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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여성 유저 [VRChat 보고서 5편]

by 심해잠수부 2023. 4. 14.

효리네민박 박보검

[웃음 풀발기]

"효리네 민박에 박보검 나온 거 봤냐. 박보검이 딱히 재밌는 얘길 하지 않았는데도 여성 게스트가 엄청 잘 웃어준다. [웃음 풀발기] 상태였기 때문이다. 네 친구도 진짜 재밌는 얘기를 한 게 아니라, 남자가 톡 쳐도 건드리면 웃는 상황이었을 뿐이다." (자기는 여자 꼬시려고 이런 행동까지 한다며 진짜 웃긴 게 뭔지 보여준다고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주었다. 빵 터진 여성 패널은 그의 발언을 인정해주었다)

 

남성 유저는 여성 유저와 있을 때 재미를 쉽게 느낀다. 본능적으로 여성을 더 선호하고 좋아한다. 

때문에, 이성 앞에서 행동이 바뀐다. 

남자와는 정적이 3분만 이어져도 "이 새끼 존나 지루하네" 생각하는 남자도, 여자와 정적이 3분 이상 이어질 땐 분위기를 녹이려고 자신이 말을 먼저 꺼내주는 등 친절을 베푼다. 

방송도 다르지 않다.

남자가 저따구로 방송하면 시청자 수 5명도 안 나올 텐데, "여자"면 5명 정도는 나올 수 있다. 남성 스트리머보다 커트라인이 많이 내려간다. 엄청 잘생긴 남자가 방송할 때와 똑같다. 게임을 허접하게 해도, 방송을 허접하게 해도, '압도적인 강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게임도 다르지 않다. 

여성 유저가 있으면 남성 유저의 행동이 달라진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유저도 말을 걸어준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치명적인 실수를 해도 욕하지 않는다. 분위기를 띄워준다. 자주 웃는다. 사소한 변화가 쌓여 방의 공기를 바꿀 정도로 많이 달라진다.

VRC라고 다를까? 

PC로 유니티 하던 유저도 갑자기 VR로 접속하고, 상트만 하고 있던 유저도 갑자기 풀 트래킹을 장착하고 온다. 자꾸만 남성 유저가 조인하며 인스턴스를 채우고, 여성 유저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원이 만들어진다.

 

여자에 집착하지 않는 평범한 남자여도 알게 모르게 의식한다. '나는 아닌데', '나는 아니겠지'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이성을 의식한다. 

나는 여성에게 호감 받을 일이 없으니까 (여자를 좋아해도) 여자에게 관심 없다는 듯 행동하는 일이 많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찌질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고, 못 먹는다는 이유로 저건 신 포도라는 듯 말하는 기분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아서, 여자와 엮이는 일이 있어도 정말 최선을 다 해서 관심 없다는 듯 행동한다. 

어차피 상대가 싫어할 테니까 관심 보이지 말아야지. 상대가 불쾌해할 테니까 관심 보이지 말아야지. 괜히 치근대는 사람처럼 보이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도, 기어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엄청 예전의 일인데, 회사에서 누군가 내게 밥을 왜 안 먹고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내게 관심이 있어 묻는 말이 아니라, 회사에 있는 누군가가 밥을 안 먹고 있으니 지나가는 길에 한 번 걸어보는 느낌이었다. 

평범한 질문이니 평범하게 대답했어야 했는데, 여성이 말을 거니까 나도 모르게 애니메이션에서 콧바람 흥 하고 부는 기분 나쁜 모습처럼 어깨 으쓱하며 기분 좋다는 듯 대답한 적이 있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나도 여자 보기를 돌 보듯이 하고 싶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고, 아무리 후회해도 안 된다. 나도 모르게 의식하고 나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을 하고 만다. 

내가 내성 없는 찐따라 그럴 수도 있는데, 내 주변 게임하고 있는 남자 중 내성 강한 사람 정말 얼마 없다. 단지 이상한 행동을 저지르고 자괴감을 얼마나 느끼냐의 차이일 뿐. 

 

이런 이유로, 여성 유저를 기피하는 집단도 많다. 나도 여성 유저를 반기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괜찮은 선인지, 어디까지 허용해도 되는지 기준을 정하기 어려우니까. 그룹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없고, 그룹 통제도 안 된다. 커뮤니티를 여자보다 우선하는 유저는 그룹에 여성 유저가 찾아오는 걸 반기지 않을 수밖에 없다. 감당할 수 없으니까. 몇 명만 실수한다면 몇 명만 쳐내면 되는데, 모두가 변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다. 

 

억울할 수 있다. 

주변에서 달라붙고 있을 뿐이니까.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거도 아닌데, 분위기 흐린다는 이유로 성별을 밝히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여왕벌이 되려고 시도조차 한 적도 없는 "평범한 게이머"일 뿐인데 자꾸만 지적하고 문제 삼으니까. 

그런데 내 생각엔, 차라리 여왕벌일 때가 덜 피곤하다. 여왕벌이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여왕벌과 추종하는 물소 극혐이라고 생각하며 간단하게 끝낼 수 있다. 그룹과 엮이는 순간 배척하고 밀어낼 수 있다. 

오히려 여왕벌 아닐 때가(아닌 척할 때가) 더 골치 아프다. 평범하게 게임하는 사람인 척하니까 배척하기 힘들다. 남성 유저를 의식하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빤히 보일 때조차 배척할 수가 없다. 

"배척을 안 하면 되지 않느냐?"

아무리 자기 마음에 여자가 살아도 외모가 남자면 남자다. 

아무리 자신의 사고 구조가 여자라고 해도, 그래서 '내가 여자인데 왜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야 해'라며 혐오감을 느낀다고 해도,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일이 수치스럽더라도, 고추를 잘라버리고 싶더라도, 남자의 외형을 하고 있는 이상 그는 남자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다. 시도하면 안 된다. '나는 여자다'라고 주장해봐야 어떤 여성도 공감해주지 않는다. 그저 변태새끼일 뿐이다. 소수자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제3의 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은 너무나 큰 욕심이다. 

평범하게 게임하고 싶은 여성 유저도 말이다. 

자신이 여왕벌이 아니라도, '내가 여자긴 하지만 나도 너랑 똑같은 개찐따다'라고 주장해도, '나 떠받들어주는 애들 말고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오타쿠 남자와 게임에서 어울리고 싶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태어날 때 여자로 태어났으면 어쩔 수 없다. 내가 아무리 귀여움 받고 싶어도 못 생긴 시커먼 남정네라 귀여움 받을 수 없듯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거부한다고 해도,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여자란 사실을 의식하며 잘 대해준다. 그리고 호의는 마약 같아서 처음엔 거부해도 점점 편해진다. 거부하지 못 하게 된다. 여왕벌도 처음부터 여왕벌로 시작하진 않았다. 

 

'내 주변엔 다들 나를 평범하게 대해준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압도적인 강점'을 가진 사람을 '평범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없다. 

여성 유저 뿐만 아니라, 판검사 변호사 의사 등 강점을 지닌 사람도 여성 유저와 똑같은 현상을 만든다. 디스코드 서버에서 의사 한 명 있으면 의사에게 노골적으로 비비는 친구 몇 명은 꼭 있다. 나도 알게 모르게 친해지고 싶어 하고.

단지 일반인에겐 판검사란 메리트보다 여성이란 메리트가 훨씬 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강점일 뿐이다. 이재용 정도는 되어야 일반 여성보다 더 많은 사람을 이끌고 다닐 수 있다. 

압도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이상, 남성 유저처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자신의 강점을 타인에게 완벽하게 감추지 않는 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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