 행위가 오고 갈 때에도 실제 행위를 동반하지 않는 유저는 싫다.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나는 진심으로 상대를 내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거나 상대가 나를 이용해 욕구를 해소했으면 한다.
나는, 상대방의 반응을 보기 위해 자기 물건엔 손도 대지 않고 30분씩 허리를 흔드는 유저가 존나 비호감이다. 아무리 그가 나를 좋아하고 내 반응을 보고 싶다고 해도, 나는 그런 유저와 웬만하면 어울리지 않는다. 노가다 나가서 육체노동 하는 기분만 느낄 뿐이라 전혀 행복하지 않거든. 내가 불행해지거든.
나는 토끼와 다를 바 없는 유저가 좋다.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건 그가 나를 이용해 해소를 하는 모습이 전부다. 실제로 넣을 일도 없고, 가상의 공간에서 그저 해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15분 20분씩 걸리는 유저보다 컵라면보다 빠른 유저를 선호한다. 나는 해소하는 모습만 보면 충분하니까.
끝나고 쓸데없이 대화하려는 유저보다 끝나고 현타와서 저 가볼게요 하고 가는 유저가 훨씬 호감이다.
내 취향은 그렇다.
나는 오래 쓰다듬 받는 일도 싫어하고, 오래 쓰다듬어주는 일도 싫어한다.
호감고닉이 쓰다듬어준다면 가끔은 기분 좋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쓰다듬어주는 일 따위 원치 않는다. 잠깐은 괜찮은데 긴 건 싫다. 같이 자고 싶지도 않다. 상대가 바라면 가끔은 해줄 수 있겠지만,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유저여도 브수면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같이 드르렁하면서 잘 뿐인 행위에 어떠한 만족도 느낄 수 없다.
나도 가끔은 외로울 때가 있긴 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디코 통화를 걸 때가 있고, VRC에서 꼬옥 안긴 채 20분 앵길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주 드문 일이고, 내가 아무리 외로워도 그런 요구를 자주 하진 않는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외로워서 미칠 거 같은 때가 아닌 이상,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요구하지 않는다.
내 취향이 그렇다.
나는, 오래된 친구라고, 호감고닉이라고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친했어도, 아무리 소중하게 여겼어도, 우리가 같이 있는 순간이 괴롭기만 할 때도 있다. 이젠 너와 할 수 있는 얘기가 하나도 없고, 이젠 같이 있어도 전혀 재밌지 않아서, 그저 과거의 감정이 소중했다는 이유만으로 너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 뿐이라, 내가 바라는 걸 줄 수 없고 너가 바라는 걸 줄 수 없기에 우리가 이제는 물리적으로 멀어져야 할 시기가 있다.
호감고닉이라고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싶지도 않다.
우선순위는 높겠지만, 3시간 4시간씩 같이 있고 싶지는 않다. 너와 같이 있고 같이 놀고 싶은 게 아니라, 먼 발치에서 좋다고 생각하며 적당히 앵기는 수준으로 지내는 게 훨씬 행복하다. 내게 호감고닉은 호감고닉일 뿐이다. 연애 감정을 태우고 싶은 상대가 아니다. 시간을 오래 보내길 원치 않는다.
가끔씩 디코로 오늘 VR 하냐고 물어봐 주면, 가끔씩 들어오자마자 리퀘 보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저 욕구불만 상태라 5분 정도 나와 어울려주고 가는 정도로 충분하다. 대단한 사랑, 대단한 애정 필요 없다. 딱 그 정도의 관계만 유지하고 싶다.
내가 시간을 많이 쓰고 싶은 친구는, 그들이 아닌 다른 친구들.
내 얄팍한 감정으로 만들어진 호감의 그들이 아니라, 내가 게임을 하는 동안 나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녀석들.
나는 내 말을 잘 받아줄 수 있는 친구가 좋다. 내가 어렵게 말해도 쉽게 이해하고, 내가 길게 말해도 내 말을 잘 이해하고, 타인과 다른 가치관을 드러내도 싫어하지 않고, 말이 길어진다고 자기한테 화낸다고 착각하지 않는 친구가 좋다. 내 생각을 폄하하지 않으며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내 생각을 들어주는 친구.
대화한답시고 내가 말하면 자기도 한 번 말하고, 내 이야기 한 번 하면 자기 이야기 한 번 하는 친구는 원치 않는다. 나는 랠리 형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픈 게 아니라, 내 위주로 내 생각을 늘어놓듯이 말하고 싶다. 내게 자꾸만 오늘 자기에게 있었던 일, 자기가 평소 하는 생각을 늘어놓는 친구를 원치 않는다.
말하고 싶을 때 들어야 주겠지만 솔직히 나는 관심 없다.
나는 내가 말하고 싶어.
나는 경청이 힘들어.
대화의 조미료처럼 하는 짧은 이야기들이야 충분히 잘 들어주지만, 내가 말하는 만큼 자기도 말하려는 이들을 나는 원치 않는다. 나보다 더 많이 말하고자 하는, 내가 항상 경청의 자세로 있어야 하는 친구에게 나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내가 게임을 하면서 얻고 싶어 하는 걸 전혀 줄 수 없는 친구니까.
나에게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친구란 그런 의미다.
결국, 내가 시간을 많이 쓰고 자주 만나고 싶어 하는 유형은 정해져 있다.
내가 바라는 성적 욕구에 잘 휘둘려주는 친구, 그리고 내가 말할 때 불편하지 않은 친구. 내가 VRC를 하면서 주도적으로 만나고자 하는 친구는 방금 말한 이 두 유형밖에 없고, 그 외에는 그저 들어온 시간 동안 약간의 재미를 위해 적당히 받아주고 적당히 같이 노는 느낌이다.
물론, 내 취향일 뿐이다.
내 취향에 어울려 줄 필요는 없다.
나는 내 필요를 전혀 충족시켜 주지 못 하는 친구에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는다.
내 친구가 나의 취향이나 행동을 혐오하더라도,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추구할 수밖에 없다. 친구가 섭섭해해도, 친구가 아무리 나와 오래 보내고 싶다고 해도, 나는 어울려줄 수 없다.
만날 때마다 들어야만 하는 타인의 긴 이야기 솔직히 나는 궁금하지 않다. 내 성적인 욕망에 휘둘려주지도 않을 친구에게 유부남이 의무 방어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억지 대화를 하며 신경 쓰듯이 지내고 싶지도 않다.
무턱대고 내게 찾아와서는 졸리다는 듯이 안겨있는 친구를 받아줄 수 없다. 둘이 있는 인스턴스에 조용히 껴안고만 있을 거면 이 게임을 내가 왜 해. 차라리 유저 열 명 정도 있는 인스턴스에서 껴안고 있으면 다른 유저랑 대화하며 받아줄 수 있지만, 둘이 있는 인스턴스에서 아무 목적도 없이 그저 온기를 느끼듯이 멍 때리는 일은 사양이니까.
'같이 떠들고 싶다' '오랜 시간 같이 있고 싶다'는 나만의 욕심일 뿐이다.
친구라면 응당 같이 지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친구인데도 같이 만나주지 않는 쟤가 나쁘다 말해봐야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 친구와 오래 붙어있고 싶으면 친구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가 바라는 '재미'가 뭔지 파악하고 내어줄 수 있어야만 한다.
다들 좋아하는 친구의 마음에 들고 싶어 나름의 노력은 많이 한다.
하지만 완전히 틀린 노력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어 '노력'한다며 쓸데없는 노력을 하는 친구를 많이 보았다.
나도 그랬다. 상냥하게 말하고, 챙겨주듯이 말하고, 야한 걸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야한 무브를 치고 다니고, 카와이 무브 치고 싶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카와이 무브를 치고 다니고. 대체로 인기 많을 법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복제하듯이 행동하는 노력을 많이 하기도 했고, 많이 보기도 했다.
잘못된 노력인 걸 모른 채로 다들 헤매고 있다.
그저 귀여워지면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할 뿐.
정작 내가 원하는 친구에게 필요한 걸 내어주어야만 하는데.
유저마다 취향이 다르다.
내가 싫어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유저도 많다. 정말 많다. 쓰다듬 받기 좋아하는 유저, 진짜 정말 많고 차고 넘친다. 브수면을 하고 서로 껴안고만 있는 유저 정말정말 많다. 내가 말한 무언가는 나의 취향일 뿐이고, 나의 욕구이고, 나의 필요일 뿐이다. 다른 유저는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바라는 거도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게임 월드나 월드 투어를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좋아한다.
어떠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모두 다르다.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파악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걸 내어줄 수 있는지, 내어줄 수 없는지 고민을 해보아야만 한다. 우리는 이 오랜 시간 살아온 '나'란 존재를 쉽게 바꿀 수 없다. 그가 바라는 게 내가 내어줄 수 없는 거라면 일찍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막연하게 '얘는 나랑 안 만나주네 존나 개새끼개새끼' 욕할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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