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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내가 인기가 없는 이유 [VRChat 보고서 42편]

by 심해잠수부 2024. 1. 3.

나는 인기니 어쩌니 하는 말 이젠 별로 관심 없다.
친구 관계에 인기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이젠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인기를 갈망한다.

사실, 나도 갈망한다. VRC에서는 갈망하지 않지만, 블로그 글도 많은 사람이 읽어줬으면 좋겠고, SNS도 몇백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 최소 몇천 이상의 사람이 봐줬으면 한다. 이미지 하나 올리면 좋아요 최소 2천 개씩 박혔으면 좋겠다. 내 친구나 내 친구의 친구라서 나를 봐주는 게 아니라, 자기를 봐주니까 나를 봐주는 게 아니라, 아무 대가도 없이 그저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라 나를 봐주는 사람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인기 없는 사람은 자기가 왜 인기가 없는지 잘 모른다.

 

VRC에서 인기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내 특성이 '장점'으로 발휘되는 공간에 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 성격의 단점은 어딘가에선 장점이기도 하다.

며칠 전, 1월 1일 0시 0분에 "아 작년에 딸 쳤는데 아직도 못 쌌다" 드립을 쳤다. 이건 트위터 등에서 10년이나 꾸준히 올라오는 드립으로, 식상하다 못 해 썩은 드립이다. 하지만 그 날 그 땐 거기서 진심으로 웃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내게 혐오스러운 드립이 모두에게 혐오스럽지는 않다. 60대 틀딱이 20대 사이에 껴서 성적인 아재 드립을 치면 혐오스럽지만, 겨울에 김장한답시고 50대 60대끼리 모여있을 때 치면 서로 좋다고 웃는다.

그렇듯이 내 성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어떠한 성격이 '주류에서는 안 좋은 성격일지라도' 다른 곳에 가면 다른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나와 10년 이상 알고 지낸 친구들은 내가 이러한 글을 쓰거나 내가 글을 쓸 때의 관점으로 일상 대화를 하는 일을 그렇게까지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 하면서 좋아해 주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브얄 친구들에게 내 일상적인 글을 보여줬을 땐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좋아하지 않는 친구가 많았다. 공간의 규칙이 공간마다 다르다. 어떠한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인스타와 트위터에서 먹히는 주류 드립이 서로 다르듯이 '어떤 구성원이 주류로 있느냐'에 따라 환영받는 성격의 종류도 달라진다.

성적인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친구가 성적인 요소를 불편해하는 친구들 앞에 있다면 나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친구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여러 친구와 가볍게 지내는 그룹에 껴있다면 나쁜 이미지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자꾸 쓸데없이 들러붙어 성적인 어필을 해서 자꾸만 주변인을 스트레스 받게 하는 사람도, 어딘가에선 다른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어딘가에선 좋게 취급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내 주변 친구 모두 그를 나쁘게 말해도 그가 그렇게 당당한 거겠지.

내가 다른 사람과 트러블이 있었어도 '나는 다른 곳에서 예쁨 받는데?' 당당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고.

어차피 내 성격은 바꿀 수 없다. 내 스킬을 조금 바꾸어 모나지 않게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내 본질인 성격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요소가 아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략을 바꾸어야만 한다. 내가 안 먹힐 공간에서 내 되도 않는 성격으로 끌고 나갈 생각을 하기보다는, 내 성격이 잘 먹히는 공간으로 옮기면 된다.

내 성격이 어떤지 파악하고 어디에서 놀아야 하는지 알아야 내가 재밌게 놀 수 있다. 

원사운드, <펠하우스>

근데 대부분은 그렇지 못 하다.

기존의 친구들에게 관심받고 싶어 할 뿐이다.

새로운 공간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친해질 수 있는지 잘 모르며, 새로운 공간을 찾았다 한들 기존 친구들과의 애정이 더 중요하니까. 예전부터 관계해 온 사람이 훨씬 커 보이니까 새로운 공간으로 발을 들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쩔 수 없다.

내게 불리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지.


방금 내가 한 이야기엔, 진짜 잔인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환경이 바뀐다 해도, 좋은 공간에서 내 장점을 발휘해서 즐겁게 논다고 해도, 인간의 '매력'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커다란 뿌리가 존재한다. 아무리 겉보기에 아름답고 이러저러한 매력을 어필한다 하여도, 인간 자체에서 매력이 튀어나오는 사람의 매력을 이기기는 어렵다.

트래시 토크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트래시 토크 잘 해서 인기를 얻는다고 해도, 그들도 외모 예쁘고 말 예쁘게 하고 상냥하고 자기에게 관심 많이 가져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어떠한 장점을 어필해서 얻는 호감이나, 많은 사람과 잘 지내려고 아등바등하며 억지로 버티며 얻은 호감은 오래가지 못 한다.

최근, 내 글을 내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다시 봐주며 좋게 언급해 주는 일이 있었다. 그들은 글을 보고 내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글을 매개로 나란 사람과 친해진다고 해봐야, 나란 사람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친구로서 같이 지낸다면 금세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장점으로 어필할 만한 특성이 '나를 알리는 계기'가 될 순 있어도, 그걸 유지하는 건 내 본질적인 매력으로만 가능하다.

유행 잘 탄 음악이나 자극적인 음악과 같다.

다른 사람 디스하고 욕하고 물어뜯고 나쁜 말 하고 혐오스러운 워딩으로 누군가를 때리는 음악이 잠깐 즐기기엔 기분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알리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음악만 듣다 보면 결국 기본에 충실한 음악다운 음악으로 되돌아가기 마련이다. 운 좋게 유행 잘 탄 음악이나, 쇼미 나와 잠깐 얻은 인기는 3개월짜리 연예인일 뿐이다.

사람도 똑같다.

매일 배트 3천 번 휘둘러 뛰어난 야구선수로 이종범 이정후 추신수 류현진 박찬호처럼 성공하면 좋겠지만, 떡잎부터 남다른 선수가 노력할 때 메이저 리그로 나가서 성공한다. 떡잎이 구렸던 선수가 아무리 노력해도 메이저리그까진 못 간다. 일반인에 비해 성공하고 프로 선수로 데뷔할 수도 있겠지만 프로 선수로 데뷔해서 스타가 되는 건 원래 잘 하던 친구들이다.

운명론 같아서 싫어하는 얘기지만, 솔직히 그렇다.

인기도 똑같다.

인기 있을 만한 사람이 인기 있을 노력을 하니 인기가 있는 거지, 인기가 어떤 건지 감도 잡지 못 하는 내가 조금 노력한다고 대격변이 있을까. 예전보단 조금 나아지겠지. 그런데 조금 나아지는 일로는 보상이 작아서 내가 노력하기 힘들어. 동기부여가 안 돼. 목소리 발음 연습도 외모 가꾸는 연습도 상냥하게 말하는 연습도 안 하고 그 자리에 나처럼 가만히 서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리가.

홍진호가 그러데. 나도 말 또박또박 하려면 할 수는 있는데 말하는데 거기까지 신경 써야 하냐고.

나도 글 쓰는 연습을 안 하고 노래만 들으니 항상 내가 쓰던 글에서 크게 변하질 않는다. 그렇다고 글 쓰는 연습을 하기엔, 나는 글을 그렇게 잘 쓰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까지 노력할 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작사를 배우자니 딱히 작사를 하고 싶은 건 아닌데. 모두가 그렇지.

인기 없을 사람이 억지로 인기 얻어봤자 안 맞는 옷 입은 듯 불편하기만 할 텐데.

2할 7푼이라도 간당간당하게 유지하는 프로 선수가 되려면 매일 배트 3천 번씩 휘둘러야 하는데, 정말로 그거 할 수 있냐는 말이지 나는. 3천 번씩 휘두른다고 메이저리거가 되는 게 아니라 2할 7푼 간당간당하게 친다고 나는. 장타도 없는 똑딱이인데. 내가 매일 3천 번 휘둘러서 기대하는 보상이 메이저리거인데 내 현실이 2할 7푼 치는 프로선수라면 난 노력 못 할 거 같은데.

야구하는 일 자체가 즐겁다면 몰라도.
나는 야구가 그렇게 즐겁지 않은 사람인데.

조금이라도 더 사랑받기 위해 내가 있을 공간을 바꾸면 좋겠지.

근데 그들이 정말로 인기를 얻고 싶었을까?

인기 얻고 싶었으면 지금 당장 발음 연습부터 해야지. 지금 잘 나가는 남자 유튜버들 처음 시작할 때 목소리 얼마나 개판이었는데. 잇섭도 초기 영상 보면 개찐따처럼 말하는데. 그들도 다 조금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 바뀐 건데.

근데 인기를 갈구하는 그들이 하고픈 건 인기가 있고 싶은 게 아니라, 지금 친구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지금 친구들에게 조금 더 관심받고 예쁨 받고 싶었던 거 아닌가?

거따 대고 공간 바꾸라는 말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있지. 성공하고 싶었던 래퍼들 진짜로 성공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엄마 앞에서 효자 되는 게 꿈이었듯이. "나도 알아 많은 래퍼들이 원했던 건, 그저 효도였을 뿐 그다지 큰 성공도 돈도 아녔어."

그러니까 잔인한 거지.

인기 많은 놈이 인기 많다는 얘길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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