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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우울싸개를 대하는 방법 [VRChat 보고서 4편]

by 심해잠수부 2023. 4. 14.

우울싸개는 타인의 호의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착각한다.

친구가 내게 조인하면 '나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거니까 '내가 좋아할 기쁜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조인하지 않는다고 '친구가 내게 관심이 없다'며 우울해할 일은 '절대' 아니다. 플러스가 없어진다고 마이너스가 되진 않는다. +10이 되었다가 +10이 없어지면 0일 뿐이지 -10은 아니다. 

기쁜 감정만 사라질 뿐이지 우울해질 이유는 없다. 

애초에 친구가 내게 조인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먼저 친구에게 조인하면 된다. 

프플방을 파고 무작정 기다리면서 "아무도 내게 조인하지 않는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나는 불행하다. 나는 우울하다" 생각할 이유가 없다. 걔네가 조인하지 않는다고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 내가 찾아가면 똑같으니까. 

"나에게 먼저 찾아오는 사람은 없구나. 다들 나를 좋아하지 않아.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아. 나는 친구가 나에게 조인할 수 있게 재밌는 성격을 유지해야만 하는 광대일 뿐이야. 가면을 쓰고 춤을 출 뿐이야. 진정으로 나를 원하는 사람은 없어. 혼모노가 호시이" 이딴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친구가 나에게 조인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드라마 때문에 백마 탄 왕자님 기다리는 여자애 같은 생각을, 애니 때문에 백마 탄 공주님 기다리는 남자애 같은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내 인생에 백마 탄 공주님이 없는 건 당연한 건데 자꾸만 백마 탄 공주나 왕자가 자신을 데리러 와줄 거라고 믿고 기다리면 안 된다. 

 

하지만 우울싸개는 당연하지 않은 요소를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무언가라고 믿고 있다. 

상위 1%의 삶을 상상하며 "나만 누리지 못 한다"고 여긴다. 

 

"왜 내가 조인하면 조용해질까", "왜 내가 조인했는데도 아무도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왜 나에게만 월드 탐방 가자고 안 할까" "왜 나만 인바이트를 안 보낼까" "왜 다들 주황불로 숨어버리고선 나를 초대하지 않을까" 

친구들이 걔만 모질게 대하고 있는 걸까?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만큼, 내가 타인보다 특별하게 나쁜 일을 겪고 있을 리가 없다.

다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을 나만 신경 쓰고 있을 확률이 높다.

 

상대방과 나는 다르다.

나는 30분밖에 잠을 자지 못 했어도 좋아하는 친구가 말을 걸면 강아지 꼬리 흔들듯이 대화한다. 

반면 내 친구는 그렇지 않다. 내 친구는 하루 30분밖에 못 잤는데 좋아하는 친구가 대화를 시도하면 자고 싶다며 귀찮아하고 무슨 말을 해도 정색하고 기분 나쁘다는 듯한 기운만 발산한다. 좋아하는 친구인데도. 

내가 좋아하는 상대에게 무지성 조인을 타는 강아지 같은 성격이어도 다른 유저는 그런 성격이 아닐 수 있다. 다른 사람은 거울 앞에서 시간 떼우기를 좋아할 뿐이라 월드 탐방을 가는 성격이 아닐 수 있다. 현실 친구를 방에 데려오기 싫어서 주황불을 하는 걸 수도 있다. 

다들 각자의 사정과 플레이 방식이 있다.

상대와 내가 다르다는 걸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내 친구가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싫어할 거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 믿으며 그러려니 한다. 나와 상대의 행동 기준이 다르니까. 

그래서 깊게 고민하지 않고, 친구가 인바를 보내든 말든 마음에 드는 사람 무지성으로 조인하고 대화하며 친구를 사귄다. 

그런데 자기중심적 세계관에서 만들어진 가짜 결핍 환자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혼자만 인바를 주지 않는다며 조인하지 않는다며 우울해하고 자기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우울해하며 친구를 질리게 만든다. 

 

어떠한 상실로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우울이 옅어진다. 

하지만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 한다고 잘못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답이 없다. 없는 결핍을 만들어 결핍을 느끼고 있으니 우울이 해결될 수 없다. 

누군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호의를 보이면 호의를 즐겁게 만끽하면 될 텐데,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얻어내지 못 한 나머지 권리'를 상납하길 요구한다. 나머지 99% 모두가 누리지 못 하고 있는데도 자신만 누리지 못 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자신에게 잘 해주는 상대라는 이유만으로 이번엔 다를 거라고 믿으며, 얘는 자신의 '권리'를 챙겨줄 거라고 믿으며, 자신의 무한한 욕심으로 만들어진 가짜 결핍을 상대에게 채워달라고 요구하며,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자신이 느끼는 가짜 결핍을 왜 채워주지 않느냐 우울을 내뱉는다. 

 

그러니 우울싸개에게 마음 쓸 필요 없다.

VRC 유저는 한 번 이상 우울싸개를 감당하는 일을 겪는다. 그리고 모두 나쁜 결과로 끝난다. 그러니 우울싸개가 아무리 불쌍한 척 말해도 속으면 안 된다. 동정할 필요조차 없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고 달리라는 만화 속 조언처럼, 당장 내일 자살할 듯 표현해도 눈길 줄 필요조차 없다. 측은하게 바라볼 필요도 없다. 

철저하게 외면해야만 한다. 

우울싸개에게 장단을 맞춰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우울싸개의 행동을 고치는 단 하나의 방법 뿐이다. 본인이 살아가며 직접 깨닫는 방법 뿐이다. 

우울싸개의 우울한 이야기 들으면서 백날 케어해봐야 우울은 나아지지 않는다. 자신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결핍 속에서 우울을 느끼고 있는데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 그러니까 주변인은 우울싸개를 위해 무언가 도와주려고 고민할 필요 없다. 처음부터 희망을 품지 않고 거리를 두고 내 정신이나 챙기는 게 옳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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