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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미분류

VRChat을 하면서 느낀 점

by 심해잠수부 2022. 9. 14.

부스에서 아바타를 많이 사야 할 필요도 없고, 아바타 포함해서 1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적당한 컨셉만 있으면 충분하다.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그렇게까지 차별화시킬 필요도 없다. 오히려 내가 커스텀한 아바타보다 기본 아바타가 귀여운 경우도 많다.

그러니까 내가 봤던 엄청나게 화려한 친구처럼 꾸미려고 발악할 필요가 없다. 유니티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너무 빠져들면 성형중독과 다를 바 없다. 내 눈에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꾸준한 불안은 성형중독자 모두가 하는 생각이다.

어차피 존나 완벽하게 예쁜 아바타는 미감 쩌는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만 가능하다.

많은 유저가 아바타를 꾸며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유니티를 시작하고 유니티를 만지다 보면 아바타 꾸미는 일을 중독처럼 행한다. 충분히 귀엽고 예쁜데도 자꾸만 더욱 더 욕심을 낸다.

옷장 기능은 DPS를 넣는 게 아닌 이상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고, 옷을 많이 넣으면 자랑이야 많이 할 수 있지만 예쁘지도 않은 옷 잔뜩 넣어봐야 정작 주로 착용하는 옷은 맨날 똑같아서 용량만 잡아먹을 뿐이다.

여러 아바타를 사용하고 여러 옷을 구매해서 잔뜩 꾸미는 일은, 전교 10등이 전교 1등을 하려고 하는 노력과 같다.

약간만 꾸밀 줄 알면 상위 20% 이내며 노력도 거의 안 드는데, 유니티를 하다 보면 주객이 전도된다.

아바타 꾸미는 일은 자기만족이다.

아바타를 꾸미고 싶어서 꾸미는 건 괜찮다. 그런 사람이야 꾸미려고 게임을 하는 거니까.

하지만 자신이 아바타를 꾸미고 싶은 건지 친구랑 놀고 싶은 건지는 고민을 한 번 잘 해봤으면 좋겠다. 꾸미고 싶지도 않은데 유니티 욕하면서 유니티 하거나, 게임 할 시간 없다면서 정작 유니티만 붙잡는 유저도 많으니까.


VRChat은 자동차 동호회와 같다.

VRChat은 '나'가 아니라 나의 '아바타'를 보는 게 본질인 게임이다.

내가 나로서 상대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나의 아바타를 매개로 상대를 상대한다. 내가 상대를 볼 때도 아바타를 보고, 상대가 나를 볼 때도 아바타를 본다.

그렇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뜯어져서 뿌려진 퍼블릭 아바타는 배척당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퍼블릭 아바타 쓸 때랑 안 쓸 때랑 온도 차이 너무 심하다'거나, '병신 같은 아바타 쓸 때는 관심 안 주면서 예쁜 아바타만 쓰면 관심을 가진다'며 그런 사람이 문제 있다는 듯 말하곤 한다.

나는 얘네가 게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 못 한 거라고 생각한다.

아까 말했다시피 VRChat은 '나'가 아니라 나의 '아바타'를 보는 게임이다.

그런데 퍼블릭 아바타로 사랑을 받겠다니? 자동차 동호회에 훔친 차를 타고 오는 일과 같다.

남의 차라고 티라도 안 나면 몰라 퍼블릭 아바타라고 대문짝만하게 박히는 게임인데, 어떻게 자동차 동호회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곽한구가 자동차 동호회에 벤츠를 타고 온다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VRChat을 아바타 동호회라고 생각해라.

그렇게 생각하면 퍼블릭 아바타나 못 생긴 아바타가 사랑받지 못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예쁜 커스텀 아바타가 사랑받는 일도 이해할 수 있다.

"왜 아바타 뒤에 있는 '나'를 봐주지 않냐 왜 이렇게 편견이 가득하냐"며 징징대지 마라.

"아바타 바뀌면 행동 달라지는 거 조금 역겹다. 뒤에 존재하는 '나'를 알 수 있게 병신 같은 아바타나 계속 써야겠다ㅋ" 같은 식으로 말하는 게 애초에 생각이 짧은 거다. 그런 게 좋았으면 현실로 나가서 너를 봐줄 사람을 현실에서 찾아야지 왜 VRChat에서 아바타 끼고 그러고 있냐.

자동차 동호회에서 자동차로 사람 판단한다고 징징거리는 건 조금 이상하다.


친구가 많고 인기가 많은 사람은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이유가 있다.

주변에서 종종 목소리도 괜찮고 말도 예쁘게 하고 기분 나쁜 소리도 안 하고 착해 보이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소가 인기의 포인트는 아니다.

인기가 많은 사람은, 친구에게 타인보다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는 모습을 보인다.

많은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은 대개 그런 사람이더라.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은 퍼블릭 아바타를 사용하든 구린 아바타를 사용하든 그러한 요소로 누가 크게 차별하지 않는다. 아까 말했다시피 VRChat은 '아바타'를 통해 서로의 벽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건데, 원래 괜찮은 사람은 아바타라는 매개체가 없어도 딱히 상관이 없기 때문에 퍼블릭 아바타를 사용하든 구린 아바타를 사용하든 상관이 없다.


자기 눈에 예쁜 아바타로 해야 한다.

자기만족이라 자기 눈에 예쁜 아바타로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기 눈에 예뻐야 열심히 꾸미니까 자기 눈에 예쁜 아바타로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그런 뻔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게임하면서 느낀 바로는, 내 아바타가 바뀌면 다가오는 사람의 아바타도 바뀐다.

별 거 아닌 한 줄처럼 느껴지겠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다.

VRChat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내가 마야로 꾸미면 마야 유저가 가장 많이 들러붙는다.
내가 셀레로 꾸미면 셀레 유저가 가장 많이 들러붙는다.

왜냐면, 다들 자기 취향의 아바타로 꾸미니까.

현실의 외모는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게임의 외모는 내가 선택한다.

다른 사람도 그렇다.

마야 아바타를 쓰는 사람은 마야를 좋아할 확률이 높고, 셀레 아바타를 쓰는 사람은 셀레를 좋아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전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꾸며야 한다.


기다리지 마라.

"내가 다가가면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같은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

프플방 혼자 파고 기다리면 친구가 와줄 거라는 안일한 생각 하지 마라. 사람은 모두 생각이 다르다. 친구는 "다른 사람 기다리려고 판 거구나" 하고 안 온다. 때가 되면 초대 해주겠지 옆에서 얼쩡거리면 아는 척해주겠지 등등 수동적으로 행동하지 마라.

롤 하고 싶으면 롤 할 친구 모으고 파티를 파서 게임을 하던가 누군가가 파티 만들었을 때 빨리 달라붙어야지, 맨날 온라인 대기 중 초록불 띄워두고 "초대주세요" 상태창에 백날 써놓는다고 초대 오는 게 아니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게 행동하면 시간이 지났을 때 너만 빼고 게임한다.


웬만하면 VR은 사라.

VR로 하는 게임이다.

 


 

뭔가 조언처럼 쓰게 됐는데, 내가 잘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뉴비 때부터 "내 취향이 아닌 아바타"로 꾸미려고 했었고, 부스에서 딱히 사용하지도 않을 파츠를 많이 구매하기도 해서, 다른 사람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해서 쓰기 시작한 글이다.

다만 쓰다보니,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 하고 이상한 방향에서 잘못된 노력을 하는 유저도 많이 생각나서, 그런 유저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내용을 넣었더니 남의 인생에 훈수질 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다.

조언처럼 쓰지 말고 "이런 행동 하는 새끼 존나 띠껍지 않냐?" 라고 썼으면 오히려 글이 더 깔끔했을 거 같긴 하다.

좋게 쓸려고 하다 보니 글이 이상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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