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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항상 싸움은 싸우는 애들끼리 [VRChat 보고서 44편]

by 심해잠수부 2024. 1. 23.

VRC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에서도, 다른 게임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문제다.

다만 게임에서는 정글-탑이나 봇듀오처럼 의견이 갈렸을 때 자존심을 굽히지 않다 발생하는 일이 많고, 현실에서는 군대/회사/학교에서 주로 싸움이 발생하지 '서로 만나고 싶어서 만난 관계'엔 그리 자주 싸움이 발생하진 않는다.

VRC는 내가 예전에 말했다시피 군대 같다. 그래서인지 은근히 트러블이 발생하는 일이 많다. 서로 만나고 싶어서 만난 관계는 아니니까. 게임을 매개로 만나고 싶은 친구도 있고 만나기 싫은 친구의 친구도 있으니까. 현실에선 만나고 싶어 하는 친구만 불러서 따로 인바방처럼 놀면 되지만, 게임에선 열린 방이니까 꼴 보기 싫은 친구도 자꾸만 만나니까.

회사, 학교에서 꼴 보기 싫은 친구를 맨날 봐야만 하는 느낌.

 

그런데 트러블이 여러 번 발생해도 트러블에 엮이는 사람은 고정적이다.

그룹 내에서 자기 할 말 못 참고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싫은 사람에게 싫은 티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 자기주장 강해서 자기 말에 네 네 하며 자기 성격에 맞춰주는 조용한 성격만 좋아하는 사람, 다른 사람 평가질하는 사람 등.

'다른 사람과 못 어울리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정적인 요소를 가지고도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사람은 많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다른 사람과 자주 싸우는 성격이라고 해서 친구가 없는 건 아니다. 맨날 싸우는 게 아니라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거나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있을 때 불만을 드러내다 싸움으로 번지는 거니까.

나도 그러한 면이 있었다. 나도 자기주장 강하고 내가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타입이었어서 여러 사람과 자주 부딪쳤던 거 같다. 지금이야 어느 일을 계기로 그런 행동이 되게 바보 같다고 생각해서 잘 안 하게 됐지만, 그 땐 그랬다.

 

누군가가 자기에게 싫은 티를 노골적으로 내더라도 "쟤 이상하네" 정도로 넘어가면 싸움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친구 누군가가 자기 말 무시했다고 자기도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고, 싫은 티를 내는 거에 상대가 반응하면 상대도 더 심하게 싫은 티를 낸다.

대화하느라 내 말에 대답하지 못 했던 걸 수도 있는데 굳이 작은 불씨에 자기가 부채질을 해서 싸움을 키운다.

둘 중에 한 명만이라도 쟤 왜 저러지 하고 별 생각 없이 넘어갔다면 '누군가가 누군가를 혼자 싫어하는 일'이나 '혼자 착각한 일' 정도에서 끝났을 텐데, 거기서 서로 자기 할 말은 꼭 해야 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티도 꼭 내야 하니 결국 서로 랠리를 이어가다 싸움이 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싸움은 웬만해서는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발생한다.
(재수 없게 엮이는 경우나 가만히 있으면 바보 되는 상황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가끔은 후회한다.

그 때 그렇게 안 했으면 지금 많이 달랐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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