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RChat/VRC 고민상담

공공의 적이 그룹 내 지위가 높아요 [VRChat 고민상담 1편]

by 심해잠수부 2024. 1. 26.

"그룹 멤버가 10명이면 6-7명 정도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룹 내 지위가 높아서 누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공공의 적인데 그룹 내 지위가 높다구요?
(공공의 적은 모든 사람에게 평가가 안 좋으므로 지위가 높을 수 없음)
=> 창립 멤버 같은 존재라서 그룹 내 지위가 높아요.


이 글을 읽을 때 참고하면 좋은 글:
VRChat 보고서 27편: 그룹 권력과 생태
VRChat 보고서 40편: 이방인이 되는 이유

'그룹'의 권력은 '그룹장'에게서 나오고, 그룹의 정체성은 그룹장을 중심으로 한 메인 멤버(참모)들에게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참모가 아닌 평범한 멤버는 그룹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 권력은 그룹장에게서 나오고, 그룹장을 등에 업은 참모들이 휘두르니까.

어떤 그룹에 '문제아'가 축출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룹장 혹은 그룹 참모에게 '문제아'로 낙인찍혀야만 한다.

그룹 참모에게 낙인이 찍히면 알게 모르게 배척받으며 자연스레 그룹에서 밀려나게 되고, 그룹장에게 문제아로 낙인찍힐 경우 권력으로 찍어서 그룹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다.

일개 구성원이 문제아라면 이와 같은 과정으로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하지만 그룹의 '메인 멤버'(참모)라고 할 만한 사람이 문제아일 땐 어떻게 될까? 자꾸만 다른 사람과 싸우고 다른 사람 묻으려고 정치질 시도하고 뒷담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메인 멤버들끼리도 섭섭한 일이 생길 정도인데 '그룹의 오래된 구성원'이라면 어떻게 될까?

 

내가 브얄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가장 섭섭한 요소는, 뉴비 때 친해진 그룹의 구성원이 (그룹이 없어지더라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남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섭섭한 요소기도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섭섭하게 만드는 요소기도 하다.

그 때 그 시절 친했던 친구들과 지금은 그리 많은 교류를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관계 중에서 정말 높은 밀도를 차지하는 친구들이다. 새로운 친구가 아무리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예쁘고 귀엽고 연예인 같아도, 그리고 그 때 그 친구들이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기도 힘들고 매력이 없게 느껴진다 해도, 새로운 연예인 같은 친구보다 썩을 대로 썩은 그들이 여전히 내게 꽤나 중요한 친구들이다. 정말 싫은 일들을 겪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내 마음에 안 드는 행동만 골라 한다 해도 문제만 일으키는 자식을 차마 내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처럼, 내 아픈 손가락처럼 아무리 싫은 행동을 해도 싫지만 싫지 않은(?) 마음 한 켠에는 그 때의 그 일 그 감정 그 경험 때문에 자꾸만 신경 쓰이는 친구들이 있다.

아무리 날고 기고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써도, 서로 엇비슷한 시점에 시작해서 같은 과정을 겪으며 성장한 그들의 관계를 뛰어넘기가 정말 힘들다. 초중고 동창들처럼. 대학 동기로 아무리 친해져도 중고등학교 동창을 뛰어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사람도 아니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그들은 확실히 다르다.

 

팔은 안으로 굽고 가재는 게 편이다.

아무리 그룹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메인 멤버들끼리 '특별한' 관계라면 메인 멤버들은 절대 그를 내치지 않는다. 어떻게든 안고 가려고 애를 쓰지, 얘가 이러이러한 사고 치네 자르자 하는 식으로 가볍게 툭 내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조건을 만족하지 못 한다.

"그룹장 혹은 그룹 참모에게 '문제아'로 낙인찍혀야만 한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지 못 하므로 쫓아낼 수 없다.

 

내가 똑같은 메인 멤버라면 고민조차도 되지 않았을 일이다. 같은 메인 멤버들끼리는 서로 물고 뜯고 싸울 수 있으니까. 그리고 만약 같은 메인 멤버였다면, '그 문제아'가 그룹에서 나가길 바라지 않았을 거다. 얘가 왜 이럴까 진짜 짜증 나는데 그렇다고 버릴 순 없고 에휴 같은 방향으로 고민했을 거다.

"그래도 공공의 적인데 이니시 걸어서 어떻게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룹의 권력은 (그룹장과 그룹장의 주변에 붙어있는) 메인 멤버들에게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메인 멤버들은 웬만해서는 그를 내치지 않는다. 그들은 좋게 좋게 지내자며 문제아인 친구를 쉴드 쳐주거나, 문제가 된다고 해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뿐이다. 논리적으로 내가 옳고 쟤가 틀린 건데 따위의 마음으로 이니시를 걸면 안 된다. 어차피 메인 멤버들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고민을 얘기하고 이러이러한 불만이 있다 얘기해도 공감하는 척하며 들어주기만 할 뿐이다.

 

나였어도 애매한 그룹 멤버가 나와 뉴비 시절을 같이 보낸 누군가를 험담하면, 얜 뭔데 걔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이런 식으로 생각했을 테니까.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 껴서 몇 번이나 실수를 반복하며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친구도 나는 여전히 내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너가 살려면 걔를 쳐내야 한다고 몇 명이 내게 말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 친구와 친구고, 그 외 친삭하거나 친삭당하거나 멀리 떨어지게 된 친구들도 내 관계 속에서 매우 큰 밀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결말로 끝나고 더 이상 보지 못 하더라도 그 때의 그 특별함이 내 마음 한 켠에 아직도 남아있다.

그들의 특별함을 깨부술 정도의 무언가가 없다면 그룹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라 한들 그는 계속 거기서 머물러 살아간다.

반응형

댓글