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RChat/VRC 보고서

데스크톱 유저와 VR 유저 [VRChat 보고서 29편]

by 심해잠수부 2023. 7. 22.

뉴비 때는 VR만 착용하고 들어왔다.

하지만 유니티를 자주 만지기 시작하면서 데스크톱으로 많이 접속하게 됐고, VR과 데스크톱을 구분하지 않기 시작했다. 유니티를 많이 할 즈음엔 내가 그룹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내가 데스크톱으로 들어와도 친한 친구는 나랑 잘 이야기 해주었다. 그래서 데스크톱으로도 자주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지냈던 거 같다.
반 년 가까이 그렇게 지냈던 거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데스크톱으로 접속하지 않게 됐다.
(정말 가끔 유니티 확인 할 때만 빼고)

데스크톱으로 접속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실제로 몸을 움직이고 게임에 들어와 있다는 듯한 느낌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좋았던 게임인데, 데스크톱은 그저 모니터 화면을 보고 수다 떨고 있다. VRC에서 개방형 디스코드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게임할 거라면 VRC 말고 사람 많은 디스코드 서버를 찾아가는 게 더 효율적이다.

특정 게임 갤 디코도 있을 거고, 어디 아무 서버나 찾으면 들어갈 서버야 넘쳐난다. 개방형 길드 디코도 있겠지. 음성으로 모르는 사람끼리 대화할 공간은 충분히 넘쳐난다.

굳이 부스 쇼핑하며 아바타 꾸밀 필요 없다. 데스크톱으로 접속했다며 굳이 차별받을 필요도 없다. 디스코드 서버에선 데스크톱으로 접속했다며 차별하지 않을 테고 아바타가 못 생겼다고 차별하지도 않는다.

 

많은 유저가 금세 접는 이유.
데스크톱으로 접속해도 괜찮은 사람이니까.

브얄이 디코 서버 때문에 망한다는 말을 자주 본다. 나도 디코 때문에 망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VRC 커뮤니티가 망하는 이유는 '데스크톱으로 접속해도 괜찮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거지 VR의 특징을 원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게임이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라 '외로워서' 하는 거라고.

어릴 때 마비노기를 엄청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게임도 1년 동안 열심히 했을 뿐이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노가다도 안 하고 던바튼 광장에 가만히 앉아 룩딸치며 다른 사람이랑 채팅만 치고 놀았다. 그러다 오전 5시 50분에 변신해서 옆에 있는 사람 쏘고 서로 왜 쏘냐며 지랄하고 싸우고.

VRC를 데스크톱으로 접속하는 일과 내가 마비노기에 흥미를 잃었는데도 매일 접속해서 그러고 있던 일과 똑같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VR이 가진 특징이 아니라 '사람'(친구)이었다.

사람을 필요로 해서 VR을 쓰고, 사람을 필요로 해서 아바타도 꾸민다. 근데, 배고픈 사람은 흰쌀밥을 먹든 현미밥을 먹든 배만 채우면 그만이다. VR을 사든 아바타를 쓰든 아무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과 더 친해지고 싶어서' 혹은 '차별받고 싶지 않아서' VR을 사봐야, 아바타를 꾸며봐야, 결국 '사람'만 채우면 그만인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

그들은 VR이 가진 특징을 딱히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실제로 몸을 움직이며, 게임에 들어와있다는 듯한 느낌으로 상호작용하는 특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서로 마주 보는 듯한 느낌을, 서로 손을 잡는 느낌을, 서로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목소리로 대화나 조금 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 목소리나 들을 수 있으면 내 적적한 마음 조금 채울 수 있으면 그만.

없어도 그만인 특징이다.

나는 과거에 데스크톱 유저를 차별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을 글로 썼었다. 최근에는 다른 고민을 한다. 그렇게까지 잘 해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는 데스크톱 유저를 차별하지 않아! 그건 잘못됐어! 같은 사람인데!' 생각할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나는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건데, 걔네는 상호작용하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니라 디코에서도 할 수 있는 걸 원하고 있는 거잖아. 내가 바라는 것과 걔네가 바라는 것이 다른데, 굳이 잘 대해주려고 불편하지 않게 해주려고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데스크톱으로 조인한 사람을 굳이 배려해 준답시고 (재미없어서) 인스턴스에서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도 않고 참으면서 굳이 쓸데없는 대화를 시도하는 등의 일을 내가 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서로의 목적이 다른데 괜히 잘 해줘서 친해져 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최근엔 가끔 고민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