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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창작물

인기 많은 친구 이야기

by 심해잠수부 2024. 9. 2.

* 제 이야기 아닙니다. 상상 속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친구는, 아니, '예전엔 친했지만 이제 더 이상 친하지 않은' 혹은 '서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친구가 가끔 내게 말한다. 아바타 좀 꾸며봐라 맨날 똑같은 아바타 쓰지 말고. 맨날 똑같은 옷 좀 그만 입어라. 주황불 좀 그만해라. 친구들 많을 때도 딴 곳 가지 말고 옆에서 놀아라. 왜 맨날 그러고 다니느냐.

마치 내가 문제인 양 말한다.

나는 친구에게 불만이 넘쳐도 단 한 마디의 나쁜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항상 아는 척하고 인사 하고 자주 찾아가고 그랬는데도, 친구는 내가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혹은 나와 잘 지내고 싶지만 차마 생리적으로 무리라 마음이 내키지 않는지 무언가 불만을 가끔씩 쏟아낸다. 마치 네가 이거만 고치면 잘 지낼 수 있을 텐데 라는 듯이.

나는 상대방에게 요구한 게 없는데

상대는 항상 내게 무언갈 요구한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친구에게 웬만하면 나쁜 말을 하지 않는 나지만, 가끔 정말 답답한 친구가 내 앞에 있으면 나도 쓴소시랍시고 띠꺼운 소리를 할 때가 있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굳이 해버리고 만다. 정말 별 거 아닌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텐데 친구의 말이 답답해서 친구의 어떠한 모습이 답답해서 문제라는 듯 지적을 하고, 내가 지적한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나 또한 네 이러이러한 점이 싫다는 듯 짜증을 낸 적 없는 게 아니니까.

분명히 나는 얘와 친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답답한 짜증 나는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차마 내 마음이 새어 나오고 마니까. 차라리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없는 유저 취급한다면 차라리 잘 지낼 수 있을 텐데. 그와 잘 지내고 싶어도 그의 짜증나는 면은 내가 한 마디 하게 만들고 만다.

아마도 걔네가 나를 보는 모습도 그랬지 않을까.

 

나는 정말 잘 지내고 있다. 네가 모르는 많은 친구와 정말 잘 지내고 있다.

그룹에서 트러블이 있어 반강제로 쫓겨나다시피 해서 내가 친구가 없을 거 같지만 나는 그 때 이후로 정말 많은 유저와 만나며 잘 지내고 있고, 주황불이라 친구가 없을 거 같지만 이 지랄 1년도 넘게 해오면서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

내가 놀고 싶다면 언제든 놀 친구는 있으니까.

래퍼의 수명이 5년이고 여자 래퍼의 수명이 2년이래도 그들이 딱 붙어있듯, 나도 브붕이 수명 끝날 때 됐음에도 2년째 딱 달라붙어 있지. 정치질이나 하고 뒷담 없으면 살지를 못 하는 저 엄마 없는 망할 새끼도 내 다른 친구들에 꼬추 비비며 버러지 같은 행동 똑같이 그대로 하면서 아직도 안 뒤지고 브얄을 하는데, 이젠 남의 뒷 얘기조차 거의 하지 않고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내가 뒤지겠냐고. (사실 접는 게 자기 현생 살러 가는 거니까 더 좋은 거긴 한데)

근데 누군가의 눈엔 내 모습이 그리 좋지 않은 모습인가 보다.

공사판 뛰며 미장일하며 방충망 수리하며 하수구 뚫으며 사는 이들이 돈 잘 버는데도 색안경 낀 누군가에겐 한심한 모습처럼 보이듯, 내가 잘 지내는 일과 상관없이 누군가의 눈엔 내 모습이 한심한가 보더라.

항상 똑같은 아바타, 더 이상 만지지 않는 유니티, 유치하게 일관적인 성격, 찐따 같은 목소리와 말투, 그룹에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모습, 항상 주황불인 모습, 쓸데없는 도킹 등 그러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더라.

내가 잘 사는 일과 별개로 그는 내 모습이 싫은가 봐.

그래서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나 봐.

노력 좀 해보라는 듯, 유니티도 열심히 하고 성격도 고쳐보려고 노력하고 카와이 무브도 쳐보고 그러라고. 목소리도 조금 다듬어보고 친구들에게 잘 대해주려고 노력해 보라는 둥 그룹에서 어울릴 노력을 하라는 둥 초록불을 하라는 둥 프빗 그만 다니라는 둥 도킹 그만하라는 둥 온갖 말을 해.

그 말을 들은 나는 불편한 티를 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어넘기곤 하지.

 

내 섹드립이 문제란 친구는 인기 많은 친구가 섹드립 할 땐 불편하지 않나 봐.

나도 이해해. 그 미묘한 차이를 나도 알아. 음지 친구가 내 친구들 앞에서 성적인 행동을 하거나, 시도 때도 성희롱을 하려고 하면 정신이 나갈 거 같으니까. 나는 말로 하는 건 OK지만 행동으로 그러는 건 싫거든. 그 미묘한 차이를 나는 알지. 그래서 그 친구와는 웬만하면 만나고 싶지 않지.

아마 인기 많은 친구가 하는 행동과 내 행동이 같아 보여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걸 나는 알아.

하지만 내가 그 상황에 바로 알 수 있을까 그 차이를.

미묘한 차이를 깨닫기까지 걸리는 시간 무려 반 년.

자꾸만 내게 성적 도킹하며 선을 자꾸만 넘는 친구를 피했을 뿐인데도 걔는 내가 자기를 싫어해서 무시하는 줄 알아 아직도. 내 눈에도 그렇겠지. 인기 있는 쟤가 하는 건 괜찮은데 왜 나만 그러지? 똑같은 행동인 거 같은데?

쟨 괜찮은데 왜 나한테만 그래?

내게 유니티 하라는 친구들도 그랬지, 자기들도 유니티 딱히 하지도 않으면서 나한텐 왜 그래? 자기는 예쁜 줄 아나?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주변에서 나쁜 말 안 하니까 자기가 잘난 줄 아나 봐. 자기나 잘 하지 왜 나한테 그러지. 내 옷이 뭐가 어때서 이쁘기만 한데 내 아바타가 뭐가 어때서 솔직히 내 호감고닉들보다 이쁘진 않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닌데.

그래 나도 이해하지, 내 친구 중 항상 똑같은 옷 입는데 내 마음에 안 드는 친구에게 그 얘길 하고 싶거든 나도.

아바타 꾸미면 어때? (너랑 성적인 걸 하고 싶은데 아바타가 생리적으로 무리)

근데 인기 많은 친구가 항상 똑같은 아바타를 쓰는 건 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지. 나도 이러한 아바타가 아이덴티티고 바뀌면 친구들이 당혹스러워할 텐데, 왜 내가 아이덴티티를 지키려는 모습을 나에게만 이해를 해주지 않는 건지. 왜 인기 많은 친구에겐 유니티 하라고 말하지 않는 건지.

하지만 네가 내로남불처럼 보이고 나를 다른 유저와 차별한다 보여도, 네 행동이 모순적이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그저 네가 싫었던 건, 내가 유니티를 하지 않는 게 아니었을 뿐. 내 아바타가 네 눈엔 못 생겨 보였을 뿐이었겠지.

나는 알아.

내가 유니티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네 눈에 내 아바타가 못 생겨 보일 뿐이라는 걸.

나는 알지.

인기 많은 친구와 아닌 친구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

그 미묘한 선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

 

영화 <기생충>에서 보듯이, 바퀴벌레가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선'만 지킨다면 우린 같은 지붕 아래서 서로 모른 채 오래 살아갈 수 있다. 송강호가 이선균에게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 불쾌한 모습을 자꾸만 드러내지만 선을 넘지 않고, 이선균도 송강호를 1호선 냄새 대하듯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 송강호를 무시하지 않고 지내듯이.

송강호가 이선균에게 '같은 사람'인 양 말할 때 이선균의 불편한 심기와.

사람이 찔리고 죽어가는 난리 통에도 사람에게 코를 막고 접근하는 이선균과.

 

같은 섹드립을 쳐도 선을 넘은 나와 선을 넘지 않는 저 인기 많은 아이돌 친구의 차이. 똑같이 유니티를 안 해도 그저 그런 브붕일 뿐인 나와 개성 있고 예쁜 아이돌인 친구의 차이. 왜 너만 인기가 없냐니 너는 그 미묘한 선을 모두 넘고 있으니까. 왜 나만 인기가 없냐니 나는 그 미묘한 선을 모두 넘고 있으니까.

인기 많은 친구를 보며 왜 자기만 그렇게 대하냐는 듯 억울하다는 듯 말해봐야 의미가 없지.

이선균이 칼에 찔린 이유처럼 모든 결과엔 이유가 있지.

 

근데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오히려 선을 넘는 거라곤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걸까?

나는 가끔 친구에게 그런 짜증을 냈을 때 내가 너무 못난 사람 같아 기분이 좋지 않은데, 걔네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거 같아. 인기 많은 친구에게 그런 행동을 해놓고 내게 그런 행동을 하는 모습을, 옆의 친구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말을 들은 당사자는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생각하지 못 하나 봐.

 

인기 없는 누군가야 억울해하지 말려무나 네가 나쁜 게 아니니.

나쁜 건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네 친구일 거라고 생각해.

다만 너도 네가 매력이 없어지는 선을 잔뜩 넘고 있어서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도 잊지 말려무나. 네가 매력적인 유저가 된다면 네 어떤 모습도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

하지만 말장난이기도 하지. 평소의 모습이 매력적이지 못 하게 되는 선을 많이 넘으니까 매력적이지 못 한 건데, 매력적이면 어떤 모습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니. 매력적인 유저는 애초에 그러한 선을 넘지 않는 유저인데, 매력적인 유저가 되어서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니. 마치 이미 왕이 된 사람에게 왕이 될 상이라고 하는 것 같구나.

삼라만상 인기가 있는 유저는 정해져 있단다.

인기 있는 친구랑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 너만 문제 삼는 말에 상처받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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