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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VRC 심해어 [VRChat 보고서 7편]

by 심해잠수부 2023. 4. 14.

VRC 같은 본격적인 가상 세계를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은, VRC의 생태계를 보고 역겹다고 생각한다.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상대가 남자인 걸 알면서 호감을 느낄 수 있냐?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냐? 게이냐?" 엄청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겹고, 이해하기 어려우니 궁금한 거겠지.

그 얘기를 깊이 해보려고 한다.

나의 답변은 조금 긴 얘기가 될 테니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역겹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욕할 생각 가득한 분은 더 읽지 말고 뒤로가기 누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글의 진정성을 위해, 나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말하고 시작하겠다. 적당히 겉핥기만 하거나, 관찰만 했을 뿐인 유저가 떠드는 일 만큼 우스운 일도 없으니까.

진득하게 플레이하지도 않고 심연 탐방이랍시고 (비웃을 만한 컨텐츠를 공유하기 위해서) 영상을 유튜브로 올리거나, 글로 쓰거나, 만화로 그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여행은 여행일 뿐이다. 여행 온 사람이 느끼는 한국과 거주하는 사람이 느끼는 한국은 다르다.


"상대도 남자인데 그러고 싶냐? 어차피 아바타 나부랭이 디지털 쪼가리인데 뭐 하는 거냐 대체. 전부 씹게이 새끼들이냐? 똥게이 새끼들 역겹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냐?"

처음엔 아바타 얼굴 맞대는 행위조차 부담스러워한다. 당황하며 손사래 친다. 시작부터 갈 데까지 간 유저는 극히 드물다. 고니가 처음부터 타짜는 아니었듯이, 이 이런 쉽세기들 그냥 확 다 주거써 어눌한 말투로 말하는 시기도 있었듯이 시작부터 썩은 내를 풍기는 유저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왜 다 그렇게 됐을까?

<여캐 아바타 남자 목소리>의 거부감도 죽였던 유저가, 과연 남자 목소리의 거부감만 죽였을까? 이 정도로 거대한 본능적 거부감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다른 거부감도 잘 죽일 수 있는 인재다.

 

2016년에 내 주변에서 "전부" 그래픽 카드를 바꿨었다. 당시 1000번 대 그래픽 카드가 잘 나와서 그래픽 카드를 바꾸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래픽 카드를 구매할 마음이 없는 친구도 모두 친구 따라 강남 갔다.

자동차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황새 친구가 자동차를 사기 시작하면 뱁새 친구도 따라서 자동차를 산다. 자기 벌이 수준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구매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친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로만 결정된다. 그래서 지금은 자차 안 모는 친구가 없다.

친구가 모두 VR 유저면 VR을 구매하고, 친구가 모두 풀트 유저면 풀트 장비를 구매한다. 모두가 커스텀 아바타를 사용하고 있으면 자기도 커스텀 아바타를 만들고, 모두가 예쁘게 꾸미려고 노력하면 자기도 유니티의 늪에 빠진다. 누군가의 장비가 강해지면 누군가의 아바타가 예뻐지면 주변 사람도 끌려간다.

게임의 수위까지도.

호감작 끝난 상대가 자신의 마음 속으로 스멀스멀 파고들어 오면 한 번은 입을 맞춰줄 수 있고, 한 번 해보니 상대에 대한 호감 때문에 생각보다 싫지도 않고, 자기도 호감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한 번 해보고 싶어지고, 그렇게 조금씩 하나 둘 시도하고 해금되며 말로가 되어간다.

처음부터 말로로 시작하는 유저는 극히 드물다.

 

"상대도 남자인데 그러고 싶냐? 어차피 아바타 나부랭이 디지털 쪼가리인데 뭐 하는 거냐 대체. 전부 씹게이 새끼들이냐? 똥게이 새끼들 역겹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냐?"

우리 팀 야스오 새끼가 초딩일 수도 있는데 화내는 일과 같다.

고작 게임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몇 살이나 먹었는지 내가 배운 사람인지 완벽하게 잊고 우리 팀 초딩 야스오가 상대보다 게임을 잘 하지 못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을 조금 띠껍게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친 듯 화를 내는 유저는 수두룩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유저가 같은 팀 동료의 부모를 죽이고 있다.

가끔은 초딩 야스오가 아니라 친한 친구에게도 그런다.

고작 게임 따위에 그 정도로 과몰입할 수 있는 유저라면, VRC에서도 100% 타락할 수 있다.

게임 때문에 화를 내는 일조차 게임에 과하게 몰입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모습이니까.

 

VR을 착용하고 게임하면 누군가 쓰다듬어줄 거고, 쓰다듬는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미소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볼도 만져주고, 가끔은 입도 맞춰준다. 가슴 크다며 가슴도 만져주고, 배도 쓰다듬어 준다. 내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던 유형의 관심을 내게 보인다. 안아주고 칭찬도 해주고 좋은 말도 해준다.

상대가 남자고 남자 목소리로 하고 있을 뿐.

그런데, VR 유저는 몰입하기 좋은 환경에서 게임을 한다.

"가장 큰 벽"인 목소리 거부감도 죽인 유저인데, 눈 앞의 화면에 몰입하며 다른 요소(남자끼리 이런 행위를 해도 되나, 현실의 나는 다른데 이런 기분을 느껴도 되나 등)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듯 취급하는 일을 어려워할까? 자기가 게임 속의 여자 캐릭터가 됐다고 생각하는 일을 과연 어려워할까?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게임 연애나 랜선 연애 등 유사한 무언가를 해본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상상력이 풍부하면 VR이 아니라 텍스트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아닌 사람도 많겠지만, 텍스트만으로도 이상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적지 않다.

디씨, 트위터 등 커뮤니티만 봐도 알 수 있다.

말 몇 번 섞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댓글이나 답글 몇 번 주고받았을 뿐이면서 누군가를 인지하고 내적친밀감을 쌓아올린다. 하다 못 해 친목을 금지하겠다며 ㅇㅇ 으로만 글 쓰는 커뮤니티조차 아이피 기억해서 누군지 기억하고 자빠졌다. 연예인조차 티비에서 매일 보면 좋아하지 않았던 연예인이라도 실제로 봤을 때 친근감을 느낀다.

내가 어릴 때, 게임이나 채팅을 통해 '랜선 연애'를 하는 친구도 많이 봐왔다. 랜선 연애를 여자랑 하면 정상인가? 그 때 내 친구들 사이에서 걔보고 "병신"이라고 하는 친구도 많았다. 만나지도 못 하는 여자랑 왜 그런 일을 하지?

그런데 VR에서 여자랑 과몰입하는 건 괜찮다고?

그 때 생각이 나서 기분이 이상하다.

랜선 연애부터 이해 안 되어야 하지 않아? 여미새가 여자한테 비비는 건 괜찮다고? 여자랑 과몰입하는 건 괜찮다고? 애초에 여자든 남자든 랜선 연애부터 이상한 일 아니야?

여자랑 롤하려고 하는 행위나 에펙하려고 하는 행위도 내겐 똑같이 느껴진다.

랜선 연애가 잘못됐다거나 '게임에서 여자랑 비비려고 하는 너네도 잘못됐다'고 말하고픈 건 아니다. "상상력이 풍부해서 몰입을 잘 하는 유저의 존재가 특별히 이상하고 기괴한 현상은 아니다"는 얘기일 뿐이다. 버튜버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많은 사람이 증명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대도 남자인데 그러고 싶냐? 어차피 아바타 나부랭이 디지털 쪼가리인데 뭐 하는 거냐 대체. 전부 씹게이 새끼들이냐? 똥게이 새끼들 역겹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냐?"

자신이 현생에서 어떤 요소가 부족했느냐에 따라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도 달라진다.

누군가는 남자 목소리를 끝까지 싫어한다. 누군가는 안아주는 걸 좋아하지만 야스는 싫어한다. 누군가는 야스는 해도 랜선 연애(과몰입)은 극혐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과몰입은 괜찮은데 과몰입과 현실 연애를 구분 못 하는 유저는 혐오스럽다고 말한다.

자기가 어느 부분까지 외로웠느냐에 따라 허용되는 선도 가지각색이다.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단지 말 할 상대를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연애하는 기분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미소녀 아바타와 연애하는 기분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남자라도 좋으니까 게임을 매개로 현실에서 연애하는 기분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남자는 됐고 여자만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여자 취급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걸레 취급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섹스를 통해 봉사하는 기분을 필요로 한다.

진짜 다양한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똑같이 야스를 한다고 쳐도, 누군가는 야스 자체가 꼴려서 하고, 누군가는 이쁨받고 싶어서, 누군가는 외로워서 한다. 누군가는 여자가 되고 싶어서, 누군가는 남자한테 박히고 싶어서, 누군가는 남캐하고도 할 수 있는 반면 누군가는 여캐하고만 해야 하고, 누군가는 봉사하는 기분만 느끼면 돼서 남캐든 여캐든 상관이 없고, 누군가는 보이스가 있어야 실감 나니까 남자 목소리여도 보이스를 켜는 게 좋고 누군가는 남자랑 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보이스가 절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게임의 목적과 이유가 다른 만큼 플레이 방식도 달라진다.

그런 사람들에게 "너네 결국 남자랑 하잖아. 남자 좋아하잖아"라고 말해봐야 "나는 남자 좋아하는 건 아닌데?"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걔네 중에서 진짜 털 북실한 시커먼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로 없다. 가끔 있긴 하겠지만 거의 없다. 있겠냐. 그딴 걸 누가 좋아해. 게이도 못 생긴 번탈남은 싫대!

특정한 최악의 모습만 꺼내서 "너네 다 게이잖아" 라고 말하면 걔네도 납득하지 못 한다.

"이런 만화 때문에 게임 이미지 십창났네 시발", "이런 새끼들 때문에 게임 이미지 십창났네 시발" 화를 내는 유저도 많고, "아니 진짜 게임이랑 현실 구분 못 하는 찐게이 새끼 이딴 드립 좋다고 치네 개역겹네" 이렇게 욕하는 유저도 많다.

그런데도 다 똑같은 게이인가?

남자 목소리 듣고 남자랑 플레이하면서 남자랑 그러고 있는데도 그런 반응을 보이는 유저가 대부분이다. 얘네를 하나로 묶어서 "내가 보기엔 죄다 씹게이 같은데" 싶겠지만 얘네를 "게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약할 수가 없다. 제 3자가 보기엔 다 똑같을 수 있지만.

물 온도와 유사하다.

사람의 손으로 30도와 40도 온수는 구별하기 쉽다. 하지만 -50도와 -60도의 냉수를 비교하라고 하면 제대로 구별할 수가 없다. 둘 다 존나 차가울 뿐, -50이나 -60이나 그게 그거다.

게임 안 하는 제 3자가 볼 때도 그렇다.

제 3자가 보면 얘네는 -50도와 -60도 둘 다 엄청 차가울 뿐인데, 거기에 속해있는 유저는 -50과 -51과 -52와 -53과 -54와 -55와 -56과 -57과 -58과 -59-와 -60은 다르다고 느낀다. 여러분이 만약 -55도 즈음 되는 손을 가지고 있었다면 -50도와 -60도를 쉽게 구별해냈겠지만, 여러분의 손은 그렇지 않으니까.

정말로 다양한 유저가 있다.

코로나 때문에 놀 수가 없으니까 VRC로 기어들어 오는 유저는 나처럼 플레이하지 않는다. 해외에 있어서 한국 사람이 그리워 들어올 뿐인 유저도 나처럼 플레이하지 않는다. 여성 유저도 나처럼 플레이하지 않는다.

사람 마음에 뚫려있는 구멍의 종류와 크기가 다양하고, 종류와 크기에 따라 플레이 목적과 방식도 바뀐다.

 

그런데 VRC엔 왜 그렇게 기괴하게 플레이하는 게이 같은 유저가 많을까?

<공짜 풀 트래킹>, <미성년자는 하면 안 되는 게임> 내가 꾸준히 말해왔듯이, VRC는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 한 감정을 채우기 위한 목적의 게임이다. 아무리 부정해도, 구조 자체가 그렇게 짜여 있다.

게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현실에서 할 수 있는데, 굳이 VRC를 하는 이유가 뭘까?

현실에서 할 수 없으니까.

"누군가와 동침하고 싶으면 여친이랑 자면 되지, 왜 불편하게 VR 착용하고 수면을 해? 누군가와 섹스하고 싶으면 실제로 섹스하면 되지 왜 자위에 가까운 가상 섹스를 해?"

가진 자의 의문이다.

대화를 좋아하면 밖에 나가서 친구와 놀면 된다. 외국인과의 대화를 좋아하면 해외여행을 가면 된다. 인테리어를 좋아하면 직접 집을 꾸미면 된다. 같이 수면하고 싶으면 친구나 애인과 같이 수면하면 된다.

하지만 다리가 아주 불편할 수도 있고, 해외 여행 갈 돈이 없을 수도 있고, 넓은 방조차 없을 수도 있고, 수면할 정도로 친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연애를 하고 싶으면 연애를 하면 되지 왜 몬도랑 호시카와랑 비비는 영상을 보고 있겠냐.

가진 자도 가지지 못 한 자의 대리 만족 생활을 이해할 수 없듯이, 관계가 부유한 자도 관계가 빈곤한 자를 이해하지 못 한다.

코로나 한창일 때 줌 영상통화로 온라인 술자리 가지던 친구 정말 많이 봤다. 술자리를 너무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으니까 그렇게라도 해소하는 사이버 술자리였다.

 

현실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성공해서 자기 잘난 맛에 살면 되는데 그걸 못 해서 MMORPG에 빠지고, 인생 열심히 살아서 인생 티어를 올리면 되는데 게임에서 티어를 올리며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학부모 김실장이 아들의 게임을 막지 않는 이유 (feat.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

현생에서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까 게임에 빠진다.

원하는 경험과 감정을 현생에서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사람은 VRC 안 한다.

하지만 원하는 무언가를 현생에서 절대 채울 수 없는 사람도 있다.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 한 관계 욕구를 게임에서 풀어도 이상하다고 할 수 없다.

귀여움 받고 쓰다듬 받고 싶은데 정말 남자다운 외모라 경험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저 단순히 "상냥한 취급을 받고 싶다"는 간단해 보이는 욕구조차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런 유저라면, "내가 미소녀 아바타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혹은 뉴비라는 이유로/여성 유저라는 이유로/목소리가 좋다는 이유로/외국인이라는 이유로/자신이 외롭다는 이유로" 내게 상냥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거절하기 힘들다.

심연으로 빠지는 사람일수록 현생에 결핍이 많은 유저다. VRC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는 현실에서 더욱 생동감 있게 할 수 있는데 굳이 가상 세계에서 불편하게 하는 거니까. VRC에 관심을 가지는 유저층에 외로운 사람의 비율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짧은 시간에 깊게 심연으로 빠져들어 갔으니까 엄청 외로운 거라고 생각한다.

 

"가상이고 허구일 뿐인데 정말 마음이 충족되냐?"

게임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엄청 많듯이, 당연히 충족된다.

 

나를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아래 내용을 보면서 나를 욕하는 사람이나 비웃는 사람도 많겠지만 있는 그대로 설명하겠다.

VRC 시작하기 직전엔 이상성욕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 사먹이라도 해볼까 싶어 사먹 잘 아는 친구에게 귀찮을 정도로 자세히 물어본 적도 있고, SNS에서 디엠을 보내 물어본 적도 있고, 전화번호 등을 찾아본 적도 있고, 톡을 보내 가격을 알아본 적도 있다.

이 감정이 최고조로 올라왔을 때 나 자신에게 되게 실망을 많이 하면서 썼던 글 <돈으로 사는 구원>이다.

 

직모 유튜브에서 아래의 노총각 인터뷰를 본 적 있는데, 나는 저 분 마음이 이해가 갔다.

여자없는 외로운 삶 [노총각] 3부

 

업소녀가 외로운 총각을 공사치는법 [노총각] 5부

외롭다는 감각이 진짜 무섭다.

어릴 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생각하기 쉽다. 내 인생이랑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관계는 줄고, 외로움은 늘어난다. 성욕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성은 못 만난다. 만날 의욕조차 없다. 애완동물을 키운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대체재도 없고, 대리만족할 만한 요소도 없다.

결국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고야 만다.

 

그런데 VRC에서 심연으로 빠져들수록 점점 잠잠해졌다. 관계에서의 외로운 느낌도 엄청 줄었다.

저 때 나 자신에게 환멸을 느껴서 썼던 글의 감정이 지금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듯 느껴진다. 오히려 과했던 성욕이 진짜로 너무 많이 죽어서, 나랑 유사한 걸 좋아하는 친구가 이거 좋더라 하고 보내준 걸 보고도 예전처럼 흥분하지 못 했다. '이런 거 좋아하긴 그렇지'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야동도 최근에 본 적 거의 없다. 가끔 꼴리면 보긴 하지만, 진짜 예전에 비해서는 전혀.

게임에서 유사한 감정 잔뜩 얻을 수 있는데, 관심을 왜 가져? 사먹도 가짜고 야동도 가짜고 망가도 가짜고 기타 등등 다 가짠데, 차라리 이게 더 건전하지 않아? 이게 더 진짜 같지 않아? 얘네는 내 '아바타'를 좋아하는 거긴 하지만 나를 좋아해 주고 친하게 지내주잖아.

나도 따듯하고 싶다. 그래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도 했던 거였다. 하지만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보다 차라리 이런 방법이 훨씬 건전하지 않을까? 별 거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VRC에서 마음의 빈 공간을 생각보다 많이 채웠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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