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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미분류

현실에서 아싸인 사람이 VRC를 할 수 있을까? (VRC 리뷰)

by 심해잠수부 2022. 7. 10.

예전에 VRC를 해보려고 VR 기기인 퀘스트2를 샀었다.

하지만 내게 어떻게 즐기는 건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고, 흥미가 도저히 붙지 않는 상태에서 캐릭터를 꾸미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을 생각하니 흥미가 팍 식어 그만뒀다. 이런 걸 무슨 재미로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 야한 거나 VR 기기로 조금 본 뒤 구석에 박아두고 두 달 정도 지나 이러다 손해보겠다 싶어 얼른 중고로 팔아버렸다.

내 인생에 VR은 빠이빠이.

인 줄 알았다.

최근에 지인의 지인이 VR 세계로 다이브를 하고, 다이브를 한 사람을 보고 지인도 VR 세계로 다이브를 해버렸다. 다이브한 지인은 귀여운 캐릭터도 가져오고 VR 세계에 잘 적응한 듯 보였다. 도대체 뭐가 저렇게 재밌는 거지 나는 재미 하나도 없던데. 부스에서 산 캐릭터, 유니티 만지작 거리면서 힘들여서 만든 캐릭터를 보여줄 때야 귀여웠지만 굳이 내가 하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캐릭터가 귀여워서 캐릭터 사진(?) 보여달라는 둥 종종 그런 얘길 했더니 VRC 와서 직접 보라 그러더라. VR 기기 사용 안 하면 안 만나준다느니 그런 얘길 했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PC로 와도 보여준다 그래서 VRC 설치하고 지인 캐릭터 보고 왔다. (PC 모드로)

지인 가이드를 받아서 구경을 조금 해보니, 하는 사람들이 왜 하는지는 알 거 같더라.

나랑은 안 맞았지만.

예전에 (스트리머) 파카가 트위치 파티 마인크래프트 서버에서 구석으로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진짜 지랄도 저런 지랄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게임에서 도대체 왜 구석으로 걸어? 왜 현실에서 하는 행동을 굳이 게임에서 보이지 너무 이상했다.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내 모습이더라.

VRC는 채팅이 없고 마이크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대화 소리가 공개된다. 때문에, 말 소리 때문에 도저히 다가가지 못 하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더라. 왜인지 가까이 가면 말 걸 거 같은데 제발 말 안 걸었으면 좋겠다. 마치 옷 가게 들어갔는데 혼자 구경하고 싶은데 직원이 말 걸까봐 신경쓰이는 기분.

다른 사람에게 못 다가가겠어서 구석으로 다니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만 했는데, 고인물처럼 베테랑처럼 보이는 유저가 결국 말을 걸고 말았다.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보라느니 부터 시작해서 온갖 대화 시도.

그 분은 분명히 나를 친절히 대해주려고 한 건데, 내가 아싸 오브 아싸라 상대가 말을 걸 때마다 정신의 수명이 반씩 깎이는 기분. 택시에서 택시 기사가 말을 건 걸 받아주는 기분으로 힘들게 대응하고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고민만 하다 결국 도망갔다.

VRC 하는 사람은 (현실에서 아싸여도) 기본적으로 사람하고 엮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듯 보인다. 나처럼 사람하고 대화할 때마다 힘이 쭉쭉 빠지는 사람이 할 만한 게임은 아닌 듯 보였다. 친한 사람과 하면 모르겠지만, 유명한 맵에서 사람을 기다리거나 무작정 타인과 대화하기에는 나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채팅으로 하면 완전 방구석 여포인데 보이스는 조금 그래.

지인은 나보고 그렇게 구석에 서서 구경만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에게 물어볼 걸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친해지라는 둥 그런 얘길 하더라. 하 그런 걸 했으면 내가 찐따로 살지 않았겠지. 어떻게 그런 걸 하라고 당연하게 말할 수 있는지 너무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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