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RChat/VRC 보고서

같은 컨셉, 같은 아바타 [VRChat 보고서 21편]

by 심해잠수부 2023. 5. 19.

게임에서까지 외모(아바타)가 중요하냐 싶겠지만, 아바타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게임인 만큼 아바타는 중요하다. 상대는 '나'가 아니라 나의 아바타를 바라본다. 내가 상대를 볼 때도 상대의 아바타를 바라본다. 우리는 아바타를 매개로 서로를 바라본다.

외모가 현실 관계에 영향을 크게 주듯이, 아바타도 게임 관계에 영향을 준다.

외모로 모든 걸 판단하진 않지만,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관계 초기에는 외모와 목소리, 말투로 상대의 인상을 판단하고 상대에게 얼마나 마음을 쓸 건지 은연중 결정한다.

 

그런데, 가끔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사람이 있다.

나도 초기에 그랬었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딱히 꾸미고 싶은 외모는 없지만 다른 사람이 좋아할 외모를 꾸미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데, 이런 생각은 '절대' 하면 안 된다.

게임에서 누구나 도킹(?)을 받고 싶어한다.

타인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받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누군가가 나와 놀고 싶어하는 마음이 나의 마음도 따듯하게 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에게 (선을 넘지 않고) 도킹하는 행위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도킹을 받고 싶다고 해서 굳이 '타인의 기준'이나 '인기 많을 거 같은' 기준으로 아바타를 꾸밀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취향은 존재한다.

'딱히 꾸미고 싶은 아바타 없다', '딱히 꾸미고 싶은 컨셉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도, 살아오면서 확인해왔던 수많은 자기 취향이 존재한다. 하다 못 해 연상이 좋다 연하가 좋다 하는 취향이라도, 하다 못 해 애니나 모바일 게임에서 이런 캐릭터가 좋았다 이런 컨셉의 캐릭터가 좋았다 하는 취향이라도 말이다.

지금 당장 VRC에 관한 자기 취향을 모를 수는 있다. 나도 몇 개월 하고 나서야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깨달았으니까.

그런데, 게임을 하며 지내본 결과 내 평소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애니 캐릭터 좋아할 때 고려하는 요소나, 내가 VRC에서 어떤 아바타를 좋아하는 요소나 큰 차이가 없었다.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버튜버나 자기가 좋아하는 애니 캐릭터 컨셉을 모티브로 자기 아바타를 꾸미는 일은 매우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유저가 '자기 취향으로' 자기 아바타를 꾸민다. 자신의 취향을 잘 모르는 사람은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정말로 많은 유저가 '자기 취향'으로 아바타를 꾸민다. 이 말을 반대로 뒤집어 해석하면 '내 아바타처럼 생긴 사람에게 호감을 가진다'는 말이 된다.

나는 뉴비 때 잘 몰라서, '다른 사람이 언급 많이 하는 아바타'를 구매해서 꾸몄었다.

친구끼리 만나는 공간에서야 별 일 없었지만, 퍼블릭처럼 처음 만나는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선택(?)받고 싶을 때는 어떠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내가 쓰는 아바타 바디를 사용하는 유저 위주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귀여운 컨셉의 아바타 친구가 더 좋은데, 귀여운 컨셉의 아바타 친구에게 내가 다가가면 반응이 안 좋았다. 그리고 걔네는 웬만하면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반면 내가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처럼 생긴 아바타는 내게 자주 다가왔다.

'나는 내 취향을 잘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어떠한 컨셉의 아바타가 좋다'는 그 정도 취향은 존재한다. 그저 자기가 모르고 있을 뿐이지, 결국 게임을 하다보면 자기 취향을 알게 된다. '아무거나 다 좋다' 같은 건 없다.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 조금 더 쓰다듬고 싶은 아바타 취향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자기 취향으로 아바타를 꾸며야 한다.

 

현실에서 게임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긴 하다.

살 찐 사람을 좋아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을 가진 사람은, 점차 자기 자신도 살 찌우며 그렇게 바꿔가는 일이 없지는 않다. 자신을 살을 찌운다고 다른 살 찐 사람이 살 찐 자신을 좋아하진 않는다(살 찐 사람도 예쁜 몸매의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문제지만.

현실에선 '내 외모'가 '랜덤'으로 부여된 외모기 때문에, 내 외모와 내가 좋아하는 외모가 다른 건 당연하다. 반면 게임에선 나와 모습 닮은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게임에서의 외모는 '내가 만든 외모'고 내 외모가 곧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외모니까. 

아바타 바디가 똑같거나, 색상 등의 컨셉이 유사하거나 등.

엄청나게 잘 꾸몄지만 내 취향과 반대되는 바디를 사용한 아바타보다, 조금 못 꾸몄어도 내가 사용하는 바디로 만든 아바타가 더 호감가기 마련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