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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미분류

VRChat 마지막 리뷰 (VRChat 리뷰)

by 심해잠수부 2022. 11. 20.

VRChat을 주제로 글을 많이도 썼는데, 이 글이 해당 주제로 마지막으로 쓰는 글이 될 거 같다.

글 쓰기 전에 미리 말한다. '너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재미없어진 거 아니냐' 라던가, '네가 말한 요소는 게임과 크게 상관이 없지 않냐' 라던가, '네 성격이 특이한 거 아니냐' 등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다. 맞다, 여러분이 아래 내용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면 여러분이 맞다.

다만, 나는 "이래서 별로다" 같은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 말하고 싶을 뿐이다. 다들 '친구'라는 매몰 비용 때문에 이어가는 거지, 정말 게임을 재밌게 느껴서 남아있는 거냐 하면 내 생각엔 아닌 거 같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바닥이어도 게임 친구 때문에 게임 못 접고 지속하는 경우 많으니까.

 

주변 사람에게 농담처럼 권할 때야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흥미를 잃어서 더 이상 진지하게 권하진 않는다. 이 정도로 많이 했으면 재미없어질 때가 되기도 했고, 진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 같아서 더 이상 재밌는 게 남아있지도 않으니 특이한 건 아니다.

다만, 해볼 만큼 해보고 나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VRChat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느껴본 적 없던) '친절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귀여운 아바타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따듯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평범한 관계와 딱히 다르지 않다 느낀다.

다르지 않다는 게 어떤 의미냐면, '질리고 지친다'는 의미다. 따듯한 감정 따윈 처음부터 없었던 거처럼.

지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지긋지긋하다는 게 아니라, 관계라는 게 지긋지긋한 면이 있다. 처음엔 VRChat은 다르다 생각했는데, 할 만큼 해보니 100% 나의 착각이었던 거 같다. 실제로 중간중간 들어오지 않는(접어버린) 유저도 대부분 지긋지긋한 면을 느끼다 그만두는 게 대부분인 거 같고.

왜 지긋지긋하다 느낄까?

어느 순간부터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그룹에 안착하게 되고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을 잘 만나지 않게 된다. 새로운 사람 찾아다니는 게 정말로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니까. 그렇게 '안착'하게 되면 게임이 내게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은 사라진다.

평범한 친구와 똑같아지기 때문에.

친해질 만큼 친해져서 예쁜 아바타를 안 써도, 풀트를 안 해도 친구는 '나'를 본다. 나도 그들을 아바타나 다른 요소로 바라보지 않고 '너'를 보게 된다. 이게 뭐가 문제인지 지금 들은 사람은 이해를 못 할 수 있다. 나는 저게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 걸까.

SNS를 통해 친구를 만들든, 디코 등을 통해 친구를 만들든, 현실에서 친구를 만들든 '친구'가 되는 순간 '친구와의 유대' 따위가 생긴다. 친구와의 유대가 장점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당연히 있다.

(일반적인 관계에서) 예전에는 매너 있던 사람도 친해지면 예의가 없어지는 경우는 정말 차고 넘친다. 상대의 특징을 알게 되면서 상대의 기분 나쁜 요소도 '그러려니' 해주는(싫어하는 거도 참아주는) 경우도 많고, 친구 그룹 내 평판을 걱정해서 병신 같은 새끼한테 병신 새끼라고도 말 못 하고, 친구이기 때문에 귀찮은 요소가 늘어난다.

친구와 노는 이유는 다른 사람보다 재밌기 때문이지만, 친구 개인으로 좋다기보다 친구 '그룹'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룹에선 특별한 친구도 있고 아닌 친구도 있고 오히려 싫은 친구도 있고, 친구라고 모든 요소가 사랑스럽고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친구니까 화나는 점도 많다.

VRChat에서도 똑같다.

처음엔 특별한 줄 알았던 관계도 친구 따라 들어간 디코 그룹과 다를 바 없다.

디코 그룹에서도 나랑 친하고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고, 특별하지 않은 사람도 많고, 오히려 짜증 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친구 때문에 짜증 나는 친구 참아가며, 친구의 소중한 친구니까 병신 같은 소리 하는 거도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 주고, 처음엔 친했던 사람도 어느 순간 사이가 나빠지고, 친구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저 새끼가 좆 같아도 아무 말 안 하고, 평판 나빠지고 싶지 않아서 상대가 애미터진 소리를 해도 별 말 안 하고 뒷담 까고 치우고, 친구의 시답잖은 뒷담 들어주고, 그래서 알게 모르게 기 싸움하고.

친구가 되고 그룹에 안착하게 되면 어디서 만난 관계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관계가 되어버리면서, 굳이 VR 기기까지 힘들게 써서 친구를 만나야 되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VR이나 풀트까지 끼고 접속하는데 만난다고 마냥 좋은 거도 아니고 눈치도 봐야 하고 가끔 화날 때도 있고 친구를 위해 재밌게 행동해야 하고 친구 심기 거스를 행동도 하면 안 되고 그럴 거면 짜증 나는 고교 동창 친구나 디코에서 좆 같이 말하는 친구를 만나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굳이 기기 힘들게 써서 들어갈 필요가 있나.

그렇게 풀트가 있어도 PC로 접속하게 되고, PC로 접속이나 하다 어느 순간 끝.

씹게이 소리 들으면서 비웃음 사도 누군가랑 과몰입해가며 따듯하게 지내는 걔네가 오히려 승리자인 거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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