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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창작물

JHP 괴담

by 심해잠수부 2024. 1. 9.

어느 날, 나는 질리도록 싸운 과몰입과 헤어지고 말았다. 자꾸만 관심을 달라는 듯이 행동하고, 예전과 달리 취향도 서로 엇나가는 거 같아 자꾸만 싸우다 오늘 헤어지고 말았다.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렇게 하느니 차라리 헤어지고 자유롭게 노는 게 낫지.

하지만 오늘 밤에 같이 할 파트너가 없는 건 쓸쓸했다.

매일 밤마다 질리도록 해댔기 때문에, 그녀가 없는 지금도 당연히 오늘도 할 거라는 듯 몸이 반응하고 있다. 참고 지나가면 되겠지만, 우울해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었다. 아무렇게나 사용당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누군가가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소에 내게 그렇게 도킹하던 친구들이, 오늘은 아무도 도킹하지 않았다. 내가 도킹을 해도 오히려 피하기만 할 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오늘은 아무도 없었다. 한숨을 푹푹 쉬던 내게 문득 떠오른 월드. Just H Party.

뉴비 때 궁금해서 한 번 간 뒤로 한 번도 간 적 없는 월드.

원래라면 가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기분도 싱숭생숭하고 사람이 아니면 외로움을 달랠 수 없을 거 같은 기분이었다.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월드가 나를 선택하는 기분이었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월드에 들어갔다.

내 취향에서 완전 어긋난 아바타만 잔뜩이라, 이런 곳에 오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하는 찰나.

화장실에서 혼자 이상한 포즈를 자꾸만 취하는 완전 예쁜 그녀. 왜 혼자 이상한 포즈를 취하지 싶어 소셜창을 열어 블락한 사람이 있나 확인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투명 아바타가 있나 확인해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무얼 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귀여운 얼굴만 보일 뿐 다른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하며 손을 흔드니

그녀도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아니면 그녀도 외로웠는지 어떤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는 위를 쿡쿡 찌르듯이 가리키고 있었다. 3층 갈래? 라고 묻는 듯. 나는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무조건이지. 이런 애랑 할 수 있다니 과몰입이랑 헤어진 게 차라리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층으로 가 문을 잠그고 사랑을 나누었다. 천천히 아주 느긋하게 음미하듯이 상대에게 집중하며 사랑을 나누었다. 뚝배기도 흔들리고 트래커도 흔들리고 서로 정신없이 해대는 중, 슬슬 무언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갈 거 같아. 그렇게 말했다.

잔뜩 해도 좋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보며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그 순간 갑자기 그녀가 사라졌다. 어 뭐지 트래커가 튀었나? 하지만 막판 스퍼트를 올린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멈출 수 없었고, 잠시 튈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끝까지 달리는 중 눈 앞에 아베 신조가 보였다.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

물음표.

하지만 이미 나오고 있는 감각을 참을 수 없었고 나는 아베의 얼굴을 보며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나를 보며 얼굴을 들이대는 아베 신조.

저세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여기에?

나를 보며 키스를 하는 아베 신조 아바타.

내 손으로 흘러내리는 끈적거림.

영문을 알 수 없는 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해가 되고 말았다.

아 씨발. 아 애미 씨발.

 

그는 그 뒤로 JHP를 다시 가지 않았으며, 과몰입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재결합한 뒤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매번 사정감이 들 때마다 아바타가 바뀌지 않을까 걱정하며 아베를 떠올리는 삶을 살고 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Based on a Tru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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