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유저가 VRC를 하다 보면 디스코드 서버를 만든다.
대부분의 서버는 금세 망한다. 잠시라도 밝게 빛났다면 모르겠지만, 잠시조차 빛나지 못 하고 죽어간 서버도 많다. 자기 서버가 죽는 모습을 보며 이리 바꿔보고, 저리 바꿔보며 해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본질을 알지 못 한 채 자기가 열심히 하면 뭔가가 바뀔 거라고 믿으며 노력하지만 죽을 운명의 서버는 죽는다.
어떤 서버는 활기를 띄지만, 어떤 서버는 금세 죽는다. 어떤 서버는 서버장이 털끝 하나 안 건드려도 활발한데, 어떤 서버는 만들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인기가 없어 서버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착각하거나, 원인을 전혀 가늠하지 못 해 헤메기만 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을 알아도 해결하진 못 하겠지만.
우리가 만드는 디스코드 서버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 누군가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서버
- 여러 사람의 필요로 만들어진 서버
오래 가는 서버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필요로 만들어진 서버다.
다른 게임을 같이 하고 싶어 디스코드 서버를 만든 경우가 그렇다.
VR 외의 다른 게임을 얘네와 같이 하고 싶다는 여러 사람의 공감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책임지고 이끌어 갈 필요가 없다. 서버를 만들 때부터 명확한 목적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서버장이 제발 서버 그만 쓰고 브이알 하라고 난리를 쳐도 디스코드 음성방에 박혀 게임을 열심히 한다.
그런데, '내 서버'를 가지고 싶다는 순간적인 충동으로 자기 서버를 만드는 유저도 꽤나 많다.
하지만 그건 '욕심'으로 만들어진 서버고, 누군가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서버는 서버장이 오래서 온 공간일 뿐이다. 서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서버다. 그래서 서버장이 활발하게 컨텐츠를 제공하고 글을 쓰고, 음성 채팅에 자주 눌러앉아 있어야만 돌아간다. 서버장 한 명이 그들을 모아두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라 그가 모든 걸 이끌고 가야만 한다.
서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서버를 이용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어떠한 앱을 쓰라고 말을 해도 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는 사용하지 않듯이, 아무리 서버를 쓰라고 장려해도 그들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 서버에 머무르게 할 수 없다.
잘 쓰다가 점점 안 쓰게 되는 경우도 개념은 똑같다.
서로의 유대가 약해져 필요가 없어지며 서버가 자연 소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필요로 만들어진 서버에 누군가의 욕심이 개입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필요가 없어져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개념은 똑같고, '자연스레' 필요가 소멸했느냐 누군가의 개입으로 필요가 없어졌느냐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활발한 서버를 만들고 싶다면, 유대가 강한 사람을 모아 서버를 만들면 된다. 유대가 강한 사람들에겐 공간이 필요하고, 공간이 존재하면 그 공간은 언제든 사용된다. 그들이 롤을 하다 싸우고 점점 멀어지며 유대가 약해지지 않는 한, 혹은 새로운 대체재와 노느라 유기하기 시작하는 VRC 특유의 문화만 없다면 꽤나 오래 끈끈하게 같이 지낼 수 있다.
오프라인 친구들과의 단톡이 꽤나 오래 가는 일처럼.
하지만 같이 게임을 하기 위해 서버를 만드는 일이 많다 보니, 게임을 하다 싸우며 유대가 약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현실에선 새로운 친구라는 대체재가 많지 않아 그들끼리 오래 놀 수밖에 없는 반면, VRC는 언제든 새로운 관계와 만날 수 있어 이전의 관계를 유기하는 경우가 잦다.
멤버 몇 명이 새로운 관계 찾아 떠나며 서버에 활기가 줄고, 다른 멤버도 서버가 점점 예전처럼 재미가 없으니 같이 유기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다투어 유대가 옅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아도, 넘쳐나는 새로운 관계 때문에 지금의 관계가 버티기가 쉽지 않다.
자연스레 소멸하는 일조차 너무 빠르다.
그런데, 멀쩡한 서버를 누군가가 망치는 경우는 더욱 더 많다.
여러 멤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서버라면, 서버장 개인의 의견보다 서버 멤버의 의견이 중요하다. 아무리 서버장이 데려오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통보식 사전 동의가 아니라 진지하게 의견을 하나하나 구하고 완벽하게 만장일치가 되었을 때 데려와야만 기존의 서버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다.
하지만 서버의 의견은 권한을 가진 서버장에게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멤버 모두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데려와야만 하는데, 자기가 그 사람과 과몰입을 하고 있거나 단순히 재밌는 친구라고 판단하고 데려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기 한 명의 욕심으로 만든 서버에선 그러한 결정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러 멤버의 필요로 만들어진 서버에서 서버장 한 명의 독단적인 영입은 서버 분위기를 망치는 주된 원인이 된다.
활발한 서버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자기만 필요한 사람을 억지로 데려와 늘리는 일을 자제해야만 한다.
많은 이가 필요로 하는 서버만이 살아남는다.
서로가 멀어져 필요하지 않게 되거나, 누군가의 개입으로 필요가 없어지기 시작하면 그 서버는 끝장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아무도 필요하지 않아 빛을 단 한 번도 발하지 못 할 수도 있다. 곤충 채집하듯 내 주변인을 모으기만 하는 걸로 만족할 건지, 정말로 활발하게 쓰이는 서버를 원하는 건지 서버를 만들기 전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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