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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다양한 외로움 해소 방법과 각자의 이유 [VRChat 보고서 66편]

by 심해잠수부 2024. 6. 17.

VRC 유저는 현생에서 외로운 사람이 많다 생각한다.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인방을 보는 시청자가 많듯이, 알게 모르게 인간관계를 원하기 때문에 VRC에 몰입하는 일이 많다고 믿는다.

정말로 혼자 독고다이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로움이 당연해져 느끼지 못 하고 있을 뿐, 외로움은 축적되어 쌓여간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소한다. 커뮤니티나 SNS에서 교류하며 해소하거나, 인방을 보면서 해소하거나,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며 혼술하며 해소하거나, 매일 저녁 디스코드에서 서버 멤버들과 어울리며 해소하거나, 게임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해소하거나.

VRC 유저는 많은 선택지 중 VRC를 택했을 뿐이다.

누구라고 더 우월하다 느낄 필요도 없고 더 구리다 느낄 필요도 없다. 자기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

집에서 외로워서 애옹이나 멍뭉이를 키우는 사람이나, 게임이나 디코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이나, 인방 보면서 노는 사람이나, 정말로 현생에서 여러 사람 만나는 사람이나 결국에는 우리 모두 사회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외로운 이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엔 환경과 취향이 영향을 끼친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이는 동물을 키우기도 하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인방을 보기도 하며, 여자가 필요한 이는 여캠을 보기도 하고, 여자 캐릭터가 필요한 이는 버튜버를 보기도 하며, 무언가 알딸딸하게 취하고 싶은 이는 술을 마시고, 타인과 게임을 하거나 노가리를 계속 까길 원하는 사람은 디코를,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를 이해하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은 이는 마갤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선택한다.

VRC를 선택하는 이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각자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겠지만, 이러저러한 자신의 취향과 환경을 기반으로 선택한 결과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VRC 내에서도 똑같이 존재한다.

 

VRC 유저의 방향성은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친구'를 사귀고 싶은 친구계, '연인'을 만들고 싶은 과몰입계, '성적 욕구'를 해소하고 싶은 섹계(?), '유니티/블렌더' 등에 몰입하는 기술계, 트위터나 유튜브 등에서 '관심받기 위해' 무언가를 생산하는 컨텐츠계(관종계?), 이렇게 크게 5개로 나눌 수 있다.

게임의 오각형 육각형 스탯처럼 생각하면 된다.

정말로 자기랑 재밌게 놀고픈 친구를 원하는 유저도 있고, 처음엔 친구를 원했지만 점점 외로워져 과몰입만 찾기 시작하는 유저도 있고, 그저 성적 욕구 해소하려고 애쓰는 미친 암캐 유저도 있고, 딱히 예뻐지려고 유니티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순수하게 계속 아바타 만들고 꾸미는 유저도 있고, 트위터에 영상 올려 하트 받고 팬박스 하고 유튜브 하는 유저도 있다.

여기서 어떤 오각형을 가지느냐에 따라 같은 행동을 해도 의도가 달라진다.

친구계와 섹계가 같이 올라가 있으면 친구를 꼬시는 일을 즐겨한다(두 종류의 플레이스타일을 아예 구분하는 경우도 있으니 일반화는 금지). 반대로 친구계는 찍혀있지 않고 섹계만 높다면 친구 꼬시는 일보다 H 파티에서 노는 일이 훨씬 편하니 H파티 죽돌이가 된다.

기술계와 섹계가 같이 높다면 수캐에게 선택받고 싶어 아바타를 꾸미지만, 반대로 기술계와 친구계만 높다면 오히려 야한 아바타를 꾸밀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 하지만 기술계와 과몰입계가 같이 높다면 과몰입의 취향 혹은 과몰입을 꼬시기 위한 아바타를 꾸민다.

기술계와 컨텐츠계가 높다면 유니티 강의 글, 슬라임 제작 방법 등의 글을 커뮤니티에 올릴 수도 있다. 돈미새 성향까지 합쳐진다면 부스를 열거나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판매를 할 수도 있고, 트위터에서 관심받다가 돈도 벌 수 있을 거 같아 팬박스를 열기도 한다.

 

인방 보는 사람들이나 디코 하는 사람들도 VRC의 문화의 파편을 발견하면 무시한다. 왜 저런 걸 하지? 와 쟤네들 진짜 역겹지 않냐? 같이 외로운 처지면서, 사람을 만나 해소하는 게 아니라 방에서 인방 보고 디코 하고 커뮤니티에 글 쓰며 해소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기를 선택한 누군가를 무시한다.

하지만 무시당하던 게이머는 게임 내에서 자기와 다른 계열의 누군가를 또 무시한다. 게임을 더럽히는 암캐가 어쩌니, 나쁜 문화 과몰입 어쩌니, 게임은 안 하고 트위터에 사진만 올리니, 게임 별로 하지도 않으면서 커뮤니티에 짤만 올리니, 트위터만 열심히 한다느니 등등.

그저 자기 환경과 취향에서 선택한 무언가일 뿐인데도, 옆에서 보기에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자기관리 못 하고 살찌고 집에서 버튜버나 보는 오타쿠가 기분 나쁘듯이, 인방 보고 커뮤니티 하는 같은 외로운 처지인데도 VRC 유저는 기분 나쁘고 혐오감 들기만 하듯이, 같은 VRC 유저인데도 특정 계열의 특정한 행동을 기분 나빠한다.

유니티/블렌더 열심히 하는, 혹은 퍼블릭에서 건전한 대화만 하는 내가, 혹은 친구끼리 건전하게 놀기만 하는 내가, 그런 취향인 내가, 평소에 히토미 잔뜩 보고 야한 거 잔뜩 보고 성욕이 강해서 게임에서까지 그 지랄을 해야만 하는 쟤랑 같다고? 같은 취급 하지 말아줄래?

게임에서 남자끼리 저러는 애랑 건전하게 인방 보는 내가 같다고?

이케맨 아바타 끼고 여자한테 들러붙어 대화 도킹 시도하는 쟤랑 나랑 같다고?

버튜버나 보면서 히히덕 대는 쟤랑 반려동물이랑 건전하게 사는 내가 같다고?

쟤랑 내가 같다고?

 

저렇게 사는 놈이랑 성실하게 향상심 가지며 돈 잘 버는 내가 같다고? 딸배랑 내가 같다고? 민도 떨어지는 중국인이랑 지킬 거 다 지키는 나랑 같다고? 열심히 공부해서 검사하는 나랑 인생 쓰로잉하는 쟤랑 같다고? "그건 아니지 시발"

근데 그럼, 저딴 식으로 VRC 즐기는 애랑 우리가 같다고?

근데 그럼, VRChat 하는 우리랑 쟤가 같다고?

너가 쟤랑 같다고?

너랑 나랑 같다고?

 

각자의 방식과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존중받기는 포기하는 게 낫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의 방식을 존중하라고 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타인의 방식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 기준을 타인에게 기대하고 강제할수록 플레이스타일은 좁아지며 나를 받아주는 친구의 다양성은 줄어든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딱히 그렇게 존중하진 않는다)

다양한 사람을 존중하든 존중하지 않든 그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의 취향과 환경에서 비롯된 선택이자 자유. 하지만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의 구성은 바뀐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그르다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끼리끼리만 놀고 있어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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