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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남남 과몰입과 게이 커플 [VRChat 보고서 11편]

by 심해잠수부 2023. 4. 14.

남녀 사이는 친구가 될 수 없고, 그래서 심플하다.

헤어지고 다시 만날 이유가 없다. '친구'로 지낼 만한 메리트가 적은 사람과 굳이 친구로 지낼 이유가 없다. '어차피'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나 섹스 가능성 때문에 상대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였을 뿐이니까. 

(왜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없느냐 따지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살아오면서 봤던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남자가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와 '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는 확실히 달랐다. 남자는 '같이 있으면 재밌는 사람이라'가 매우 컸던 반면, 여자는 '여자라서'가 너무 컸다. 특별한 경우는 분명히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니었다)

헤어진 뒤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99.8% 확률로 미련이다.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연인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일 뿐이니까 미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성 커플은 다르다.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지만, 남남 혹은 여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헤어지면 연인 뿐만 아니라 '친구'까지 잃을 수 있다. 

남녀 커플의 '친구로 지내자'라는 표현과, 동성 커플 사이에 '친구로 지내자'는 표현은 다른 의미다. 남녀 커플 사이에선 '헤어지자'라는 표현일 뿐이지만, 동성 커플 사이에선 정말로 '친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남남 과몰입은 게이 커플과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연인 뿐만 아니라 '친구'까지 잃을 수 있다는 문제.

"친구로 지내는 동안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낄 정도로 좋았어서" 시작하고 싶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과몰입은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이어지지 않는다. 정말 오래 좋게 이어지는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친구로 정말 오래 지낼 수 있는 사람과 굳이 과몰입이 되어 가진 자원을 너무나 빨리 소모하고, 자신이 기대하는 바를 상대에게 요구하면서 잘못했다는 듯이 타박하면서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남녀 사이엔 친구로 지낼 만한 메리트가 적기 때문에 굳이 친구로 지낼 이유가 없고, 헤어지더라도 거기서 깔끔하게 완결될 수 있다. 굳이 '친구를 그리워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남남 과몰입은 연인으로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더라도 친구로 남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좋았기 때문에 시작한 관계가 헤어지고 싶을 정도로 무너졌다면, 헤어지는 과정도 좋았을 리가 없다. 친구로 남는 일은 매우 어렵다.

연인을 그리워하는 미련인지 친구가 보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감정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아니라 생각하며 '친구를 다시 보고 싶다' 그리워하면 정신이 피폐해지기 쉽다.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관계라면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시작할 거라면 정말정말 미칠 듯 좋아 매일매일이 두근두근 거릴 만한 상대와 했으면 좋겠다.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거절을 잘 하지 못 한다는 이유로, 한 번은 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가볍게 시작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추신. 과몰입을 명시하지 않고 과몰입 감정만 빨대로 빨아 먹고 있는 사람들은 과몰입을 제대로 명시를 했으면 좋겠다. 시작하지 않은 사람에게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거지, 명시하지 않고 이미 시작한 관계에게 '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명시하지 말라'고 말하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 

추신2. 남녀 과몰입은 이 글과 상관없다. 


추신3. 본문의 이유로, 현실의 게이는 여사친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신4. 본문의 이유로, 현실의 (남자)양성애자는 제대로 된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 '남자'라고 자꾸만 명시하는 이유는, 내 생각에 여자는 이성과 친구 할 수 있는 거 같기도 한데, 남자는 이성과 친구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 (결혼한 남자는 잘 모르겠음) 

그리고 이 글의 토대가 되는 "(남자 기준)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화내고 있을 수 있는데, 심호흡 한 번만 하고 이 아래에 있는 내용을 한 번만 읽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말은 '겉보기에 친구가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성애자)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을 느낄 때의 기준이 '남자'에게 호감을 느낄 때의 이유와 다르다는 얘기다. 같은 동성이었으면 '노잼'이라고 탈락했을 사람도 '이성이기 때문에' 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양성애자는 친구가 없냐?" 라는 반박도 있을 텐데, 내 말의 의미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게 아니고, '(이성애자)남자가 여자를 판단할 때의 기준으로' 친구를 판단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친구를 친구로 본다기보다 다른 무언가로 본다는 얘기. 그래서 이성애자 남자가 이성애자 남자를 친구로 대하는 모습과 다를 수 있다(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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