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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hat/VRC 보고서

암캐(남자)와 여자의 차이 [VRChat 보고서 86편]

by 심해잠수부 2024. 11. 22.

우리는 VRC에서 일상적으로 여자 같은 암캐(남자)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이가 암캐(남자)와 여자를 혼동하곤 한다. 전혀 다른 행태로 모습이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암캐(남자) = 여자라고 생각하고, 이를 구분하지 않고 그 분 '여자(남자) 아니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그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든다.

 

판토마임이다? 나 요즘 판토마임 배우고 있잖아. 야, 배우는 아무나 되니? 그냥 재밌어서 배우는 거야. 봐봐. 난 내가 먹고 싶을 때 항상 귤을 먹을 수 있어. 이건 재능으로 하는 게 아냐. 뭐냐면, 여기 귤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기에 귤이 없다는 걸 잊어먹으면 돼. 그게 다야. 중요한 건, 진짜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면 입에 침이 나오고, 진짜 맛있어.

영화 <버닝> 중에서

왜 판토마임 얘길 하냐면, 여자가 되고자 하는 브붕이에게도 똑같은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에릭남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게 목표였나요? 미국인이지만, 한국으로 가서 경력을 쌓아야 했군요? 미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요.
=> 이상하지 않나요? 왜냐면, 주류 방송사나 레이블은 동양인 혹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요. 이제는 그렇지 않죠. 조지, 리치 브라이언 그리고 최근엔 잭슨도 여기 나왔으니까요. 이제는 그런 취급을 받지 않지만, 아주 오래 걸렸죠. 애틀랜타에서 자라면서도 그렇고, 심지어 지금도 그래요. 동양계 미국인 혹은 동양인 싱어송라이터가 있나요? 듣고 보긴 했나요? 이상하다니까요. 그렇죠? 정신 나갔다니까요. 사람들이 "너는 왜 한국으로 가?" 말했는데, 제가 선택한 게 아니에요. 기회가 없었을 뿐이에요. 내가 이방인이 아닌, 외국인이 아닌, 한국으로 가자. 제가 한국어를 못 해서 미국인일 수도 있지만, 생김새는 외국인이 아니죠. 생긴 걸로 차별당하진 않죠. 제가 권리를 달라 호소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현실이에요 많은 사람들에게. 시작하기 위해서 한국에 갔어요. 훈련받고, 데뷔하고, 앨범 제작하고, 재능을 연마하고, 그런 까닭에 저는 평생 감사할 겁니다. 한국은 제게 가수와 연예인이 될 수 있게 기회를 준 유일한 곳이니까요. 미국에서는 기회가 정말 적었는데도 말이죠.

 

왜 갑자기 판토마임 얘길 하고, 왜 갑자기 인종차별 얘기를 하느냐.

에릭남은 미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는 외모만으로 한국인과 다를 바 없이 대해주었으니까. 그는 자기가 차별받지 않는 지역으로 와서 커리어를 쌓았지만,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브붕이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성전환 수술을 해야 할까? 아니, 성전환 수술을 해도 완벽하게 여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 젠더가 여성인 사람도 여자라고 사회운동을 해야 할까? 젠더가 여성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외모는 남자고, 아무리 사회가 나아져도 나 같은 사람은 그들을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VRC 세계에선 외모를 드러낼 필요가 없고, 남자 목소리를 드러내도 그렇게 깐깐하게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외모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VRC 세계에서 판토마임을 택했다.

그런데, 그들의 판토마임은 '귤이 있다'고 생각하며 귤이 있는 듯 연기하는 판토마임이다.

 

VRC에서 여자라고 불리는 정말 많은 유저가, 상대방이 타인에게 바라는 모습과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의 교집합 즈음의 무언가를 지향한다. 오타쿠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VRC의 세계에서 그들이 바라는 어떤 판타지한 여성의 모습과, 자기가 보고 즐겨왔고 자기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의 모습 사이 즈음의 결과를 생각하며 그러한 모습을 '연기'한다.

누군가는 목소리와 말투를 여자애처럼 구사하고, 누군가는 어떠한 가치관을 드러내며.

하지만 그들의 모든 행위가 '귤이 있다'고 생각하며 귤이 있는 듯 연기하는 판토마임과 다르지 않다.

왜냐면, 실제 여성 유저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걸 증명할 필요가 없는 이유와 같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대한민국 국민은 남한 사람 취급을 받기 위해 오히려 우리가 하지 않는 행동을 따라 하고 과하게 어필하는 등 쓸데없는 행동을 하지만, 한국에서 쭈욱 살아온 우리는 그딴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으니까.

여자도 그렇다. 머리를 짧게 치든 살이 찌든 가슴이 없든 여자력이 떨어지든 소녀심 따위 개나 줬든 개변태든 싹바가지 없게 말하든 띠껍게 자기 할 말 다 하든, 아무리 여자 같지 않아도 목소리 하나만으로 사진 한 장만으로 여자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여성 유저는 여자 취급을 받기 위한 고민도,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성으로 잘 보이고 싶은 상대에게는 무언의 노력하겠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여자로 취급받기 위한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여자인데 남자 취급을 받고 싶어 하는(생물학적 여성이지만 젠더는 남성인) 사람이나 할 법한 고민이다. 남자 취급을 받기 위해 머리를 짧게 치고 온갖 노력을 하겠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들이 괴로운 이유다.

여장을 하고 머리를 길러도 남자 취급을 받는다. 호르몬제를 맞고 목소리 톤을 높여도 성기 때문에 남자 취급을 받는다. 성전환 수술을 해도 남자 같은 목소리 때문에 남자 취급을 받는다. 목소리 톤까지 여자와 유사해야 겨우 여자 취급을 받을까 말까 겨우겨우.

그런데 외모와 목소리의 제약이 덜한 브붕이조차 '여자'의 모습은 한계를 지닌다. 여자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의식하며 행동하는 그 모습 자체가 이질감을 만드니까. 그렇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남자일 뿐이다. 그가 여자를 연기하지 않는다면, 암캐이길 포기한다면 남는 거라곤 여자 연기조차 하지 않는 평범한 남자애만 남을 뿐이니까.

VRC에서 '여자'라고 불리는 암캐(남자)의 딜레마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VRC에서 진짜 여자를 지향하는 유저는 많지 않다.

그리고 남자에게 여자를 기대하는 유저도 많지 않다.

내 어떤 친구는 VRC에서 여성 유저를 선호하지 않는다. 나 또한 VRC에서 여성 유저를 선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암캐(남자)에게 암캐 같은 모습을 기대하며 플레이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이 똥게이새끼라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험상 여성 유저는 VRC에서 그리 귀엽지 않았다. 성별만 밝혀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암캐(남자)가 관심을 받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갈고닦은 흔적을 그들에겐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갈고 닦은 흔적이 있는 그들보다 생물학적 여성에게 끌리는 유저가 훨씬 많다. 이건 어쩔 수 없다. DNA에 새겨진 본능이니까. 남자면 여자에게 끌리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여자를 훨씬 더 좋아한다고 해서 암캐(남자)를 싫어하고 혐오하는 유저는 그리 많지 않다 VRC에서 만큼은. (혐오하는 사람은 다 폐사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게임에서라도 진짜 여자가 되고 싶은 유저에겐 슬픈 일이겠지만.

정말 여자 취급을 받고 싶다면 카와이 무브를 연습하지 말고 진짜 여성 유저처럼 행동하는 걸 추천한다. 목소리만 여자에 근접하게 낼 수 있다면, 당신도 주변 친구가 숨 막히는 듯한 느낌 들게 하는 여자(남자)가 될 수 있다. 카와이 무브 갈고 닦은 그들보다 숨 막힐 듯 대화가 불편한 여자(남자)가 오히려 인기가 더 많으니까.

나는 여자와 다를 바 없는 성격을 지닌 여목에 가까운 친구와 대화를 하면 가끔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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