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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브감각은 실존하는가? [VRChat 보고서 20편]

by 심해잠수부 2023. 5. 11.

브감각은 실존한다.

하지만 많은 유저가 "어떻게 브감각이 실존할 수가 있냐"며 욕하고, 반발한다. 이는 '브감각'이라는 단어를 해석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브감각이 있다고 주장하려면, 오해의 여지가 없게 '브감각'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하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

브감각은 VR에서 만져질 때 '현실의 내가 VR과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말한다.

방금 정의한 부분에 이견을 보이는 유저는 없다.
브감각의 사전적 정의니까.

그런데 위 문장을 해석할 때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란 표현을 바라보는 관점은 모두가 다르다.

누군가는 '현실처럼' 누군가가 자기 배에 손을 얹었을 때 '실제와 똑같은 촉감을 느끼는 일'을 브감각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위 문장을 받아들이는 유저는 대부분 브감각에 부정적이다.

현실의 촉감을 '절대로' 느낄 수 없으니까. 아무리 브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해도 현실과 똑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느낀다고 말하는 저 놈의 등 뒤에서 백날 손으로 눌러봐야 아무 감각도 못 느끼니까.

여기까지 들으면 '브감각은 실존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환상통'은 실존한다.

"팔이 잘려 팔이 없는데도 팔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현상을 환상통"이라고 부른다. 전쟁터에서 팔이 잘렸는데도 아파하는 사람은 역사적으로도 많았고 기록으로도 많았다. '가짜 통증'이 아니라 실제로 엄청 아파하는 '실제 통증'이었다.

3만명의 팔다리를 자르고 나서야 의사들이 진짜 아프다고 인정했던 병이 있다!? | 의학의 역사 환상통 편

환상통 치료 방법은 이렇다.

"그러면 이 팔에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뇌가. 그 착각을 고쳐보자. 거울을 가운데 대고 오른쪽 팔을 왼쪽으로 비추어 줍니다. 나는 왼쪽 팔이 없는데, 내가 볼 때는 왼쪽 팔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거울 비춰서 보니까. 얘가 이렇게 움직이면 여기도 움직여. 감각 훈련을 계속 하는 거예요. 계속 훈련을 했더니 이 사람이 없어지는 거야 팬텀 페인이. 없는 감각을 뇌가 보상하고 있던 거예요. 그래서 이게 없다는 걸 내가 완전히 인지하거나 하면은 좋아졌던 거야. 그래서 고무 손을 만들어 가지고, 여기를 계속 이렇게 하면 감각이 없잖아. 나는 내 팔이 만지는 거 같은데 감각이 없는 걸 뇌가 배우면 없어지는 거예요 통증이.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발전해서 VR로 하거든요. 안경을 껴. 그럼 없는 팔이 생성이 되어있어. 근데 내가 이걸 어떻게 해도 감각은 없거든. 나는 움직이는 거 같은데 감각이 없어. 이걸 뇌가 완전히 받아들이면 얘가 좋아지는 거예요."

그리고 이 현상을 (반대로) 실험한 영상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 'science' experiment with a fake hand ;)

환상통 치료는 가짜 손을 달아주고 감각이 없는 훈련을 하면서 '없다'는 걸 인지시키는 훈련이지만, 가짜 손 실험은 가짜 손을 달아주고 진짜 손에도 똑같은 감각을 전해주며 가짜 손을 실제 손처럼 인지시키는 훈련이다. 이러한 실험을 할 때 느끼지 못 하는 사람도 있지만, 느끼는 사람도 많다.

가짜 손 실험처럼, 브감각도 뇌가 있다고 '착각'하는 가짜 감각이다.

우리의 뇌가 그렇게 설계 되어있다.

 

당장 친구와 에펙을 하다 보면, 에펙에서 친구를 주먹으로 한 대 쳤을 때 자신이 맞는 소리 때문에 아 아 하고 실제 맞는 듯 소리를 내는 게이머가 있다. 그리고 롤에서도 자기가 스킬 맞을 때마다 자기가 아픈 듯 소리를 내는 게이머가 있다. 분명히 자기 캐릭터가 맞고 있을 뿐인데 자기가 맞는 듯 소리를 내는 게이머가 있다.

걔네가 타인을 '의식해서' 일부러 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그저 자기가 맞았다고 생각해서 자기도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왔을 뿐이다.

물론, 같은 상황이어도 '내가 맞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소리를 내지 않는다. 예를 들면 도망갈 생각밖에 없는데 맞고 있다거나, 한타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거나, 킬각 잡느라 바쁜 상황 등에선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맞고 있다'라는 생각을 머리가 하는 순간 아프다는 듯 소리를 낸다. 실제 감각이 없더라도, 마치 무릎을 망치로 찍었을 때처럼 발이 툭 하고 올라오듯 소리를 낸다. 

 

그런데 VR을 한다면 (감각이 느껴지지 않으니) 환상통을 치료하는 방법에 가까울 텐데, 왜 VR을 하면서 브감각이 생길까?

이는 본인이 느끼려고 하는 의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나는 여긴다.

시미켄이 예전에, "섹스할 때 여자가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에 대한 답이었나? 무언가 질문에 대해 답을 하면서 여자가 느끼려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섹스할 때 느끼려고 하는 자신의 태도도 기분 좋은 섹스를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는 얘기다.

 VR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VR 화면만 보고 있는 유저도 있고, 다른 사람이 자기를 때리는 등의 행동에 리액션을 잘 해주려고 노력하는 유저도 있다. 상대를 좋아하니까 어느 정도 티키타카 하려고 '안 아파도' 아픈 듯 아아 소리를 내며 '연기'를 해주는 건데, 이런 식으로 행동하다보면 어느 순간 누가 얼굴을 툭 쳤을 때 엄청 기분 나쁘다.

얼굴을 툭툭 친다고 진짜 아프진 않지만, 진짜 맞은 듯이 엄청 기분 더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씩 아바타에 식칼 따위를 넣고 상대방에게 찌르는 행동을 하는 유저도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을 보면 솔직히 짜증 난다. 그딴 오브젝트를 넣어서 사람한테 툭툭 처 찌르면 기분 안 나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걸 재밌다고 넣을 수야 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느끼기엔 과하게 기분 나쁠 수 있다.

자기 딴에야 친한 사람이니까 내가 쟤한테 살짝 뾰루퉁한 감정이 있고 말로는 못 하겠으니까 앞에 가서 얼굴에 주먹으로 툭툭 치듯이 행동할 수 있는데, 그렇게 얼굴 툭툭 치는 행동 당하면 진짜 기분 더럽다. 나도 당하고 나서야 내가 좋아하는 친구한테 그런 행동을 했던 일이 미안하더라. 되게 기분 나빴겠구나 싶어서. 

어쨌든, VR을 할 때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유저도 있다는 얘기다.

느끼려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로 무언가가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가짜 손 실험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DPS를 사용한 무언의 행위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만져주는 부위를 자기 자신도 똑같이 만지고 있다면 이건 가짜 손 실험에서 나온 감각 훈련이다. 가짜 쥬지 실험 가짜 쮸쮸 실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브감각은 결국 '가짜 감각'이기 때문에, 내가 '인지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는 감각을 느낄 수 없다.

가짜 손 실험도 가짜 손을 보고 있어야 감각을 느끼는 거지, 감각 훈련 잔뜩 했더라도 눈을 감고 있을 때 가짜 손을 가위로 자르면 아무 감각도 느낄 수 없다.

당연히 내 아바타가 만져지고 있는 모습을 내가 관찰할 수 없다면 감각을 느낄 수 없다.

실제 감각처럼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러한 관점으로 브감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짜 감각인데 그게 어떻게 실제 감각처럼 느껴진다는 거냐? 네가 연기하고 있을 뿐이지 않느냐?"

그런데 실제로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은, 가짜 손 실험처럼 실제로 느껴진 걸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이 느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든, 가짜 손 실험처럼 실제로 만져가며 감각 훈련을 했든, 뭐가 됐든 느껴지니까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도 내리지 않고 설명도 하지 않고, 브감각을 느낄 수 있다 느낄 수 없다는 주장만 하니 이야기가 공회전만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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