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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감정이 죽지 않았어도 이젠 찾지 않는 이유 [VRChat 보고서 69편]

by 심해잠수부 2024. 7. 23.

처음엔 서로 호기심을 가지고 친해지다가도 금세 서로를 찾아가지 않는 일이 많다. 많은 이가 분노한다. 친구가 이리 많은데 조인하는 사람은 없다느니 온갖 불만을 쏟아낸다. 나는 상대에게 마음을 많이 썼는데 친구들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화가 난 유저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이 정말 진심으로 '나는 노력했고 너희는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 사람도 있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니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건 그들의 자유 아닐까 싶다. 근데, 한 번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싫어하는 유저를 찾아가지 않는 일은 당연하다.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유저를 찾아가지 않는 일도 당연하다. 그런데, 여전히 좋아하는 친구지만 찾아가지 않는 일도 존재한다.

나를 찾아오지 않는 친구가 내게 흥미를 잃었을 뿐일까?

친해진 지 얼마 안 됐을 땐 누구나 찾아온다. 주황불로 있어도 리퀘나 인바를 보내며 어필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발길 뚝. 아무리 좋아했고 아무리 아이돌 같은 친구였어도 아무리 내가 좋은 감정 가지고 혼자 좋아했던 친구였더라도 어느 순간 발길을 끊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항상 친구에게 둘러싸여 있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내가 찾아가도 인사만 잠시 나눌 뿐, 내게 시간을 내어주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친구가 나를 정말 좋게 여기고 있을 때야 친구 손 뿌리치며 다가와 내게 관심을 주지만, 나를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평범한 수준으로 생각하는 순간부터는 그렇게까지 반겨주지 않는다. 인사 정도. 인사하고 자기 할 얘기 하러 가지.

그게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 내가 거기 껴서 대화 잘 하면 되지.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는 걸 다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VRChat 보고서 13편: 허공만 바라보는 이유> 이미 예전에 했던 말들 입 아프게 다시 설명하고 싶지 않다. 내가 10번 넘게 찾아갔지만 항상 대화에 끼기 어렵다면 그를 아무리 좋아해도 그의 인스턴스를 피할 수밖에 없다.

원치도 않는 많은 친구와 얘기할 생각도, 너와 어울리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를 감당하고 싶지도 않다. 너는 그런 인스턴스에만 있는 친구고, 나는 그런 인스턴스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고. 그렇다고 리퀘나 인바를 보내자니 남의 시간 빼앗는 거 같아 부담스럽기만 하고, 너는 나를 찾아올 생각이 없으니 거기서 끝.

반대도 똑같다. 시끄러운 게 좋은 유저는 조용한 인스턴스에 둘이 있는 걸 싫어할 테고.

아무리 좋았어도. 아무리 좋아해도. 너한텐 안 가도 되겠다.

 

항상 술을 마시고 있는 친구가 있다.

술 안 마시는 내가 술 마시는 친구 옆에 있어 봐야 민폐기만 하다. 실제로 술 마시지 않는 친구가 술 파티에 꼽사리 끼는 행위를 싫어하는 경우 꽤 많이 보았다. 민폐 끼치기 싫으니 자리를 비켜주어야지. 어차피 술 취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 술 먹는 사람의 텐션은 너무 우울하거나 너무 시끄러워서 쉽지 않다. 같이 있고 싶은 방이 아니다.

그런데 들어올 때마다 술을 마시고 있네.

얘랑은 놀기 힘들겠다. 굳이 더 올 필요 없겠다.

 

항상 자고 있는 친구가 있다.

차라리 자신의 브수면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에만 잔다면 차라리 다행인데, 시간은 랜덤으로 들어오면서 나가는 일도 랜덤이면서 잠만 자고 있는 친구가 있다. 찾아가면 항상 자고 있는 거 같아. 그런 일 꾸준히 축적되다 보면 얜 어차피 자고 있겠지 가봤자 뭐 없겠지 싶어 찾지 않게 된다.

어차피 자고 있을 텐데 굳이 가서 뭐 하냐. 또 자고 있겠지. 자고 있을 때 방명록 남겨둔다고 뭐 좋아하길 하나, 어차피 배터리 끝나면 확인도 안 하고 끌 텐데. 내가 자고 있을 때 찾아갔다고 나를 다시 찾길 하나? 내가 들어갔는지 나갔는지도 모를 텐데 뭐 하러 힘들게 조인을 하고 왔다 간 척을 하냐 그냥 자고 있는 거 같으니 안 갈란다.

잘자.

 

항상 과몰입과 있는 친구가 있다.

과몰입이랑 프빗에만 박혀있으면 열 받을 수 있지만, 프플에서 박혀있다고 해도 다른 건 없다. 어차피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 사이에 내가 낄 만한 여지는 없다. 괜히 방해하는 기분 드는 일도 싫고, 둘만 아는 얘기에 어울리기 힘든 일도 싫고, 서로 꽁냥대는 분위기에 괜히 질투 나거나 그닥 보고 싶지도 않은 모습을 보는 일도 싫다.

어차피 와 봐야 과몰입 이쁘다는 둥 과몰입 챙기는 일만 하고 서로 뷰 포인트 쓰다듬기나 하고 있을 텐데 내가 가서 뭐 해. 얘 과몰입 끝날 때까진 얘한테 안 갈란다. 과몰입이랑 있다고 해서 자리 피하려고 하면 그러지 말라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 특유의 분위기 사이에 껴있고 싶지가 않다. 과몰입이랑 놀 만큼 놀았으면 알아서 따로따로 놀면 안 되나 싶지만 서로 좋아죽는 사이에 항상 붙어있겠지.

그래도 가끔 두 사람 사이에 껴있는 게 그렇게까지 부담스럽지 않으면 같이 있고 싶을 때도 있긴 한데, 네 과몰입이랑 나랑 친하지 않으면 그럴 수가 없지 보통은. 둘 다 친해도 부담스러운 일 은근히 많고.

두 분이서 오붓한 시간 보내세요.

 

그 외 여러 요소도 같다. 들어갈 때마다 유니티 하고 있거나, 들어갈 때마다 데스크톱 접속이거나, 들어갈 때마다 게임 월드에 있거나, 들어갈 때마다 뭔가 하고 있거나. '너랑 같이 시간 보내고 싶은데 나와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모든 상황이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내 성향과 반대되는 사람도 똑같다. 얘랑 게임 월드 같이 가고 싶은데 사진 같이 찍고 싶은데 누워만 있네. 활동적으로 놀고 싶은데 얜 거울 앞에서 노가리만 까네. 시끌시끌 있고 싶은데 얜 자꾸 둘이만 있으려고 하네. 나는 술 마실 때 친해질 수 있는데 얜 술을 안 마시네 등등.

아무리 좋아해도 그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레 그 사람에게로 발길이 가지 않는다.

싫어서 안 가는 게 아니라, 가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계단처럼 쌓여가야 할 호감과 서로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벽에 턱 막혀있으니 자연스레 찾아가지 않다 쌓여있던 애정조차 점차 날아간다. 마음에 드는 음식점에 자주 찾아갔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발길이 끊기다보면 괜히 주인장에게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냐는 어색한 질문을 듣기 싫어 그래서 마주치기 싫어 그 가게 앞조차 피해 가는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

여전히 좋아하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연스레 멀리하다가 더 이상 찾아가기 어색해진 친구도 있다. 여전히 나는 그 친구를 좋아하고, 여전히 나는 그 친구가 좋고 말하고 싶은데, 이젠 괜히 어색해져서 괜히 쟤가 자기 무시당했다며 내가 내적으로 손절했다며 싫어하고 있을까 봐 피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친구도 있을 거고.

 

정말로 친구가 나를 찾지 않은 걸까?

그 많은 친구가 정말로 갑자기 나를 찾지 않은 걸까? 100명 200명 300명 되는 친구들이 정말로 처음부터 찾아오지 않았던 걸까? 모두는 아니어도 꽤 많은 친구가 분명히 찾아왔을 텐데, 친구가 원하던 걸 취향이 맞지 않아 외면한 건 본인 아니었을까?

그런 고민을 해본 적 단 한 번도 없는 걸까. 그들에게 정말로 궁금하다. 정말로 그랬는지.

상대에게 진심인 척 말하기만 했을 뿐, 자긴 그 자리에 똑같이 서서 자길 찾아오는 친구가 자기에게 맞춰주길 기다리기만 했을 뿐 아니었을까. 아무도 자기에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자기가 항상 주변 사람의 기대를 꺾어가며 지냈던 건 아닐까.

나는 (내 성향으론) 그렇다. 술 마시고 시도 때도 없이 브수면 때리고 사람 많은 곳에서만 있거나 과몰입이랑만 붙어있는 친구에게, 그래도 처음엔 꾸준히 찾아간다. 일주일은 찾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공간에서 다르게 놀고 싶다는 어필을 하는데도 외면하거나 자기 얘기 하기 바쁜 자기 할 일 하기 바쁜 친구들에겐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나와 다른 성향인 사람은 그 친구에게 찾아가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

기대가 없다면 찾아갈 이유도 없다.


대부분은 다들 '더 많이 기대되는 사람'과 놀기 바쁠 뿐이다.

나는 내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나는 이 게임을 하는 목적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단순히 거울 앞에서 노가리 까는 '친구'와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그리고 나는 많은 사람을 한 장소에서 같이 보는 일을 원치 않는다. 그런데 친구는 많이 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진 시간을 투자하여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밖에 없다. 내가 모두에게 좋은 친구로 남고자 욕심을 부리느라 모두를 만나려고 노력한다면, 나는 내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한다.

좋은 친구로는 남을 수 있겠지만, 정작 그 때의 나는 이 게임을 할 이유가 없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다.

내 행동이 그들의 게임하는 이유에 포함될 수 없을 때 내가 외면받을 뿐이다. 그리고 포함되지 못 하는 원인이 내게 있을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있을 수도 있다. 내 목적에 어울리지 못 하는 친구는 정말 많다. 내 친구들의 행동이 잘못된 게 아니다. 그저 내가 조금 이상한 친구인 거지. 그치만 내가 이상한 친구라고 해서, 내가 내 목적을 포기하고 그들과 어울려줄 수는 없다. 내가 이 게임을 할 이유도 없어지니까.

 

나는 친구와 자주 만나지 않아도 여전히 친하다고 여기지만,

어떤 친구는 내가 자기에게 조인도 안 타고 리퀘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며 거리감을 느낀다. 거리감을 느끼다 보면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되거나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찾아갈 수 있을 때 자주 찾아가고 싶지만, 이리저리 엮이다 보면 한 달 넘게도 못 볼 수도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내 친구가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진 않다.

내 친구들이 나보다 조금 더 재밌는 사람과 놀고 있다고 해서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닌데,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자기가 가치없는 사람이 된 양, 진짜 친구는 없고 나를 가볍게 여기는 친구만 있다는(혹은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들을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다. 나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가끔 있으니까.

 

단지, 내가 하고픈 말은, 어떠한 행동은 내 주변 사람들을 나와 어울리지 못 하게 만들 수도 있단 얘기다. 그들이 원하는 목적이 있는데 그들의 목적을 고려하지 않고 그들이 기대할 수 없는 행동만 하며 지내고 있다면 당연히 친구는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주황불로 리퀘를 자주 거절하면, 그리고 정작 만났을 때도 재밌게 놀아주지 못 한다면 친구는 더 이상 내게 찾아오지 않게 되듯이, 찾아갈 때마다 자고 있거나 술을 마시고 있거나 과몰입과 놀기 바쁘거나 많은 친구들이랑 어울리느라 바빠 신경도 쓰고 있지 않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런 결과는.

주변 친구의 기대를 꺾으며 게임하던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

그들은 술 마시는 친구가 필요했을 뿐이며 그 목적을 달성했을 뿐이다. 술 마실 땐 어울릴 친구가 많겠지. 하지만 술 친구나 브수면 친구, 아니면 게임 월드 등 뭔가의 목적 아래서 어떠한 타입의 친구를 잔뜩 사귀어놓고, 나중에 술도 마시지 않고 게임 월드도 가지 않고 시끌시끌한 월드에 있지 않을 때 "왜 나랑 진지하게 놀아주는 친구가 없냐" 물으면 당혹스럽다.

자신의 목적대로 친구를 사귄 거 아니었나?

브수면 하니까 브수면 친구랑 가장 친해진 거고 나머지랑은 점점 멀어진 거고, 브음주 하니까 브음주 친구랑 가장 친해진 거고 나머지랑은 점점 멀어진 거고. 게임 월드 좋아하니까 게임 월드 친구랑 가장 친해진 거고 나머지랑은 점점 멀어진 거고.

자기가 선택한 친구들과 노는 동안 다른 타입의 친구들에게도 신경을 많이 써주었나?

자신의 목적대로 다른 친구를 외면한 거 아니었나?

내가 그런 목적이 아닌 친구와 그렇게까지 친해지긴 어렵듯이, 똑같이 그렇게 행동한 거 아니었나?

나는 다른 친구가 나를 찾지 않는다고 굳이 답답해하지 않는다. 내 선택으로 내 목적대로 친구를 만나왔고 그렇게 내 주변 친구들이 형성된 건데 지금까지 내가 외면한 친구들이 내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며 찐친이 없다며 짱친이 없다며 우울해하는 건 이상하니까.

뭐가 그렇게 억울한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자주 찾아갔는데도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별로 신경도 써주지 않는 모습, 인사 몇 번 하고 끝인 모습, 브음주 하느라 바빠 신경도 안 쓰는 모습,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떠들기 바쁜 모습, 브수면 안 하는 날 없나 싶어 자꾸만 찾아갔는데 항상 자고 있는 모습을 보는 친구는 아무 말도 안 했고 아무 불만도 표출 안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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