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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친구 사귀는 난이도 [VRChat 보고서 35편]

by 심해잠수부 2023. 9. 21.

우리는 퍼블릭에서 친구를 가챠처럼 뽑거나, 프플방에서 친구와 성격이 닮은 친구의 친구를 만난다.

퍼블릭에서 친구를 사귀는 일이 프플방에서 친구를 사귀는 일보다 어려운 이유는 허들이 높기 때문이다. '친구와 성격이 닮은 (친구의) 친구를 만나는 일'보다 '어떤 성격인지도 모르고 어떤 대화를 하는지도 모르는 유저'를 만나는 일이 더 어려우니까.

그래서인지 많은 유저가 '프플에서 친구 사귀는 일'이 가장 쉽다고 착각하곤 한다.

 

친구 사귀는 난이도는 "내 마음"에 달렸다.

퍼블릭에서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면 이상한 유저인가 싶어 경계하고, 대화할 때도 내가 좋아하는 말을 할지 안 할지 모르니 피곤하다고 생각하며 신경 쓰며 대화한다. 안 그런 유저도 꽤 있긴 하지만, 경계하고 피하는 유저가 정말 많다.

내 마음이 상대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거부할까?

그지 같은 동물 아바타 쓰고 외국어로 말을 거니까. 내 취향도 아닌 아바타로 과하게 다가오니까.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 아닌 형태로 말을 걸며 다가오니까. 나는 조용한 유저가 좋은데, 나는 과한 사투리 쓰는 유저 싫은데, 나는 남자 아바타 쓰는 거 싫은데, 나는 남자가 여자 아바타 쓰는 게 싫은데 등 온갖 자기 기준에 탈락인 유저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친구의 친구가 쉬운 이유는 친구의 친구가 (퍼블릭 유저에 비해) 내 취향이기 때문이다. '취향'이라고 하면 오해하는 독자가 있을 테니 조금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친구와 아바타 느낌이 유사하고 말투나 분위기가 닮았다'는 의미다.

그래서, (프플방에서 만난 친구의 친구여도) 친구와 다른 느낌이 나는 유저('미소녀 아바타 쓰는 친구'의 친구는 정작 이케맨이거나, 방에 여목 쓰는 유저 없는데 여목을 자꾸만 갈기거나, 친구와 성격이 너무 다르거나 등)는 퍼블릭 유저보다 더 심하게 경계 당하고 거부당한다.

결국, 친구 사귀는 일은 '내 마음이 얼마나 열려있냐'에 달려있다.

만난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유저라면' 내 속에 있는 거부감이 사라지고 경계가 약해지고 상대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아무리 다른 유저에게 깐깐한 유저여도 취향은 존재하고, 취향 저격인 유저를 만나면 절대 거부하지 않는다.

타인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면 기준이 깐깐하다 보니 친구가 잘 늘어나지 않는다. 타인을 싫어하지 않고 다 좋게 좋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성향이면 기준이 깐깐하지 않다 보니 친구가 잘 늘어난다.

 

그런데, 내가 하고픈 말이 '네 마음의 문제니까 네가 깐깐하게 굴지 말고 타인을 좋아하려고 노력해 봐라'는 아니다.

내 취향이 아닌 유저를 억지로 좋아할 수는 없다.

내가 하고픈 말은, '그러니까 네 취향을 빨리 깨닫고 네 취향인 유저가 많이 있는 공간을 찾아라'다.

내가 VRC를 하는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고, 목적에 어울리는 공간에서 놀면 '내가 원하는 타입이 많을 테니' 편하게 친구를 만들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 우물 안 개구리처럼 되어버린다. 그래서 VRC에서 여러 경험을 해볼수록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이해하기 위해서.

내가 게임 월드에서 다른 유저와 노는 걸 좋아하는 건지, 공포 월드를 좋아하는 건지, 어떠한 아바타 바디를 좋아하는 건지, 게임 안에서 만난 유저는 재미없고 성향이 유사한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 활동을 하는 유저와 노는 게 좋은 건지, ERP를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외국인과 얘기하며 다른 세계 이야기를 듣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혼자 놀고 싶은 건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해보지도 않고 자기만의 편견으로 '번개는 부담스러워서' '퍼블릭은 부담스러워서' 이딴 식으로 행동하면 해결될 수가 없다. 친구가 커뮤니티 활동에 부정적이라 싫어한다고 눈치 보거나, 혹은 커뮤니티에서 만난 유저를 친구들이 싫어해서 만나는 일을 눈치 보거나, 자기 편견이나 공포 때문에 찍어 먹어 보지도 않거나 그런 선택을 해봐야 자기만 손해다.

 

공간이나 유저에 따른 특징을 요약하자면,

퍼블릭은 랜덤 가챠에 가깝다.

프플방은 친구와 성격이 닮은 사람이 오니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친구와 만나서 한다는 게 고작 거울 보고 수다 떠는 정도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성격을 융화시키는 시간이 오래 걸려 빨리 친해지긴 어렵다.

같은 분위기의 아바타 쓰는 사람은 외모 취향이 닮아서 친해지기 수월하다.

H 퍼블릭은 가챠긴 하지만 서로 특정한 행동을 할 경우 행위를 매개로 빨리 친해질 수도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디씨, 아카라이브, 트위터 등)에서 이루어지는 번개, 교류회 등의 이벤트도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 수월하다. 프플방보다 빠르다고 생각한다. 프플방은 친구의 친구라는 요소가 매우 랜덤적인 요소지만, 번개는 특정 주제로 만나는 경우가 많아 만나는 사람과 내가 게임의 목적이 같을 확률이 매우 높다. 타인과 '같이' 무언가를 하는 행위기 때문에 호감도도 빨리 쌓기 좋다.

다만, 커뮤니티 사이트를 잘 하지 않고 주 연령층에서 벗어난 유저는 (성격이 너무 달라서) 오히려 독일 수도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정작 자기만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울리기 힘들다. 그러니까 자기 성격이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어울리는지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특징이나 분류가 중요한 건 아니다. 처음 말했다시피 '내가 경계하지 않고 내가 오히려 다가가려고 하는 타입의 유저가 어떤 타입이냐'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

프플방을 선택할 때도 A 친구로 구성된 프플방과 B 친구로 구성된 프플방, C 친구로 구성된 프플방으로 나뉜다. A 친구로 구성된 프플방은 월드투어를 좋아하고 무언가 행동하는 걸 좋아하고, B 프플방은 거울만 보고 노가리 까는 걸 좋아하고, C 프플방은 게임 월드를 좋아한다. 구성원도 다 다르다. A는 ERP, 과몰입 등의 요소에 매우 적극적이지만 C는 그런 요소를 싫어하는 사람밖에 없다.

여기서 내가 마음을 쉽게 여는 공간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선택할 때, 자신을 속여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선택해서도 안 된다. '이전에 보던 친구들이 있는데' 고민하며 더 좋은 공간을 포기하고 스트레스받을 공간을 선택해서도 안 된다. 재밌게 게임을 하려면 말이다. 만약 자기를 속이는 선택을 하고서 게임이 괴롭다면 그건 온전히 자신 때문이다.


어울리고 싶은 사람이 많이 있는 공간을 찾으면, 먼저 다가가게 된다.

옛날에는 친구 하나를 사귀어도 겹친구 통해서 만나면서도 2주 넘게 관찰하고 간 보고 고민하다 결정했지만,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이 많은 공간에선 쉽게 쉽게 친추도 날리고 먼저 찾아가고, 찾아가서도 인사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말도 걸어보는 등의 행동도 하게 된다.

친삭당할까봐 신경 쓰이고 나중에 안 찾을 관계가 될까 봐 두려운 사람만 주변에 가득하면 공간을 잘못 선택한 거지.

친구의 친구가 많다고, 오래 본 친구가 많다고 옳은 공간이 아니다. 오래 봤던 친구와 있다고 행복한 게 아니다. 행복할 수 있는 친구와 있어야 행복하다. 그런 유저는 정말로 의외의 공간에, 정말로 흔하게 있을 수도 있다. 골목 어딘가. 뜬금없는 곳에. 지나치던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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